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신기루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신규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손꼽히는 ‘대어’로 불렸던 빅히트의 급락 원인은 여럿이 꼽힌다. 엔터주 한계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분석과 함께, 그간 몇몇 공모주 흥행가도에 편승한 투자심리가 과열양상을 띤 것도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기관 등의 장기보유 유인책이 미흡하다는 구조적 문제도 거론된다. 빅히트 등 최근 IPO 시장을 들끓게 한 공모주들이 향후 어떤 흐름을 보일지는 두고 봐야 한다. 다만 각종 전례에 비춰 치밀한 분석을 배제한 개인들의 ‘묻지마식 투자’는 독약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공모주 ‘신기루’ 반복되는 피해

“사례1. 직장인 왕소심씨는 인터넷 경제뉴스를 보고 요즘 뜬다는 A기업의 기업공개(IPO) 공모주에 투자하였으나 울상이다. 기대와 달리 상장 직후 공모가 대비 주가가 너무 떨어지면서 손해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왕씨는 애초에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지 않았나 의심스러웠다.”

“사례2. 최근 주식투자에 입문한 나초보씨는 나름대로 오랫동안 치밀한 분석 끝에 B기업 IPO 공모주에 투자하였다. 그러나 상장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매도물량이 늘어나면서 주가가 하락하였다. 나씨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사례를 보여준 게 아니다. 약 3년 전인 2017년 12월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보도자료의 한 대목이다. 당시 금감원은 ‘공모주 투자 시 알아둬야 할 정보’로써 이 같이 전했다. 그 시기는 넷마블게임즈 등의 상장에 힘입어 국내 IPO 시장이 가장 활발했던 때로 기록된다. 그만큼 각 주식의 옥석을 잘 가려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올해 똑같은 현상이 빚어진 것엔 복합적 원인이 작용했다. 거시적으로는 코로나19가 가속화한 불경기 및 초저금리에 기인한 풍부한 시중유동성이 꼽힌다. 그 밖에는 앞서 상장한 SK바이오팜(7월)과 카카오게임즈(9월) 등이 입성 초반 대흥행한 데 따른 학습효과가 주요했다는 분석이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는 각각 사흘,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의 상승세는 그 정도가 유독 두드러졌던 만큼, 상황 자체를 일반적인 케이스로 봐선 안 된다는 게 전례가 남긴 교훈이다. 그동안 커다란 관심을 끌었던 공모주가 상장 직후 투자자에 실망을 안긴 일이 적지 않았다. 특히 개인투자자, 즉 ‘개미’에 속한 이들이라면 손해가 더욱 막심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예컨대 넷마블게임즈의 선전 등으로 공모주 붐이 일었던 2017년 직후에 상장한 기업들은 상당수가 반짝 상승 후 파란불을 켰다. 2018년 1~3월 주식시장에 입성한 씨앤지하이테크, 동구바이오, 아시아종묘 등 10개 기업이 상장한지 이틀 만에 일제히 10% 이상 주가가 하락했다. 오스테오닉의 경우 이튿날 주가가 첫날 대비 30% 하락하기도 했다.

단연 가장 큰 피해를 본 쪽은 개인 투자자들이다. 해당 기업들 가운데 상장 첫날 기관과 외국인이 순매수로 마감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일제히 팔아치우기에 나선 이들은 공모가에 비해 2배가량 높은 시초가를 거둬들였고, 그 물량을 떠안은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철저한 분석’ 필수…제도 개선도 필요

개인으로서 피해 재발을 막으려면 묻지마식 투자보다, 철저한 분석을 통한 결정이 필수다. 금감원 관계자는 “IPO 공모주 투자 시 투자설명서, 증권발행실적보고서를 꼭 활용해야 한다”며 “이밖에도 주관회사별 업무역량을 고려해 주관사 과거 IPO 실적 및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활용한 공모가격 산정근거 또한 확인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세세한 분석이 필요한 것은 공모주가 정상적인 시장행태와 다소 괴리를 띠는 일이 흔해서다. ‘고평가’ 혹은 ‘저평가’ 공모주란 표현이 보여주듯, 상장을 앞둔 기업에는 통상 제대로 된 기업 가치가 매겨지지 않는다. 기업의 실제 역량과 시장의 기대심리 간 괴리가 불가피한 데다, 해당 기업이 지닌 고유의 특성까지 고려한 천차만별식의 공모가 산정이 이뤄져서다.

물론 각종 피해 가능성을 전부 개인투자자에만 내맡길 수는 없다. 한편에선 기관 및 외국인의 장기보유 유인책 등 제도개선 필요성도 말한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대책은 이들의 의무보유확약 개선이다. 의무보유확약은 일정기간 공모주를 팔지 않기로 약속하는 것을 뜻한다. 이 확약이 없으면 상장 첫날부터 고가에 형성된 시초가로 주식을 팔 수 있다.

실제로 빅히트 공모주의 경우 기관투자가에게 배정된 물량 중 이 확약을 미설정한 비율이 21.63%에 달했다. 빅히트가 기관투자가에 배정한 비율은 60.06%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확약을 설정하지 않은 기관투자가들이 첫날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주가 급락이 가속화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관측을 뒷받침해주는 사례는 많다.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1개월 의무보유확약을 설정한 카카오게임즈는 활약 만기일에 달한 지난 12일 약속이라도 한 듯, 5만 원 선이 무너졌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기관은 68만8000주(약 310억 원)를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했다. 기관 대상 3개월 확약을 설정한 SK바이오팜도 만기일인 지난 5일 돌연 10.2% 주가가 하락했다.

일반적으로는 기관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확약 비율이 더 낮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상장한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들의 IPO 배정물량’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의 의무확약 보유비율은 4.6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욱 의원은 “해당 통계를 보면 외국인들은 의무보유확약을 하지 않고 물량을 배정받아 단기간에 차익실현을 하려는 경향이 커 보인다”며 “상장 이후 주가가 단기 급등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공모주 투자자와 달리 주식시장에서 신규로 매수하는 개인 투자자는 단기 오버슈팅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 추격 매수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