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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팅은 마술이다!…캔틀레이와 디섐보의 명승부
PGA 플레이오프 2차전 BMW 챔피언십
장보구 2021-09-02 07:53:02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아담 스콧이 퍼팅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몇 년 전이었을까. 롱 퍼터를 든 아담 스콧이 그린 위로 올라오는 장면을 보고 눈을 떼지 못한 적이 있었다. 수려한 용모와 큰 키에 어울리는 긴 퍼터는 전사의 긴 창처럼 그를 돋보이게 했다. 퍼터를 들고 그린 위로 오르는 선수를 보다 보면 마지막 혈투를 앞둔 ‘글레디에이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은 골프의 묘미를 알기 시작하면서 스코어에 집착하게 된다. 그래서 타수를 줄이기 위해 하는 연습법으로 100m 이내의 샷과 50m 이내의 어프로치 샷을 통해 홀에 붙이고자 시간을 많이 쏟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그린 플레이에는 조금 등한시하는 편인데, 그것은 연습장의 환경과 퍼팅 연습이 주는 지루함 때문일 것이다. 

퍼팅 연습은 골프에서 가장 따분하고, 시간에 비해 지루하고 길게 느껴지곤 한다. 특히 혼자 연습할 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선수들도 삼삼오오로 떼를 지어 연습을 하는데 바닥에 스틱을 놓고 정렬하는 연습과 메트로놈을 켜놓고 퍼팅 스트로크와 리듬에 집중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정규시즌의 경기가 끝나면 순위에 따라 플레이 오프를 거쳐 한국 시리즈에서 최종 승자를 결정한다. 정규시즌의 대미를 장식하는 ‘왕중왕’을 뽑는 이 대회는 그래서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다. 

프로골프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최고의 선수를 결정하게 되는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도 지난 8월 19일부터 플레이오프 시즌을 치르는 주간이다. PGA 투어 플레이오프 2차전 BMW 챔피언십 대회에는 한국 선수인 임성재, 김시우, 이경훈 선수가 출전했다.

PGA 투어 플레이오프 2차전 BMW 챔피언십 대회에서는 플레이오프 1차전 노던 트러스트 대회처럼 연장 승부가 펼쳐졌다. 1차전 노던 트러스트 대회의 연장 승부가 캐머런 스미스의 티샷 실수로 토니 피나우의 조금은 싱거운 승리였다면, 2차전 BMW 챔피언십 대회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긴장감 속에 치러진 명승부였다. 

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2차전 BMW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다툰 브라이슨 디섐보와 패트릭 캔틀레이.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마지막 18번 홀에서 6.6m의 버디를 먼저 성공해서 27언더파로 동타가 된 패트릭 캔틀레이는 브라이슨 디섐보가 남겨놓은 3.8m의 버디 퍼트를 기다려야 했다. 브라이슨 디섐보의 버디 퍼트가 홀에 떨어졌다면 둘째 날 12언더파의 괴력이 상기될지도 모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골프의 신’은 냉혹했고 공은 홀에 떨어지지 않았다. 승부는 연장으로 들어갔다. 연장 승부는 먼저 파 4홀인 18번 홀에서 시작하고 승부가 나지 않으면 파 3홀인 17번 홀로 옮겨서 치르게 된다. 일몰 전까지 두 개의 홀을 오가면서 승부를 가른다.

중계를 하는 아나운서와 해설자는 두 사람을 비교하면서 여러 측면에서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는데, 두 사람의 거리 차이는 두 클럽이나 세 클럽의 차이라고 했다. 350야드의 드라이버샷을 보내는 브라이슨 디섐보와 310야드 안팎의 패트릭 캔틀레이는 외견상 보이는 ‘거리의 게임’에서 디섐보의 완승이 분명하지만, 캔틀레이는 그린 주변의 숏게임 능력이 1위라고 알려준다.

헌팅캡을 쓰고 헐크처럼 부풀어 오른 근육질의 몸으로 자신의 스윙을 만들어내 ‘똑바로 멀리 치는’ 브라이슨 디섐보와 차분해 보이는 인상으로 표정의 변화를 잘 드러내지 않는 패트릭 캔틀레이의 연장 승부는 로마시대의 검투사의 대결 같았다. 

한쪽이 다혈질의 화끈한 공격형의 성향이라면 다른 한쪽은 파워에서는 밀리지만 지능적으로 치고 빠질 것 같은 수비형의 성향을 가진 선수간의 대결 같았다. 

브라이슨 디섐보와 패트릭 캔틀레이가 우승을 다툰 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2차전 BMW 챔피언십 대회 18번 홀 그린의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18번 홀 뒤편으로 콜로세움처럼 관객석이 자리잡고 있고, 멀리 키 큰 나무가 줄지어 서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두 명의 글래디에이터가 자신의 무기를 손에 들고 그린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각자 믿는 골프의 신이 있다면 이 냉혹한 승부에 마침표를 찍어달라고 간절히 빌었을 것이다.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승부는 연장 6번째 홀까지 계속되었지만, 어쩌면 2번째 연장에서 브라이슨 디섐보는 승부를 결정지었어야 했다. 상대의 파 퍼트보다 짧은 1.9m의 버디 퍼트를 남겨놓았을 때 갤러리를 비롯한 시청자들은 브라이슨 디섐보의 우승을 생각하고 있었다. 

퍼팅 그립을 암록 스타일로 잡은 디섐보의 공이 왼쪽 홀을 타고 옆으로 흘렀을 때 탄식의 한숨소리로 스타디움의 어느 면이 사라져 버려도 모를 것만 같았다. 흥분한 브라이슨 디섐보가 티샷을 패널티 구역에 빠뜨렸을 때, 패트릭 캔틀레이는 여전히 부드럽게 자신의 스윙을 했지만 승부의 추가 자신에게 기울었다고 잠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디섐보가 페널티 구역에서 쓰리온 원 퍼트로 마감하기 전까지는.

패널티 구역에 빠졌지만 파로 마감한 브라이슨 디섐보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17번 홀 186야드의 파 3홀에서 피칭웨지로 승부에 쐐기를 박을 만한 샷을 하고 뿌듯해하고 있었다. 아나운서도 해설자도 모두 흥분했고 완벽한 샷이라는데 이견이 없었다. 7번 아이언의 패트릭 캔틀레이는 서두르지 않았고 표정은 알 수 없었다. 날아간 공은 조금 전 브라이슨 디섐보가 친 공과 홀 사이에 떨어졌다. 

모두가 눈을 의심하는 순간이었다. 공 두 개는 홀 옆에 일직선으로 서있었다. 17번 홀에서 이 광경을 본 갤러리들은 서둘러 18번 홀로 이동하고 있었다. 일몰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자리를 뜨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2차전 BMW 챔피언십에서 브라이슨 디섐보와 연장전 끝에 우승을 차지한 패트릭 캔틀레이.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마지막 6번째 연장에서 승부가 갈렸다. 패트릭 캔틀레이는 5.2m의 오르막 퍼팅이었고 그보다 짧은 브라이슨 디섐보의 퍼팅은 내리막이었다. 먼저 퍼팅을 성공한 패트릭 캔틀레이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브라이슨 디섐보의 공은 끝내 홀에 떨어지지 않았다. 외줄 타기처럼 위태롭고 긴장된 한 시간 반의 연장 승부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350야드를 넘나드는 비거리로 ‘골프의 쇼’를 보여준 브라이슨 디섐보는 패트릭 캔틀레이에게 ‘거리의 싸움’에서는 압도했지만 정작 승부를 결정짓는 퍼팅에 발목이 잡혔다. 

패트릭 캔틀레이는 맷집 좋은 복서처럼 디셈보의 강타를 블로킹하며 버티다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거리의 게임인 골프에서 장타자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우의 수가 다양한 이 게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퍼팅이다. 골프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소리는 공이 홀컵에 떨어지며 내는 소리다. 그 소리는 관중의 함성과 함께 온다.

그린 주변에서 플레이를 잘하는 사람을 아마추어 사이에서는 ‘설거지’를 잘한다고 말한다. 파온을 해서 버디 퍼트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아마추어 입장에서 자주 오는 기회는 아닐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그린에 올라 왔어도 ‘설거지’를 잘하는 사람은 좋은 스코어를 유지한다.

퍼팅은 마침표다. 그리고 마술이다. 그린에서 자신의 공을 사라지게 하는 마술이다. 가을이 오는 그린에서 마술사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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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장보구: 필명 장보구 님은 강아지, 고양이, 커피, 그리고 골프를 좋아해서 글을 쓴다. 그의 골프 칼럼에는 아마추어 골퍼의 열정과 애환, 정서, 에피소드, 풍경 등이 담겨있으며 따뜻하고 유머가 느껴진다. →'장보구의 빨간벙커'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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