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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고·타바타나킷, 주말골퍼들에게 위안을 안기다!…LPGA LA오픈
방민준 2021-04-25 13:44:42
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휴젤·에어프리미어 LA오픈에 출전한 리디아 고, 패티 타바타나킷이 컷 탈락했다. 사진제공=Getty Images


[골프한국] 한 달에 한두 번 라운드할까 말까 하는 주말골퍼들에게 프로골퍼들은 경배의 대상이다. 주말골퍼들이 시정의 보통사람이라면 그들은 녹색 신전의 신들이다.

주말골퍼들은 프로골퍼들의 스윙을 따라 하기 위해 기를 쓴다. 중계방송을 보며 한 샷 한 샷에 감탄을 토해낸다. 연습장에서도 그들의 스윙을 머릿속에 그리며 땀을 흘린다. 열성파는 그들의 플레이를 옆에서 직접 보고 배우기 위해 없는 시간을 내어 대회장을 찾기도 한다.

경배의 대상인 프로골퍼들이 주말골퍼들에겐 절망이 원인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주말골퍼들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다른 세계’에서 노니는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경탄하고 찬미하면서도 동시에 그들의 언저리에도 다가갈 수 없는 자신들의 모습에 절망과 좌절을 맛본다.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빠르고 힘찬 스윙, 비교조차 되지 않는 비거리와 정확도 등은 주말골퍼들에게 경배의 대상인 동시에 절망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런 까닭으로 프로골퍼들의 추락은 주말골퍼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준다. 

그들의 추락에 마냥 박수치고 환호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프로골퍼도 저런데 내 정도의 추락은 별것 아니구나!’ 하고 위안을 얻는다. 추락했던 그들이 길고 긴 슬럼프의 터널을 지나 부활의 날개를 펼치듯 자신도 날개를 훨훨 펼칠 날이 오리라는 희망도 갖는다.

22~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윌셔CC에서 열린 휴젤·에어프리미어 LA오픈은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보기 드문 대회였다.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속출했다.

‘LPGA의 디섐보’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4월 초 메이저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LPGA투어 데뷔 첫승을, 그것도 와이어 투 와이어로 우승한 패티 타바타나킷(21·태국)의 컷(2오버파) 통과 실패와 직전대회 롯데 챔피언십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3년 만에 우승 갈증을 푼 뉴질랜드 동포 ‘골프천재’ 리디아 고(23·한국이름 고보경)의 컷 통과 좌절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골프에선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지만 상승기류의 맨 꼭대기에 있던 선수들이 급전직하로 추락하리라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한두 명의 선수가 그랬다면 ‘운이 억세게 나빴던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겠지’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LA오픈에선 한밤에 유성 떨어지듯 유난히 많은 별들이 곤두박질쳤다.

박성현(27), 이미림(30), 최운정(30) 등 한국의 주축선수들도 컷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근 필드로 돌아온 엄마 골퍼 미셸 위 웨스트(31)도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롯데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9언더파를 치며 단숨에 공동 6위로 올라섰던 신지은(28)은 1라운드에서 기권했다.

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휴젤·에어프리미어 LA오픈에 출전한 쩡야니가 실격 처리됐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1라운드에서 80타대를 기록한 뒤 스코어카드에 사인을 하지 않고 가는 바람에 실격 처리된 대만의 쩡야니(32)는 되레 주말골퍼들의 동정을 사는 신세가 되었다.

한때 109주간 여자골프 랭킹 1위를 지켰던 쩡야니는 까닭 모를 슬럼프에 빠져 2019년 롯데챔피언십 이후 경기에 나오지 않다가 2년여 만인 올해 복귀했다. 2008년에 LPGA투어에 데뷔, 장타를 휘두르며 통산 15승(메이저 5승)의 화려한 기록을 쌓았던 그는 올해 복귀해서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개 대회에서 80타대 타수만 5번 기록하며 주말골퍼로부터 동정을 받는 입장으로 전락했다. 그의 현재 세계랭킹은 1045위까지 떨어졌다.

한 달에 몇 번의 라운드 때마다 골프채를 팽개치고 싶은 충동을 경험하는 주말골퍼들에게 이들 세계적인 프로골퍼들의 추락은 위안이다. 상대방의 추락에 위안을 얻는다는 게 서글프긴 하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제시카 코다(28·미국), 브룩 핸더슨(23·캐나다) 등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다 운까지 따라준 핸더슨에게 우승을 내주고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로 한나 그린(24·호주)과 함께 공동 3위에 머문 세계랭킹 1위 고진영(26)도 한국 골프팬들에게 큰 아쉬움과 함께 작은 위안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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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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