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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호랑이' 찰리 우즈의 미래가 궁금하다!
방민준 2020-12-23 06:42:51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 이벤트 대회인 PNC 챔피언십에 출전한 타이거 우즈의 아들 찰리 우즈가 최종 2라운드에서 골프스윙 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세계가 놀랐다. 
43년 전 타이거 우즈(45)의 등장에 놀랐던 세계 골프 팬들은 그의 11살 난 아들 찰리 우즈에 다시 놀랐다.

놀랍다. 타이거 우즈라는 불세출의 골프천재의 등장도 놀랍지만 그 2세까지 아버지를 뛰어넘을 수도 있는 골프천재로 성장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일찍이 타이거 우즈 같은 골프천재는 없었다. 2세 때부터 그린베레로 월남전에 참전했던 아버지 얼 우즈의 인도로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우즈는 TV쇼에 출연, 퍼팅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3세 때 캘리포니아주 사이프레스의 해군 골프클럽에서 9홀을 돌며 48오버파를 기록했다. 5세 때는 골프 다이제스트와 ABC방송의 '믿기 힘든 이야기(That's Incredible)'에 소개되기도 했다.

8세 때 9~10세를 대상으로 열리는 주니어 세계골프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15세 때에는 최연소 US 주니어 아마추어챔피언에 올랐다. 스탠퍼드대학 재학 중 US 아마추어챔피언십 3연패를 달성했다. 1995년 PGA투어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 아마추어로 참가, 공동 41위로 선전했다. 아마추어 선수 중 컷 통과는 우즈가 처음이었다. 

1996년 8월 프로로 전향하자마자 세계 골프 역사를 다시 써 내려갔다. PGA투어 통산 82승으로 샘 스니드와 최다승 타이기록을 달성했고 메이저 15승으로 잭 니클라우스의 최다승 기록(18승)에 3승 뒤졌을 뿐이다. 그의 골프 역사 다시 쓰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타이거 우즈의 등장 못지않게 찰리 우즈의 등장에 세계 골프 팬들이 술렁이고 있다. 아버지 우즈보다 늦게 등장했을 뿐 아들 우즈가 골프계에 던진 파문은 충격에 가깝다. 

타이거 우즈는 아버지의 의도에 따라 계획적으로 공개되고 홍보되었다면 아들 찰리 우즈는 아버지의 우호적 지원으로 골프를 익혀 스스로 자신을 알렸다.

지난 20~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칼튼GC에서 열린 PNC 챔피언십에서 드러난 찰리 우즈의 스윙에 세계 골프 팬들은 열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골프천재 소리를 들어온 미셸 위나 리디아 고 등이 주니어시절 눈이 휘둥그레지는 스윙을 보이긴 했지만 찰리 우즈와 같은 충격을 주지는 않았다.

‘11살짜리가 과연 저런 스윙이 가능하기나 한가?’란 의문을 떨치지 못하면서 그의 플레이에 빨려들 수밖에 없었다.

이 대회는 한 팀의 선수 두 명이 각자 티샷을 하고, 두 개의 티샷 결과 중 더 유리한 쪽을 택해 두 명 모두 그 지점에서 다음 샷을 하는 스크램블 방식으로 그동안 ‘Father/Son Challenge’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올해부터 모바일·온라인 뱅킹기업인 PNC가 스폰서를 맡으면서 이름이 PNC 챔피언십으로 바뀌었다. 왕년 또는 현역의 유명 골프 스타 20명이 아버지나 아들, 딸, 사위 등 가족들과 팀을 이뤄 벌이는 이틀짜리 이벤트 대회다. 지금까지 23차례 열렸다.

예년 같으면 미디어도 짤막하게 경기 결과 정도만 보도하고 지나갔을 대회가 우즈 부자가 출전하면서 메이저대회 못지않은 관심을 모았다. 

PNC 챔피언십 대회는 찰리 우즈의 공식 데뷔전이 되었다. 미디어와 골프 팬들의 시선은 참가자 중 가장 어린 ‘새끼 호랑이’ 찰리 우즈에 모아졌다. 

찰리 우즈의 생년월일은 2009년 2월 9일. 만으로 따지면 11세 10개월이 조금 넘는다. 한국식 나이로는 12세다. 스웨덴 출신 모델인 전부인 엘린 노르데그렌과의 사이에서 딸 샘 알렉시스 우즈(13)의 동생으로 태어났다. 

찰리의 스윙은 우즈의 복사판이다. 11살 아이로서는 흉내도 내기 힘든 타이거 우즈의 스윙을 판박이처럼 재현했다. 어쩌다 한번이 아니라 모든 스윙이 그랬다. 

스윙뿐만 아니라 경기를 이끌어가는 자세나 루틴이 타이거 우즈의 그림자 같았다. 지켜보는 골프 팬들은 전율을 느꼈다.

전체적인 스윙은 물론 손목을 쓰지 않는 것이나 몸의 축을 철저히 지키고 왼쪽 벽을 견고하게 유지하면서 몸을 유연하게 회전시키는 동작은 젊은 시절의 타이거 우즈를 연상케 했다. 다른 것을 찾자면 다운스윙 때 타이거 우즈는 끝까지 왼쪽 발바닥이 지면을 움켜쥐고 있는 데 반해 찰리 우즈는 지면에서 떨어진다는 점 정도였다. 아직 성인의 근력이 형성되지 않은 탓이다.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 이벤트 대회인 PNC 챔피언십에 출전한 팀 우즈(타이거 우즈, 찰리 우즈)가 최종 2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경기에 임하는 태도도 타이거 우즈의 재판이었다. 경기 중 그는 신중하고 침착했다. 진지하고 집중했다. 한순간도 참을성 없는 아이 같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셋업 하기 전의 루틴이나 샷 이후의 움직임, 퍼팅을 성공하고 나서의 세리머니 동작까지 비슷했다. 거의 전성기의 타이거 우즈를 그대로 축소해놓은 듯했다. 옷까지 1라운드 땐 보라색 티에 검은색 바지, 2라운드에선 빨간색 티에 검은색 바지로 맞춰 입었다.

1라운드 3번 홀(파5)에서 홀까지 175야드를 남기고 찰리가 우드로 두 번째 샷을 날려 홀 1m 가까이 붙여 이글을 하곤 주먹을 불끈 쥐며 어퍼컷을 내지르는 모습은 타이거 우즈의 아바타였다.

경기 결과 2라운드 합계 25언더파를 친 저스틴 토마스 부자가 우승을 차지했다. 비제이 싱 부자팀이 24언더파로 2위, 마크 오베라 부자팀과 리 트레비노 부자팀이 23언더파로 공동 3위, 톰 카이트 부자팀과 맷 쿠차 부자팀이 22언더파로 공동 5위, 우즈 부자팀은 합계 20언더파 7위에 올랐다.

미디어나 골프 팬들은 순위를 제쳐두고 찰리 우즈에 열광했다. 

수십 년 골프에 매달리면서도 도달하기 어려운 스윙을 11살짜리가 해내다니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떡잎만 놓고 보면 타이거 우즈와 같은 반열에 오르거나 뛰어넘을 수 있어 보이는 대물(大物)이다. 어미 호랑이를 실망시키지 않을 무서운 새끼 호랑이다. 

골프 역사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토너먼트에서 모두 우승하는 ‘부전자전(父傳子傳)’의 사례는 적지 않다. 

19세기 영국의 톰 모리스 부자는 디 오픈에서 각각 4회 우승한 기록을 남겼다. 1869년엔 부자가 디 오픈에 출전, 아들이 1위, 아버지가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7세의 나이에 1868년 디 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영 톰’은 안타깝게도 24에 요절, 더 이상 부자 우승의 기록을 늘리지 못했다.

윌리 파크의 가족은 아버지와 아들 삼촌까지 디 오픈에 도전, 아버지가 4승, 아들이 2승, 삼촌이 1승을 올리기도 했다.
PGA투어에서 9승을 올리고 챔피언스 투어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는 제이 하스의 아들 빌 하스도 PGA투어에서 6승을 올렸다. 

찰리 우즈는 이런 부자(父子) 골프 역사를 고쳐쓰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찰리 우즈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찰리는 5살 때부터 각종 키즈대회에 참가해왔다. 2016년 US 키즈골프 사우스플로리다 투어에서 공동 2위에 올랐고 2019년 US키즈 토너먼트에서 2위를 차지했다. 올 8월에는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지역대회 소년부에서 우승했다. 타이거 우즈는 아들이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만사를 제치고 캐디로 나서거나 동행했다.

아버지 우즈는 아들에게 최상의 골프를 지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통한 깨달음을 전수해줌은 물론 최고의 교습가나 심리전문가를 붙여 자신을 능가하는 골퍼로 양육(養育)할 수 있다.

아들 우즈의 골프 관련 지혜는 아버지 우즈를 능가한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숱한 담금질로 완성된 타이거 우즈의 스윙을 저렇게 재현해낼 수는 없다.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 이벤트 대회인 PNC 챔피언십에 출전한 타이거 우즈가 최종라운드를 끝낸 뒤 찰리 우즈를 껴안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앞으로가 문제다. 지금까지는 부자가 골프에서 재미를 느끼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행복할 수 있었다. 

만약 찰리가 나이를 먹으면서 골프가 아닌 다른 것에 관심을 갖고 골프보다 더한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골프에 열정을 쏟는 자신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며 정체성을 찾아 여러 길을 탐색할지도 모른다.

찰리가 이런 갈림길을 만났을 때 아버지로서 계속 골프를 강요할 것인가, 다른 길로 가도록 놓아줄 것인가.

찰리 우즈가 훌륭한 골퍼로 성장하는 데는 찰리 자신은 물론 타이거 우즈의 자세와 무관할 수 없다.

“아들을 골프 선수로 키울 생각인가?”라는 미디어의 질문에 타이거 우즈는 “그 문제는 전적으로 아들 생각에 달려 있다”며 아들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개방적 자세를 보이고는 있다.
그렇지만 경기를 마친 뒤 우즈는 “말도 표현하기 힘들다. 평생 간직할 추억을 만들었다. 아들과 나 둘한테 특별했다”고 골프 공유를 통한 행복감을 털어놓았다.

아들의 이름을 지은 배경을 보면 타이거 우즈의 복심(腹心)을 짐작할 수 있다.

아들의 풀 네임은 찰리 엑셀 우즈(Charlie Axel Woods)다. 가운데 Axel은 엘린 노르데그렌의 오빠 이름에서 차용했고 앞 이름 Charlie는 찰리 시포드(Charlie Sifford, 1922~2015)에서 따왔다.

찰리 시포드가 누구인가. 갖은 차별과 협박 속에서 인종차별의 벽을 허물고 흑인 최초로 PGA투어 멤버가 되어 통산 2승을 거둔 흑인 골프의 아버지다. 흑인 최초로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고 골프의 고향 세인트 앤드루스대학으로부터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4년엔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자유훈장’을 받았다. 

타이거 우즈에겐 흑인 프로골퍼의 길을 열어준 시포드는 정신적 아버지나 다름없다.

아들에게 그의 이름을 붙였으니 타이거 우즈의 본심 또한 아들이 찰리 시포드의 뜻을 받들어 대를 이어 골프에서 이름을 빛내주길 기대했을 것은 자연스럽다.

한편으론 골프 외골수로 살면서 그로 인한 스트레스와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성 편력 등 일탈 행위를 일삼은 자신을 돌아보면서 골프 아닌 다른 길을 허용할 수 있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찰리 우즈가 갈 길은 과연 어떤 길일까.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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