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급부상…‘동남권 신공항’ 갈등 재점화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 기사입력 2020-11-23 08:00:14
추진과 번복 20년 간 반복
  • 부산시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사진 부산시)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김해신공항이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동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극심한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미 정치권 이해관계에 따라 부산·경남 민심을 공략할지 대구·경북까지 챙길 것인지를 놓고 벌써 2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때부터 검토됐던 동남권 신공항 계획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논란이 계속되다가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프랑스 공항 전문 업체에 타당성 검토를 의뢰한 결과 김해신공항 확장안으로 결론이 났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재검증에 들어갔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상황에서 서서히 부산 가덕도 신공항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선거용 셈법 논란 속 가덕도 신공항 추진 가속화

이미 여당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타당성 연구’에 필요한 예산 20억 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했고 그 결과를 근거로 가덕도를 신공항 후보지로 선정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남권 신공항이 박근혜 정부의 타당성 검토로 결론이 났었던 사안이고 심지어 이번에 힘을 얻기 시작하는 가덕도 신공항은 당시 후보 중 최하위를 기록한 바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야권에서는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표 계산에 대형 국책사업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9∼11일 전국 유권자 1504명을 대상으로 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한 결과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29.7%로 국민의힘(27.1%)을 앞섰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한계에 대해 지적한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건설 일정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덕도특별법’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만약 가덕도특별법이 입법화되면 환경영향평가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절차가 간소화될 수 있고 빠르면 2026~2027년에는 가덕도 신공항이 개항할 수 있다는 구체적 구상까지 나오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합법적인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일”이라며 “가덕도 신공항이 들어서면 항만과 철도, 공항이 이어지는 트라이포트가 구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등 야권은 부산·경남이나 대구·경북 모두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무작정 여권을 비판하기는 애매한 입장이다. 일단 국민의힘 지도부는 가덕도 신공항이 결정된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부산·경남 의원들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소속 권영진 대구시장을 비롯한 대구·경북 의원들은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고 국민의힘 전통 표밭인 대구·경북 지역 민심도 싸늘하게 식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적절할까…사업비 해결이 관건

사실 정치적으로 어느 진영이 유리한지를 따지는 것은 둘째 문제다. 오히려 가덕도가 동남권 신공항으로 적절한지를 따지는 부분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재해 있다. 자칫 지난 20년 간 반복됐던 시간과 돈 낭비가 계속해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앞서 언급한 2016년 타당성 검토는 공항 설계 분야 세계적인 전문기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수행한 것이었다. ADPi 검토에서 가덕도는 1000점 만점에 총점 619점에 그쳐 김해신공항(805점)과 밀양신공항(686점)에 크게 뒤졌던 것이 사실이다. 또 2011년 국토해양부가 진행한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에서도 경쟁지 밀양에 밀렸었다.

가덕도는 부산 도심에서 27㎞ 떨어진 거리에 있는 부산 최남단 섬으로 가장 큰 문제는 바다를 메우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 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깔고 공항시설을 만들어야 하는 가덕도는 사업비 항목에서 김해나 밀양과 큰 격차를 보였다. 당시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는 7조~10조 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김해신공항 건설 4조 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한마디로 활주로 80%가 매립지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또 부산이나 울산, 주요 지역에서 시간이 40~50분 정도 걸리는데 결국에는 철도 등 다른 교통수단을 더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반적인 지역 인프라 개선 측면에서는 장점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분명 추가 비용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해신공항 사업을 추진했던 국토교통부 협력 여부도 걸림돌이다. 실제로 2016년 국토부 의뢰로 진행한 신공항 사전타당성 연구용역에서는 김해공항 확장안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전 정부였다고 할 수 있지만 객관적인 검토 자료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또 국토부 입장에서는 기본용역에만 70억 원 가까이 사용하고도 김해신공항이 전면 백지화될 경우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결국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으로나마 인허가권을 가진 국토부 협력이 중요한데 국토부의 자기부정이 불가피하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들은 가덕도 신공항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 중 하나인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은 “동남권 관문공항이 쇠잔해져 가는 지역 경제의 새 견인차가 될 것”이라며 “가덕도 신공항 항공 화물과 여객, 부산과 진해 신항의 해양물류 경쟁력, 신항역을 중심으로 한 철도물류가 어우러지는 트라이포트를 완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후보 중 하나인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가덕도 신공항은 남부권 전체 발전에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이 공항은 부산 공항이 아니라 남부권 전체의 공항으로 가덕도와 대구를 한 시간 거리 교통망으로 얼마든지 연결할 수 있고 부산 목포 간 KTX를 연결하면 부산, 거제, 여수, 목포를 잇는 남부권 전체의 환상적인 관광벨트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song@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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