스가 日 신임 총리 “아베 계승한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 기사입력 2020-09-21 07:00:21
실패한 아베노믹스 계승론에 우려의 목소리 나와…한일 관계 언급 없어
  •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총리관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가 지난 16일 제99대 일본 새 총리로 공식 취임했다. 스가 총리는 지난 14일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차기 총재로 선출됐고, 이후 일본 임시국회에서 열린 지명 투표에서 과반을 크게 웃도는 득표로 아베 신조 총리 뒤를 잇는 신임 총리로 선출됐다. 새 내각 명단 발표 후 일왕의 임명장을 받고 공식 업무에 들어가는 스가 총리는 새 내각 장관 총 20명 중 아소 부총리를 비롯해 아베 내각 주요 부처 장관 8명을 유임하는 등 아베 내각 장관 출신 11명을 새 내각에 다시 기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스가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언제든지 마주앉아 대화하고 소통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해 한일 관계 회복의 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기대도 흘러나오고 있다.

스가 총리, 실패한 아베노믹스 못 버리나

스가 총리는 취임 후 총리관저에서 열린 첫 기자회견에서 외교정책과 관련 미일동맹을 중심으로 주변국들과 협력해 일본 국익을 지켜나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아베 정권의 주요 정책을 계승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고 특히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문제 해결을 새 내각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스가 총리는 “자유롭게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전략적으로 구축하겠다”며 “동시에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이웃 여러 나라들과 안정적인 관계를 지속해 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웃 여러 나라들과 안정적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굳이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은 것.

스가 총리는 ‘금융완화’, ‘재정정책’, ‘성장전략’ 등 기존 아베 정권이 추진한 이른바 ‘3개의 화살’을 거론하는 등 앞으로도 아베노믹스를 계승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분명히 했다. 공식적으로 아베 전 총리가 건강 악화로 사임하기는 했지만 실제 아베 정권이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정책 실패라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최장수 재임 기록을 세우는 등 약 7년 8개월의 길었던 아베 전 총리 재임 기간 동안 일본 내 여론은 긍정적이지 못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아베 정권의 연이은 실책으로 인해 일본 국민들 불만이 증폭된 데다 일본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7.8% 하락했고 연율 환산치도 27.8% 하락하는 등 최악의 역성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병 악화가 아베 전 총리 사임에 결정타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미 아베 정권의 신뢰도는 높지 않은 상황이라 스가 총리의 당당한 ‘아베 계승’ 행보가 일본 내에서도 우려를 낳고 있다.

새로운 한일 관계 시작…먼저 손 내민 한국

역시 한국 입장에서 새 일본 총리가 취임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한일 관계 개선 여부다. 기본적으로 현재 우리 정부와 국내 여론의 주요 흐름이 ‘반일’이라는 것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베 정권이 우리 정부와 유독 ‘궁합’이 맞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가 총리 취임으로 경색된 한일 관계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일본 전문가들은 스가 총리 취임이 곧바로 양국 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징용판결 문제 등 난제가 여전하고 한국과 일본 간 국민감정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고 있어 기대할 수 있는 건 양국 관계가 개선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정도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내 외교 전문가들도 대체로 “최근 악화된 한일 관계를 감안하면 스가 총리 취임으로 일본 정부가 양국 간 최대 쟁점인 강제징용 문제에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없다”며 “한일 관계 진전을 당분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자민당 주요 인사 중 그나마 아베 전 총리가 ‘친한’이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 상황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이 스가 총리가 취임하자마자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쳤지만 스가 총리는 첫 기자회견에서 한국만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이웃 여러 국가들과 안정적인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는 내용에 포괄적으로 한국이 포함됐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첫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가 별도 거론조차 안 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 중론이다.

특히 이번 기자회견에 이어 열린 스가 내각 첫 국무회의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일제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 한국 법원 배상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해 새 내각 출범이 한일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기 쉽지 않다는 전망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흔히 말하는 ‘코리아 패싱’ 행보를 보이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본 새 내각 입장에서 한일 관계 개선이 선결과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우선적으로 일본 스가 총리 취임 후 일본의 공식적인 외교 관련 행보는 미일동맹을 기반으로 주변국인 중국, 러시아, 북한 등과의 영토 분쟁이나 납북 문제 같은 일본 국토 방위와 국민 안전과 밀접하게 관련한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고 해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문 대통령이 스가 총리 취임과 동시에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향후 한일 양국 관계가 호전될 여지도 있다. 결국 양국 관계는 어느 한 나라 일방이 해결할 문제는 아닌 상황에서 일단 스가 정권 시작 단계에서 우리 정부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고 봐야 한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지리·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친구인 일본 정부와 언제든 마주앉아 대화하고 소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 정부는 스가 신임 총리 및 새 내각과도 적극 협력해 과거사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경제·문화·인적 교류 등 여러 분야에서 미래지향적이고 호혜적으로 실질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song@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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