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결산] 올해 재계 화두는 "ESG 신드롬·거침없는 M&A"
안병용 기자 byahn@hankooki.com 기사입력 2021-12-30 08:00:09
  •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절박함은 기업의 생존 전략도 과감하게 바꿨다. 특히 올해 재계에선 더 이상 이윤만 추구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불안함이 강하게 감돌았다. 국내도 안심할 수 없는 기후변화와 코로나19 펜데믹을 거치면서 저성장 위기 탈출에 대한 절실함은 더욱 극대화됐다. 뉴노멀 시대로 접어든 재계 총수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혹독하게 채찍질한 이유다.

재계의 M&A(인수합병) 시장도 뜨거웠다. 미래의 먹거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며 열악한 경영환경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참전한 기업들 간의 ‘총성 없는 전쟁’은 치열하게 전개됐다. 미래 반도체와 수소, 로봇 등은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를 굳히며 변화와 혁신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기업들은 초단위로 매력적인 매물을 찾아 동분서주했다.

◇ 경영에 부는 ESG 바람

올해 ESG는 기업 경영 활동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화두를 넘어 아예 현안으로 부상했다.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비전은 ‘뉴삼성’이다. 그 기반이 ESG다. 이 부회장은 수감 생활을 하고 있던 지난 1월 옥중 메시지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삼성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ESG 경영을 핵심 축으로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사회적 공헌에 관심이 많다. 지난 8월 밝힌 ‘3년간 4만명 고용’ 계획과 9월에 발표한 ‘3년간 청년 일자리 3만개 창출’ 계획도 그룹 차원의 사회공헌 일환이다.

‘ESG 전도사’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그룹은 ESG를 테마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짰다. 전 계열사에서 ESG를 경영의 핵심영역으로 활용한다. 신규 투자 결정 시 ESG 포트폴리오 적합성을 우선 검토키로 한 SK(주), 용폐수 절감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는 SK하이닉스, 여성 인력 육성에 열중인 SK가스 등이 ESG 경영에 선두적인 역할을 하는 계열사다.

최 회장은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한 이후 재계 전반의 ESG 경영 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전사적으로 ESG 경영에 돌입했다. 특히 정의선 회장이 탄소중립 의지가 크다. 환경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23개 전기차 모델과 차세대 넥쏘 등 다양한 수소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정 회장은 청정 모빌리티 솔루션이라고 소개했다.

현대차는 올해 전 세계 수소차 시장에서 50%를 웃도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지난 3월부터 주요 계열사의 각 이사회 내에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확대 개편하고 환경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를 맡겨 ESG 대응을 강화했다.

LG그룹도 ESG 경영 보폭을 한층 넓혔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ESG 경영 체계 구축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지속가능한 LG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지주회사인 ㈜LG를 비롯해 LG전자 등 핵심 계열사들은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사업 추진과 기술 개발로 인류사회 공동의 미래에 기여한다’는 ESG 경영 목표를 세웠다.

지난 5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간한 ‘K기업 ESG 백서’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30대 그룹이 밝힌 환경 분야의 ESG 투자계획은 153조2000억 원에 달한다. 사업재편의 키워드는 ‘재생에너지·수소경제·배터리·순환경제’(SK), ‘재생에너지·수소경제’(한화), ‘수소경제’(현대차·효성) 등이다.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자체가 ESG 테마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 뜨거운 M&A 시장

현대차의 M&A가 가장 돋보인다. 지난 6월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약 9960억 원에 인수하며 기술 혁신에 시동을 걸었다. 글로벌 로봇 시장이 자동화 로봇 기술로 업그레이드되며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본 선제적인 조치다. 현대차가 최근 주력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과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SK는 수소와 반도체 기업에 투자를 집중했다. SK㈜와 SK E&S는 지난 1월 미국 플러그파워 지분 9.9%(15억 달러·약 1조 8000억 원)를 확보해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플러그파워는 수소 사업 밸류 체인(가치 사슬)에서 액화 수소 플랜트, 수소 충전소 건설 기술 등 다수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월 국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키파운드리 지분 100%를 5758억 원에 사들이며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키우기에 나섰다.

한화의 시선은 우주로 향했다. 지난 1월 한화 항공 엔진 전문 제조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 인공위성 전문 기업 쎄트렉아이를 인수하며 위성 사업 진출을 알렸다. 이어 3월에는 그룹의 우주 사업을 총괄하는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시켰다. 총수 후계자 1순위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스페이스 허브를 진두지휘한다는 점은 한화의 미래 동력이 우주 산업임을 방증한다.

‘유통 공룡’ 신세계그룹은 M&A 시장의 큰손이다. 지난 6월 이베이코리아 지분 80%를 3조 4400억 원에 인수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 15%로 단숨에 2위로 올라섰고, 이어 7월에는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17.5%를 4742억 원에 사들이며 1위 커피 프랜차이즈 효과를 그룹에 더했다. 또 SSG랜더스 1400억 원, W컨셉 2700억 원, 화성 테마파크 부지 8669억 원 등 과감한 베팅으로 유통 최강자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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