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기시다 총리와 첫 통화…"강제징용·위안부 해법 모색"
박준영 기자 bakjunyoung@hankooki.com 기사입력 2021-10-16 00:02:20
기시다 취임 12일 만에 정상통화
  •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15일 정상통화를 했다. 기시다 총리 취임 12일 만으로, 전임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8일) 때와 비교하면 사흘 정도 늦어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6시40분부터 30분동안 통화했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문제에 대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 범위에 대한 법적 해석에 차이가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관계가 몇몇 현안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의지를 갖고 서로 노력하면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양국 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외교당국 간 협의와 소통을 가속하자”고 말했다.

또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선 “피해자분들이 납득하면서도 외교 관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강제징용 및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설명하며 “외교당국 간 소통과 협의 가속화를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통화에서는 대북외교 문제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증강을 막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를 빨리 재개할 필요가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없이 직접 마주하겠다는 기시다 총리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이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이 된다"며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고 북미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완전한 이행과 지역의 억지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양국의 협력 강화에 대한 대화도 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로서, 동북아 지역을 넘어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함께 협력해야 할 동반자”라면서 “한반도 문제 이외에도 코로나 위기와 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공급망 문제 등 새로운 도전과제에 협력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양국 국민들 간의 긴밀한 교류를 위해 특별입국 절차 재개 등 가능한 조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는 코로나 대응 및 한일 간 왕래 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 취임 당일인 지난 4일 축하 서한을 보내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함게 노력해 나가자’는 뜻을 전달했다. 기시다 총리의 답신은 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기시다 총리는 취임 하루 뒤인 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통화를 시작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8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13일) 등 6명의 정상과 통화했다.

문 대통령과 정상통화는 7번째로, 전임 스가 총리 때 6번째로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는 없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31일 중의원선거를 앞둔 만큼, 한일관계에 대한 강경한 태도로 자국 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스가 내각 때부터 이어져왔던 냉랭한 한일 관계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실제 실무를 담당하는 양국 외교장관 관계도 얼어붙어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모테기 외무상과 만나 과거사 문제를 다뤘다. 이후 대전지법에서 미쓰비스중공업의 상표권과 특허권에 대한 매각 명령이 내려지자 모테기 외무상은 우리 정부를 비판했고, 정 장관은 모테기 외무상이 유임한 뒤 연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도 지난 3일 참의원 본회의 대표 질문에서 한일관계를 두고 “건전한 관계로 되돌릴 수 있는 해결책을 한국 측에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정상이 첫 통화에 나섰지만, 정상회담까지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호텔 회의장에서 스가 전 총리를 두 차례 만났으나, 재임 중 공식 정상회담을 가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게 마지막이다.

이달 말과 다음달 초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등 다자회의가 예정돼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한일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지만, 중의원선거가 예정돼 있어 두 정상의 대면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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