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 선까지 가 세한 ‘묻 지마’입법경쟁

    ● 국회는 ‘각자도생’ 중

    21대 국회 역대 최다 법안 발의… 당내 법안 조정 기능 시급

    입법공장.21대 국회는 역대 국회중 최다 법률안을 발의하게 될 전망이다.

    임기가 시작된 2020년 5월 30일부터4월 30일 현재까지 21대 국회가 발의한 법안은 9251건이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20대 국회는 임기1년 동안 각각 4598건, 6428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21대국회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이 압도적으로 많은 건수를 기록한 것이다.

    21대국회는 한달뒤임기1년을 맞게된다.

    그때쯤이면 의원발(發) 법안이 1만 건에육박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국회의 적극적인 입법 활동은중요하다.

    김현진 서울대정치학 박사는 “13대국회이래로 매회기별법안발의 건수는 증가해 왔다” 며 “사회 변화에 맞춰 새로운 법안을 제안한다는긍정적인 의미도 있다” 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회의법안 발의 건수는 민주화 시대 전후로 크게 달라졌다.

    1987년 민주화 이전의 국회(1대~12대) 는법안을 발의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39년간 의원들이 국회에제출한 법안은 약 2000건.13대~20대 국회가 총6만여 건의 법안을 발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거버넌스그룹장은 ‘국가미래전략 Insight’ 제4호에서 “민주화 이후 국회의입법 활동이 활발해진 것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일” 이라고 평가했다.

    임기 1년발의된 9251건 중 미처리법안78%달해그렇다고 해서 21대 국회의 입법활동을 마냥 칭찬할 수만은 없다.

    법안 발의 건수가 증가했다고 해서 입법생산성도 높아진 건 아니기때문이다.

    이들이 처리하지 못한 법안은 무려7235건(정부 제출안 제외) 에 달한다.

    의원들은 자신들이발의한 법안의 약78.2%도 처리하지 못한 채 새로운 법안을 구상하기에 바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의원발 법안들은거의매일 쏟아져나오고 있다.

    지난해11월 6일 하루만 70여 개의법안이의원실을 통해 제출되기도 했다.

    의원들의 ‘입법 경쟁’은 생존의 문제이다.

    정치 평론가들은 의원들이 다음총선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법안 발의를 남발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론의주목을 끌만한 법안을 발의하면 매스컴을 탈뿐더러 실적도 쌓을 수 있기때문이다.

    김 박사는 “입법 생산성을고려하지않은 법안 발의는 향후 공천심사에 대비해 실적을 쌓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고 지적했다.

    박 그룹장은 “더 많은 입법을 하는 의원보다는, 더중요한 법안을 충분 한 연구·심의·토론·조정을 거쳐입법하는 의원이 높게평가받는 방향으로 변화를 하는 것이우리 국회의미래 모습이 돼야 한다” 고 당부했다.

    여론 주목 받는 현안에 발의 몰려…’ 포퓰리즘’ 지적지난 3월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의혹은 여론 영합적 법안 발의를 야기한 대표적 사례다.

    당시여야 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관련 법안들을 쏟아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 , ‘공공주택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 ‘공직자윤리법일부개정법률안’ 등은 각 10여개씩 우후죽순 제출됐다.

    ‘부패재산의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일부개정법률안’ 과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까지 합하면 LH사태 관련법안은 총 40건에 육박한다.

    이들 중 몇 건이가결되었을까. 아직소관위에 머물러 있는 부패방지법과부패재산몰수법을 제외하면 위원장이발의한 3건의대안만 살아남은 채그 밖의 법안들은 모두 대안반영폐기됐다.

    이 같은 의원들의 ‘묻지마 발의’는 대동소이한 법안들을 양산해내 입법 과정의비효율성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의 이전 단계부터 당내에서 법안 조정 과정을 거친다면 법안의질적 수준을 높일수 있다는 것이다.

    박 그룹장은 같은 보고서에서 “각 정당도 민주적으로 소중한 입법권이 의원 개개인의 무한 경쟁 속에서허비되지않도록 법안 작성과 심사, 의결 과정에서 책임 있는 조율자의역할을 강화하는 것이요청된다” 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4·7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일하는 정당’ 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법안을 발의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박사는 “21대국회의법안 발의 건수가 급증한 것도 내년 대통령 선거및 지방선거와 무관치않을것” 이라며 “정당 홍보 효과를 누리기위해당 차원에서(법안 발의를 독촉하는 등) 의원들을 관리할 가능성도있다” 고 설명했다.

    21대 국회초선 발의건수 전체의50%달해한편 국회 의안과에 따르면 21대국회에 접수된 법안 중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건수가 가장 많다.

    이는174명을 거느린 거대여당이기에 당연한 결과다.

    박휘락 국민대정치학 교수는 “과반 이상의의석수를 차지한민주당은 법안 통과가 아주 용이하다” 며 “법안 통과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법안 발의에 부담이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또한 초선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 늘어난 것도 21대 국회의 특징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초선이 대표발의한 법안 건수는 전체의 15~20%밖에 되지 않았지만 21대 국회에선50%에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초선들이 많이 적극적이고 활동적” 이라며 “법안 발의에 그 성격이그대로반영됐을 것” 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교수는 “다수의정치 원로들이 사라진 국회에서 초선의원들이 어떠한 가르침이나 조언 없이 법안을 발의하게돼 안타깝다” 고 말했다.

    노유선 기자yoursun@hankooki.com
  2. 입력시간 : 2021-05-03 09:00:06
  3. 페이스북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