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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낄 틈 없는' 이경훈, AT&T 바이런넬슨서 PGA투어 첫 우승
방민준 2021-05-17 07:24:51
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 골프대회 우승을 차지한 이경훈 프로.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이경훈(29)은 13세 때 체중을 줄이기 위해 골프를 시작했다가 골프의 매력에 빠져 아예 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부모들의 권유 또는 강요로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과는 좀 다르다. 스스로 골프의 재미를 깨달아 부모의 간섭없이 골프에 매진한 드문 경우다.

그러다 보니 ‘구르는 돌은 이끼 끼지 않는다(A rolling stones gathers no moss)’가 그의 좌우명이 되어버렸다.

그는 ‘구르는 돌’이었다. 주니어시절을 거쳐 PGA투어에 이르기까지 그에겐 이끼 낄 틈이 없었다.

2012년 일본 프로골프투어(JGTO) 나가시마 시에고 인비테이셔널 우승을 시작으로 2015년 혼마 투어월드컵에서 우승을 챙긴 뒤 2015, 2016년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연승하고는 눈을 PGA투어로 돌렸다. 2016년 PGA투어의 2부 리그인 콘페리투어를 거쳐 2019년 대망의 PGA투어에 입성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 영향으로 2019-2020시즌 제대로 뛸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RSM 클래식 공동 5위,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공동 13위, 푸에르토리코 오픈 공동 14위가 고작이었다. 

지난해 9월 초 시작된 2020-2021시즌 역시 출발은 초라했다. 시즌 개막전인 세이프웨이 챔피언십과 두 번째 대회 코랄레스 푼타카나 리조트 & 골프 챔피언십에서 연속 컷오프 당했다.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에서 공동 4위에 올라 상승세를 타는가 싶더니 슈라이너 아동병원 오픈에서 또 컷 탈락하는 등 6차례나 컷 통과에 실패했다.

그러면서도 꾸준히 중위권을 맴돌더니 지난 2월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에서 공동 2위에 올라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4~1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에서 열린 PGA투어 AT&T 바이런 넬슨 대회에서 이경훈은 나흘 연속 맹타를 휘둘렀다. 세계의 골프 팬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는 21~24일(한국시간) 열리는 메이저 PGA챔피언십의 전초전이라 세계 톱클래스의 선수들이 총출동한 대회에서 PGA투어 도전 80번째 만에 천금 같은 첫 승을 품었다.

세계의 골프 팬들도 놀랐다. PGA투어에 저런 선수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브라이슨 디섐보, 존 람, 조던 스피스, 마쓰야마 히데키, 리 웨스트우드, 해리스 잉글리쉬, 카메론 챔프, 제이슨 데이, 세르히오 가르시아 등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이경훈을 빛내는 조명등 역할을 했다.

첫 라운드에서 버디 8개, 보기 1개를 기록해 7언더파 65타로 공동 선두 조던 스피스와 J.J 스폰(9언더파 63타)에 2타 뒤진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렸다. 

2라운드에서도 그는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쓸어 담아 중간합계 14언더파 130타로 선두 샘 번스(17언더파)와 스웨덴의 알렉스 노렌(15언더파)에 이어 단독 3위로 반환점을 돌았다.

3라운드에서도 이경훈은 뒷심을 발휘 보기 없이 5언더파를 쳐 중간합계 19언더파로 샘 번스를 1타차로 추격했다. 조던 스피스, 알렉스 노렌 등이 17언더파로 공동 3위 그룹을 형성했다.

마지막 라운드가 압권이었다. 이경훈이 이끼 낄 틈 없이 부지런히 굴러온 보람을 거둬들인 위대한 라운드였다. 

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 골프대회 우승을 차지한 이경훈 프로가 챔피언조 선수들과 18번홀 그린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빗속에 시작된 마지막 라운드에서 2, 3, 4번 홀에서 3연속 버디를 하며 단독 선두로 나선 이경훈은 별에서 온 외계인처럼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마치 자동차경주를 보는 듯했다. 샘 번즈, 패턴 키자이어, 대니얼 버거, 찰 스워첼(남아공), 스콧 스톨링 등이 맹렬히 추격했지만 ‘구르는 돌 이경훈’을 멈춰 세울 수 없었다.

이경훈의 광휘(光輝)에 세계 골프 팬들의 뇌리에 박힌 스타 거물들도 별수 없이 존재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악천후로 중단되었다가 속개된 16번 홀에서 아쉽게 두 번째 보기를 했지만 그의 엔진은 식지 않았다. 17번 홀(파3) 버디에 이어 18번 홀(파5)에서도 버디 퍼팅을 홀컵에 떨구며 사흘간의 극적인 드라마의 대미를 장식했다. 최종합계 25언더파로 2위 샘 번즈와 3타차의 완벽한 승리였다. 

마지막 홀을 떠나는 그를 위해 배가 부른 아내 유주연 씨와 최경주, 강성훈 선수가 축하의 허그를 선물했다. 무대를 내려오는 그에겐 다음 주 열리는 메이저 투어챔피언십의 출전권은 물론 2023년까지의 PGA투어 시드권과 페덱스랭킹 포인트 500점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 골프의 전설인 바이런 넬슨(John Byron Nelson, Jr. 1912~2006)의 이름이 걸린 대회에서의 PGA투어 첫 승이라 그에겐 더욱 의미가 깊을 것이다. 

1935년부터 1946년까지 PGA투어에서 활동한 그는 전설적인 골퍼 벤 호건, 샘 스니드와 동갑으로 불꽃 같은 선수생활을 보냈다. 짧은 활동기간에도 불구하고 1945년 PGA투어에서 11개 대회 연속 우승과 그해 18개 대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34세에 은퇴한 뒤 농장 주인으로 일생을 보냈다.

넙데데한 얼굴에 한국인의 DNA가 물씬한 그는 한때 가수의 꿈을 키웠을 정도로 좋은 목소리를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록을 즐기고 가라오케에서 노래를 즐겨 부른다는 그가 아내와 친지들에게 어떤 노래를 부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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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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