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희 변호사의 법과 영화 사이] '말죽거리 잔혹사'의 학폭에 대한 사과
기사입력 2021-02-24 14:14:39
  • 장서희 변호사(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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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장서희 변호사] 최근 프로 배구에서 시작된 이른바 학투(학교 폭력 미투) 움직임이 야구계, 농구계, 연예계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전방위로 퍼져 나가고 있다.

스포츠계에서 특히 폭력이 만연하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를 학교폭력이라 규정하며 본격적으로 규탄하는 행렬이 이어지는 것은 처음인 듯하다.

얼마 전 정세균 총리는 이러한 스포츠 학투를 언급하면서 '성적 지상주의와 경직된 위계질서, 폐쇄적인 훈련환경' 등을 스포츠 폭력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우리 스포츠계의 이러한 부정적 면면은 어쩌면 지난 군사정권 시절부터 내려오는 폐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는 1978년 유신시대 강남의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스포츠계의 병폐인 성적 지상주의, 위계질서의 경직성과 폐쇄성은 이 학원 드라마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주인공 현수가 전학 온 정문고에서는 학생들 간의 학교 폭력도 유명세가 높지만, 교사들의 폭력 수위도 그에 못지 않았다. 게다가 현수는 집에서도 태권도장을 하는 아버지한테 가정폭력을 당하기 일쑤다. 그 시절 말죽거리에는 실로 다양한 폭력들이 난무한다.

참다 못한 현수는 평소 좋아하던 이소룡을 따라 쌍절곤을 연습하며 싸움의 기술을 연마한다. 그러던 어느 날 현수는 교실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선도부장 종훈을 옥상에서 때려눕히고 만다.

현수의 아버지는 현수를 데리고 종훈이 입원한 병원에 찾아간다. 정문고 최악의 학폭 가해자에서 일순간 학폭 피해자로 탈바꿈한 종훈에게 사과하기 위해서이다. 콩밥을 먹이고 말겠다는 종훈의 어머니에게 아버지는 제발 선처해달라며 무릎까지 꿇고 사과한다. 현수가 퇴학 외에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은 것을 보면 이러한 아버지의 읍소가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학교폭력은 가해자가 14세 이상일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상의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를 받게 될 수 있다. 개정법에 따라 교육지원청에 설치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는 가해학생에 대해 서면사과, 보복행위 금지, 사회봉사, 출석정지, 전학, 퇴학 등의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가해자는 이러한 처벌과는 별도로 피해자의 신체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민사적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6조는 피해자의 심리상담비나 병원 치료비를 가해 학생의 보호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신속한 치료를 위해서는 학교안전공제회나 교육청이 이를 부담하고 가해자 부모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치료비 외 기타 비용이나 정신적 손해에 관한 위자료의 경우 손해배상청구를 통해서 책임을 물을 수 있는데 이때 적용되는 법률이 바로 민법 750조 불법행위 책임이다. 학교 폭력의 경우 가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법률상 미성년자는 그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는 때에는 배상책임을 면하게 된다(민법 제753조). 이러한 경우에는 미성년인 가해자 대신에 감독자인 부모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게 된다(민법 제755조).

법원은 미성년 가해자에게 그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가해자 부모에게도 공동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도 한다. 부모가 아직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자녀를 보호하고 감독해야 할 의무를 게을리 했으므로 피해자의 고통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학생들 간의 문제가 법정 소송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현수 아버지처럼 폭력의 피해자 앞에서 자식을 위해서 머리를 조아려 사죄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부모가 가져야 할 진정한 용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 장서희 변호사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를 졸업한 뒤 중앙대 영화학과에서 학사와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법률사무소 이헌의 대표 변호사다. 영화를 전공한 법률가로, 저서로는 '필름 느와르 리더'와 '할리우드 독점전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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