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조 클럽’이후 연이은 악재로 눈물의 사퇴

    ● 막 내린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18년

    노유선 기자yoursun@hankooki.com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눈물의 사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홍 회장은지난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본사에서 열린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서 회장직에서물러날 것을 공식화했다.

    자사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주장한 지3주 만이다.

    홍 회장의눈시울은 기자회견 내내 붉어져있었다.

    간간이 울먹이며 손수건으로눈물을 훔치는 그에게서 당당한수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홍 회장은 3차례나 90도로 고개를숙이며 사과했다.

    회장직에 오른지18년만에결국 홍 회장은 불명예퇴진의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홍 회장의 임기 중 남양유업은 다사다난했다.

    2009년 남양유업은 창사이래 처음으로 ‘1조 클럽’ (연 매출 1조원을 넘는 기업) 에이름을 올렸다.

    계열사가 없는 단일 식품기업으로서 쉽지않은 성과였다.

    그후 남양유업은 10년간 1조 클럽을 수성했다.

    ‘맛있는 우유GT’ ,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 ‘17차’ 등여러 히트작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남양유업의 위기는 내부에서부터 시작됐다.

    잇단 효자 상품에의지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2013년대리점 갑질 사건, 2019년 홍 회장의외조카인 황하나 마약 투약 논란, 지난해온라인 댓글 조작 사건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남양유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에 빨간불이 켜졌다.

    갑질사건에 따른 불매운동으로 2013년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한 이후 여파가 이어져 지난해에는 1조 클럽에서탈락하는 고배를 마셨다.

    그 사이 불매운동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로 기업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불가리스 사태 ‘사과 없는 사과문’에여론 격분불가리스 사태가 터진 후 남양유업이지난달 16일공식 발표한 사과문은 ‘사과 없는 사과문’이란 비난이빗발쳤다.

    남양유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다시 촉발시켰다.

    남양유업은 “소비자에게코로나 관련 오해를불러일으킨 점 죄송하다” 면서도 불가리스의 코로나19저감효과를 부인하지 않았다.

    남양유업은 “금번 세포실험 단계 성과를 토대로 동물 및 임상 실험등을 통해발효유에대한 효능과 가치를 확인해 나가겠다” 고 강조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의 코로나19바이러스 억제효과 연구에서77.78%의저감효과를 확인했다” 고 밝혔다.

    항바이러스 면역 연구소와 충남대 수의과 공중보건학 연구실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다.

    하지만 항바이러스 면역연구소가 지난 2월 남양유업이출범한연구기관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남양유업은 ‘셀프 실험’ , ‘셀프 연구’ , ‘셀프발표’ 등 소비자들의비아냥을 샀다.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 품안 전처도반박했다.

    질병관리청은 “특정식품의코로나19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 며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가 어렵다” 고 밝혔다.

    식약처는연구 발표를 순수 학술 목적이아닌 자사 홍보 목적으로 보고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 3일사의를 표명한 이광범대표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

    이날 이 대표는 사내이메일을 통해 “최근 불가리스 보도와 관련해 참담한 일이 생긴 것에대해 임직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 면서 “유의미한 과학적 연구성과를 알리는 과정에서 연구의 한계점을 명확히 전달하지 못해 오해와논란을 야기하게된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부분” 이라고 말했다.

    불가리스 논란을 단순한 ‘오해’로 일축시킨것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퇴와 사과가엇박자 나고있다” 는 게시글이올라오기도 했다.

    거듭된 이미지 추락…재기 도모가능할까 관심쏠려남양유업의 이미지는 불가리스 논란에 이르기까지 오랜기간 추락해왔다.

    2013년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본사 영업사원의욕설·막말 녹취록은 흑역사의 신호탄이었다.

    녹취록에는 본사 직원이 지역 대리점에 폭언을 일삼으며 ‘물건 밀어내기’ (강매) 를 하는 정황이 담겨 있었다.

    남양유업은 본사갑질에 항의하는 대리점과 계약해지를 하는 무리수를 뒀고 이는 남양유업불매운동으로이어졌다.

    오너 일가의 비위 혐의도 남양유업이미지를 손상시켰다.

    2019년 남양유업 창업주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황하나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자 남양유업은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그해 홍 회장은 “외조카 황하나가어리석은 행동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킨 점, 머리 숙여 사죄한다” 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오너리스크는 이뿐만이아니었다.

    2019년 홍 회장은 남양유업임직원 6명과 홍보대행사 직원 2명등과 함께 온라인 카페 등에 경쟁사매일유업을 비방하는 글과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성상무도 지난달 회삿돈을 유용한 의혹으로 보직이 해임된상태다.

    결국 홍 회장은 일련의 사건에 대해책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홍회장은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물의를 일으킨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 며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않겠다” 고 말했다.

    잇따른 대형악재와 소비자의 불신, 오너의 부재 등으로 창사 이래 최대위기를 맞고 있는 남양유업이 과연 다시재기를 도모할 수 있을지, 도모를 한다면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등이유통업계최대관심사로 떠오르고있다.
  2. 입력시간 : 2021-05-10 09: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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