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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상자' 열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해링턴, 매킬로이에 '비거리' 조언
방민준 2021-03-19 00:11:35
파드레이그 해링턴과 로리 매킬로이. 사진은 2019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PGA챔피언십에서 동반 경기했을 때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판도라(Pandora)는 그리스어로 ‘모든 선물을 받은 여자’라는 뜻이다.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쳐 인간들에게 주자 화가 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코카서스의 산에 메어놓고 독수리가 간을 파먹게 하는 벌을 내리고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토스를 불러 여신처럼 아름다운 여자를 만들게 한 뒤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에게 주었다.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다른 신들은 저마다 여자에게 선물을 주고 재능을 불어 넣었다.

프로메테우스는 판도라가 겉보기엔 더없이 아름답지만 마음 속에는 거짓이 차 있음을 알아채고 동생에게 제우스의 선물을 조심하라고 경고했으나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의 아름다움에 빠져 아내로 맞이했다.

제우스는 그들 부부에게 결혼 선물로 상자 하나를 주며 “이 상자를 안전한 곳에 고이 간직하거라. 그러나 어떤 일이 있어도 열어보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 상자는 만물에게 재능을 부여하고 남은 필요 없는 것, 온갖 나쁜 것들을 모아놓은 것이었다.

에피메테우스는 형 프로메테우스의 경고를 잊고 상자를 집 한구석에 숨겨 두었다. 판도라는 상자 속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 에피메테우스에게 상자를 열어보자고 졸랐다. 에피메테우스가 제우스의 말을 거역할 수 없다며 거절하자 판도라는 에피메테우스가 없는 사이에 상자를 몰래 열었다.

상자를 열자 증오, 질투, 잔인성, 분노, 굶주림, 가난, 고통, 질병, 노화 등 장차 인간이 겪게 될 온갖 재앙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깜짝 놀란 판도라가 급히 상자를 닫았으나 상자 안의 나쁜 것들은 이미 전부 빠져나온 뒤였다. 안에 남은 것은 희망뿐이었다. 인간들이 갖가지 불행에 시달리면서 희망을 잃지 않는 이유라고 한다. (위키 백과 참조)

파드레이그 해링턴(49·아일랜드)이 로리 매킬로이(31·북아일랜드)에게 의미심장한 충고를 했다.

해링턴은 최근 골프 전문잡지 골프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비거리 증대에 매달리는 것은 판도라 상자를 여는 셈”이라며 비거리 증대에 집착하지 말 것을 충고했다.

해링턴은 “나 역시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줄곧 비거리를 늘리는데 골몰했었다”라며 “비거리 증대를 쫓는 건 일종의 중독이다. 언젠가는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젊을 때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비거리는 줄어들고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며 “비거리 증대에 매달리는 것보다 경기에서 강한 정신력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링턴은 또 “시속 180마일인 매킬로이의 볼스피드는 대단한 것이다. 시속 190마일로 볼을 치는 장타자는 지금 투어에서 브라이슨 디섐보 한 명밖에 없다. 매킬로이는 물론 모두가 디섐보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골프채를 잡은 이상 ‘Far and Sure(멀리 그리고 정확히)’라는 화두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모든 골퍼들에게 파드레이그 해링턴이 던지는 메시지는 화살처럼 가슴에 꽂힌다.

메이저 3승을 포함해 유러피언투어 15승, PGA투어 6승을 올렸고 지금도 EPGA투어와 PGA투어, 시니어투어 등에서 뛰고 있는 해링턴은 올 9월 열릴 미국-유럽 골프대항전인 라이더컵 유럽팀 단장이다. 

미국과 유럽대륙의 자존심을 건 대항전의 사령관이 팀의 핵심 전력인 로리 매킬로이에 던지는 애정 어린 충고이자 모든 골퍼를 위한 금과옥조로 들린다. 

로리 매킬로이로 말하면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톱클래스 선수다. 이제 갓 31세에 PGA투어 18승(메이저 4승), 유러피언투어 8승, 기타대회 1승 등 혁혁한 전과를 쌓았다.
사실 그 역시 소문난 장타자다. 2019년까지만 해도 비거리에서 디섐보를 훨씬 능가, PGA투어 최고의 장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디섐보가 이 판도를 뒤집었다. 단백질을 집중적으로 섭취하며 근력 운동으로 몸집을 불리면서 PGA투어에 비거리 증대신드롬을 일으켰다.
어찌 보면 매킬로이도 디섐보가 일으킨 ‘비거리 신드롬’의 희생자다. 

현재의 매킬로이의 드라이버 평균 거리는 319.1야드로 브라이스 디섐보(320.8야드)에 이어 2위다. 겨우 1.7야드(1.55m) 차이다. 페어웨이 안착률에선 57.2%(144위)로 디섐보(58.2%, 137위)보다 약간 뒤진다. 파온 확률에서도 66.05%(126위)로 디섐보(67.41%, 90위)보다 조금 낮다.

실제 경기에서 디섐보의 드라이버샷이 항상 가장 멀리 나가는 것은 아니다. 꼭 필요할 때 장타를 일발 장진할 뿐이다.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디섐보는 모두가 돌아가는 베이힐클럽 6번 홀(파5)에서 원온을 시도하겠다고 호언했으나 1, 2라운드에선 시도하지 않았다. 3, 4라운드에서 도전에 나서 한번은 성공하고 한번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옆에서 지켜본 사람은 남이 성공한 것만 머리에 남는다. 매킬로이의 머리에도 디섐보가 대포처럼 쏘아올린 드라이버샷이 강하게 각인 되었을 것은 당연하다. 

그는 “작년 10월부터 스윙스피드를 높이려고 스윙 궤도를 더 낮추고 몸통 회전을 더 늘렸다. 볼은 더 멀리 날아갔지만, 스윙은 전체적으로 나빠졌다”고 실토했다. 제5의 메이저인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컷 탈락한 것도 디섐보 흉내를 내려다 샷이 망가졌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다시 예전 스윙을 되찾으려 한다”는 매킬로이의 새로운 다짐은 ‘가장 익숙한 자신의 스윙’으로의 회귀를 뜻하는 귀중한 깨달음이 아닐 수 없다. 
‘언젠가 치를 비싼 대가’를 예방하는 ‘롱런 골퍼’의 길을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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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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