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의식 없다"…유통업계 CEO 줄줄이 불명예 퇴진
천소진 기자 sojin@hankooki.com 기사입력 2021-06-10 14:35:16
무신사·GS리테일·남양유업 등 CEO 잇단 사퇴
소비자 사회적 의식 높아지며, 기업 윤리 강조
  • (왼쪽부터)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 조만호 무신사 대표, 조윤성 GS리테일 사장,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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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천소진 기자]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지만, 유통업계는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최근 한 달여 사이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선 기업의 오너들이 줄줄이 물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 이렇게 많은 대표 교체와 사임은 처음으로, 높아진 소비자 윤리의식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만에 조만호 무신사 대표, 조윤성 GS리테일 사장,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 등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만호 무신사 대표는 지난 3일 남녀 쿠폰 차별 지급 논란과 이벤트 이미지 속 특정 성별 차별 논란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앞서 무신사는 '여성 고객 전용 할인쿠폰'을 지급했으나 남성 고객으로부터 비판을 받았으며, 이벤트 이미지 속 손 모양이 남혐 상징 이미지와 유사하다고 지적 받았다.

조 대표는 무신사 임직원에게 '20년을 마무리하려 합니다'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 "무신사 운영의 최종 책임자로서 결자해지를 위해 책임을 지고 대표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사퇴의 뜻을 전했다.

조 대표는 사임 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로 인해 일부 소비자들은 조 대표의 사임이 논란을 내세웠을 뿐으로 보고 있다.

더 커진 무신사를 운영하기 위해 역할의 재분배가 필요하다고 판단, 실무에서만 물러나고 '숨은 지배자'로서 여전히 무신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조 대표는 최대 주주 및 이사회 의장으로서 여전히 주요 의사결정자로 단단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 조 대표가 가진 무신사 지분율은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략 65~70% 가량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그러나 업계는 적극적으로 사업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소비자의 높은 윤리 의식과 엄중해진 사회적 감시로 ‘자숙’하다 슬그머니 복귀하는 꼼수를 부린다면 회사 존속까지 위태해질 것으로 봤다.

조윤성 GS리테일 사장도 무신사와 마찬가지로 포스터 속 손 모양으로 인한 남성 혐오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논란이 터진 후 직접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지만, 여론을 쉽게 잠재울 수 없었다.

결국 GS리테일은 지난달 조직 개편을 통해 조 사장의 편의점사업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이 자리는 기존에 전략, 미래사업, DCX를 담당했던 오진석 부사장이 맡게 된다.

뿐만 아니라 GS리테일은 논란에 휩싸인 포스터 디자이너를 징계 조치했고, 마케팅팀장을 보직 해임시켰다.

'불가리스 사태'로 홍역을 치렀던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지난달 주주총회를 열고 사퇴를 공식화했다. 불가리스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가 역풍을 맞은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세종시에 세종 공장 2개월 영업 정지 처분을 요청했다.

결국 홍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오너 일가가 물러난 것과 더불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회사를 매각하며 57년 가업을 접었다. 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부터 황하나 마약 사건, 불가리스 사태까지 겪으며 불매운동이 이어졌고, 결국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은 남매인 세 자매에 의해 해임됐다. 구미현·명진·지은 세 자매는 지난 4일 주주총회 직후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신임 대표이사로는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를 선임했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보복 운전으로 특수재물손괴·특수상해 등 혐의로 기소됐으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17년엔 구지은 대표가 구 부회장의 전문경영인 선임을 반대하면서 임시 주총 개최를 요구했지만 언니 미현씨가 반대하면서 무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3일 구 부회장이 보복운전과 폭행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오너 리스크 해소를 위해 미현씨가 구지은 대표 편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 세대부터 경영 방식까지 전부 달라진 요즘, 기업들이 소비자의 눈치를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며 "오너 교체는 이미지 쇄신과 매출 회복을 위해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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