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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빛난 '더그 김' 누구인가?…PGA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방민준 2021-03-16 07:57:05
더그 김이 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12~1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 비치의 TPC 소그래스(파72·7189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멀고 험한 사막횡단 마라톤을 방불케 했다.

이 대회 참가자는 154명. 톱스타급 선수를 비롯해 무서운 상승세의 신예들, 화려하진 않지만 오랜 기간 투어카드를 잃지 않은 맹장들, 지명도 차이만 있을 뿐 모두가 한 가닥 하는 선수들이다. 

나흘간 TPC 소그래스에서 펼쳐진 대회는 그야말로 아프리카 야생의 대각축전이었다.

라운드별로 선두그룹이 뒤바뀌면서 대혼전이 벌어졌다. 중하위그룹에서 선두로 솟구치는가 하면 선두그룹에서 중하위그룹으로 추락하고 중상위권을 형성하며 우승 경쟁을 벌일 만한 선수들(로리 매킬로이, 리키 파울러, 잰더 쇼플리, 헨릭 스텐손, 토니 피나우, 그래엄 맥도웰, 웹 심슨, 버바 왓슨, 스코티 셰플리, 토미 플릿우드, 프란체스코 몰리나리, 카메론 챔프, 이언 폴터, 브랜트 스네데커, 맷 쿠차 등)이 무더기로 컷 오프 당하는 등 사막횡단 마라톤에서나 일어날 일들이 속출했다.

마지막 라운드의 대혼전 속에 저스틴 토머스(27)의 추월 우승이 돋보였다. 

브라이슨 디섐보와 리 웨스트우드의 우승 경쟁으로 압축되는가 싶었으나 3타 차 공동 3위로 출발한 저스틴 토머스는 이글 1개와 버디 4개를 잡고 보기는 2개를 기록해 4언더파를 쳤다. 디섐보와 웨스트우드는 서로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다 저스틴 토마스의 추월을 허용했다.

브라이슨 디섐보와 리 웨스트우드는 직전대회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도 마지막 라운드에서 우승 경쟁을 벌였던 터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의 재대결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두 선수가 스포트라이트에 갇혀 다투는 사이 저스틴 토머스가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챙긴 형국이 되었다.

한국선수로는 안병훈과 강성훈이 컷 탈락하고 김시우와 임성재가 각각 공동 9위와 공동 17위, 이경훈이 공동 41위에 이름을 올려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이런 대혼전 속에 한국 팬의 눈길을 끄는 선수가 보였다. 
재미 교포 더그 김(Doug Ghim).

그는 1라운드에서 1언더파로 공동 4위에 올라 출발이 순조로웠다. 2라운드에서는 5타를 줄이며 합계 6언더파로 브라이슨 디섐보, 브라이언 하먼, 임성재와 함께 공동 5위 그룹에 포함됐다. 단독 1위 리 웨스트우드와 3타 차이였다.

더그 김과 임성재는 한 조로 편성된 3라운드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더그 김은 4타를 줄였다. 한때 공동 선두에 오르기도 했다. 반면 임성재는 종일 되는 게 없어 무려 5타를 잃었다. 

4라운드에서 더그 김은 공동 3위로 저스틴 토마스와 한 조로 엮인 뒤 또 희비가 엇갈렸다. 저스틴 토마스가 4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로 나서는 사이 더그 김은 무려 6타를 잃고 공동 29위로 내려앉았다.

2019년 PGA투어 2부인 콘페리투어 상금순위 공동 50위에 들어 2020-2021시즌 PGA투어에서 뛰기 시작했으니 아직은 ‘하룻강아지’다.

1996년 4월16일 생이니 곧 24세다. 키 176cm로 큰 편은 아니나 다부진 체격을 가졌다. 한국이름 김샛별.

일천한 PGA투어 경력이 말해주듯 이번 대회에 임한 그의 얼굴은 흥분으로 상기돼 있었고 경기 결과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감정 제어에도 익숙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가 골퍼가 된 사연이 기막히다. 
2017년 8월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서쪽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119회 US 아마추어 골프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주인공은 더그 김이었지만 메스컴은 아버지 제프 김(62)을 더 비중있게 다루었다.
이 대회 예선부터 결승까지 아들의 캐디백을 멘 그는 더그의 유일한 스승이자 캐디였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아버지 제프는 30세 이전에는 골프의 문외한이었다. 그러나 우연히 골프를 배우자마자 엄청난 재능을 발휘, 6개월도 안 돼 싱글 핸디캐퍼가 되자 프로골퍼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 꿈은 금방 깨졌다. 어느 날 아침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움직일 수 없었고 결국 척추 수술을 받아야 했다. 프로 진출을 포기한 그는 시카고에서 건축 관련 일을 하며 항공사 승무원이던 아내(수잔 김)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야구를 즐기던 더그에게 골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6살 때 더그는 골프를 배운지 3개월 만에 10~12세가 출전하는 지역 토너먼트에서 깜짝 우승했다. 가능성은 확인했지만 문제는 돈이었다. 집 뒷마당에 테니스 네트로 망을 만들고 1m 정도 뒤에서 그냥 공만 치는 연습을 했다. 

더그의 자질을 알아본 인근 골프장에서 할인 혜택을 주고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가 재정 보조 프로그램을 소개해주면서 골프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게 되었다. 

2013년 US 주니어챔피언십에서는 준결승까지 진출했고, 2014년 US 아마추어 퍼블릭링크스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4년 고교 랭킹 5위까지 오른 그는 텍사스대에 진학했다.
2016년 시즌 ‘빅12’(미국의 지역별 대학리그)에서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던 더그는 2017년 US 아마추어 골프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뒤 2018년 마스터스 토너먼트와 US오픈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선 아마추어로는 유일하게 컷을 통과해 공동 50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8년 대학 최우수 골퍼에게 수여하는 벤 호건 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누나 데보라 김은 하버드대학 출신으로 뉴욕에 살고 있다. 
더그 김은 PGA투어에서 활약하는 메버릭 맥닐리(25)의 매우 친한 룸메이트로 라스베이거스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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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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