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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골프’의 신선함이여!'…야생마가 될 것이냐, 경주마가 될 것이냐?
방민준 2021-11-05 09:07:21...
그림=방민준


[골프한국] 골프는 불가사의한 스포츠다. 골프에 매달리는 골프광들의 열정 역시 불가사의하다. 이런 열정이 골프는 잔디밭 위에서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골프의 묘미에 빠진 사람이라면 좋은 스코어를 내는 것 못지않게 극한 환경에서의 ‘익스트림 골프(Extreme Golf)’를 꿈꾼다. 지독한 골프광들이 잘 가꿔진 정규골프장을 마다하고 사막이나 대평원, 설원을 찾는 것은 이런 꿈을 좇아서다. 

골프는 잔디밭 위에서 하는 스포츠란 개념은 21세기 접어들면서 여기저기서 깨지고 있다.

그린랜드나 아이슬랜드의 얼어붙은 눈 위에서 라운드를 즐기는 관광상품이 등장한 지는 오래다. 스위스의 눈 쌓인 리조트단지에서는 ‘스노우 골프챔피언십’이라는 이름의 정식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도심에서 즐기는 ‘길거리 골프(Street Golf)’도 영국과 이태리 미국 등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제레미 폭스라는 영국의 건축가가 2004년 창안한 길거리 골프는 비싼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도 도심 한복판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어 동호회가 생기는 등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길거리 골프는 아스팔트 도로가 그린이고 맨홀 구멍이 홀컵이다. 공은 행인이나 건물 자동차 등에 손상을 주지 않도록 솜을 넣은 가죽공이나 테니스공을 사용한다.

사막이나 대초원에서의 골프는 골프광들의 로망으로 떠올라 용기 있는 자들의 도전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004년에는 캘리포니아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안드레 톨미하는 아마추어 골퍼는 장장 2개월에 걸쳐 골프를 하며 몽골 초원을 횡단하는 기록을 남겼다. 그는 주요 도시를 기점으로 몽골초원을 18개 홀로 나눴는데 이 코스의 길이는 무려 1200마일(약 1931km)에 달했다. 자신이 산정한 기준타수는 1만1880타.

몽골인 캐디를 대동하고 물과 식량, 텐트를 실은 SUV를 끌고 대장정에 나선 그는 달랑 3번 아이언클럽 하나만 챙겼다. 인공장애물이나 가축의 배설물 등으로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할 경우 무벌타 드롭을 하고 OB는 없는 대신 워터 해저드에 볼이 빠지면 병행 워터해저드 규칙을 적용해 1 벌타를 받고, 목표로 정한 홀 반경 5m 안에만 들어가면 홀인으로 간주하는 등 나름의 규칙을 정해 몽골 동쪽 끝에서 서쪽까지 무려 2,123km의 초원을 횡단하는 데 성공했다. 이 중 순수하게 골프를 하며 횡단한 거리는 1931km였다고. 톨미가 기록한 스코어는 1만2170타로 290오버파였다. 사용한 공은 509개였다. 
그는 몽골초원을 횡단하는 ‘익스트림 골프’를 완수한 뒤 일약 유명인이 되어 ‘I Golfed Across Mongolia’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북아일랜드의 애덤 롤스턴이라는 전직 럭비선수는 2009년 6월 29일 장장 2,011km의 몽골 대초원 횡단 라운드에 나서 80일간 2만93타로 횡단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지역 어린이스포츠 자선재단의 기금 마련을 위해 도전에 나선 그는 몽골 서부고원에서 첫 티샷을 한 뒤 진흙밭, 하천, 사막, 관목숲 등을 지나 울란바토르의 마운틴 보그드 골프클럽 18번 홀에서 대미를 장식했다. 

사진은 칼럼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AFPBBNews = News1


이런 열정은 우주로 향했다.
1971년 2월6일, 인류 사상 두 번째로 달 표면에 내려앉은 아폴로 14호의 선장 알랜 B. 셰퍼드가 달착륙선에서 나와 처음 한 일은 다름 아닌 골프 샷이었다. 달 표면을 거니는 그의 손에는 이상한 물체가 쥐어져 있었는데 운석을 채취하는 기구의 샤프트 끝에 아이언 6번의 헤드를 연결한 골프채였다. 골프공 2개도 갖고 있었다.

셰퍼드 선장은 활동하기에 둔한 우주복과 두터운 장갑 때문에 그립은 고사하고 스윙도 제대로 할 수 없었음에도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로 비거리에 관한 한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핸디캡 12의 셰퍼드 선장은 자주 플레이하던 휴스턴의 리버 오크스CC에서 날리던 것보다 6배나 더 멀리 날아갈 달에서의 티샷을 생각하며 모래를 쌓아 티를 만들었다. 그 위에 공을 올려놓고 힘차게 골프채를 휘둘렀다. 인류 최초 달에서의 스윙이었다.

분명 까마득히 날아가야 할 공은 토핑이 나서 달의 표면을 떼굴떼굴 굴러갔다. 달의 중력 덕분에 200야드 정도 굴러갔다고 한다. 지구에서라면 고작 35야드도 안 될 거리다.
옆에서 셰퍼드 선장의 티샷 장면을 중계하던 에드거 마이클 부선장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선장님, 공을 친 겁니까, 달을 친 겁니까?”

그러나 부선장은 휴스턴의 우주센터를 향해서는 이렇게 소리쳤다.
“공은 멋지게 또 멀리멀리 날아가고 있습니다.” 
셰퍼드 선장이 두 번째 샷을 했다. 스윙은 멋졌으나 먼지와 함께 튀어 오른 볼은 생크가 나 겨우 50야드를 날아가는 데 그쳤다. 지구에서라면 8야드의 거리다.

셰퍼드 선장이 귀환했을 때 달 표면에서의 인류 최초의 티샷으로 많은 찬사를 받았다. 세계 각국에서 축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그 중에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에 있는 왕립골프협회(R&A)에서 날아온 한 장의 편지가 이채로웠다.

“위대한 업적과 무사귀환을 축하합니다. 그러나 귀하의 골프 에티켓에 대해서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골프 룰의 매너에 관한 항목 6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거기에는 ‘벙커를 떠날 때 플레이어는 반드시 샷 한 자국을 깨끗이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되어 있음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셰퍼드 선장이 달에서 사용한 6번 아이언은 지금도 미국 골프협회 박물관에 ‘달 클럽(Moon Club)’이라는 이름으로 보존되어 있다.

두 번째 우주 골프 쇼는 2006년 11월 23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펼쳐졌다. 러시아의 우주비행사 미하일 튜린이 미국인 동료 마이클 로페즈 알레그리아의 도움으로 우주정거장 밖에서 지구를 향해 티샷을 날리는 데 성공했다.

재정난에 빠진 러시아연방 우주청이 캐나다 골프용품업체와 계약을 맺고 업체 홍보를 위해 마련한 이 우주 골프쇼는 성공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우주정거장 끝에 고정된 스프링 모양의 티에 골프공을 올려놓는 것도, 어드레스를 취하는 것도 어려웠다. 동료 우주비행사가 그의 발을 잡아주어 간신히 한 팔로만 스윙할 수 있었다.
그가 사용한 골프채는 우주정거장 자재로 쓰이는 스칸듐이란 합금으로 만든 6번 아이언이었고 볼은 일반 볼의 15분의 1 무게인 3g짜리였다.

튜린이 날린 볼의 비거리에 대해선 전문가마다 다르다. 러시아 과학자들은 이 볼이 지구궤도를 사흘간 최소 48바퀴를 돌다가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마찰력으로 불타 없어질 것으로 보았다. 

사진은 칼럼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AFPBBNews = News1


인공적으로 잘 가꿔진 골프코스에서도 야생 골프를 즐기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스코어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라운드의 즐거움에 몰입했다. 스윙은 거칠고 무모함이 없지 않았지만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에서도 자신의 의지를 믿고 시도하고 도전했다.
다듬어지지 않은 스윙은 자유로웠다.
그러면서도 규칙은 엄격하게 지켰다. 노터치 플레이에 타수를 정확히 자진 신고했다.

순치되지 않은 그의 순수한 골프를 보고 ‘야생 골프가 바로 저런 것이구나!’하고 혼자 감탄했던 기억이 새롭다. 
나도 한때 몽골초원 횡단 골프를 꿈꾼 적이 있다. 때를 놓쳤지만 익스트림 골프에 대한 꿈은 여전하다.
대형 유조선 위에서의 골프를 상상하며 그림을 그린 적도 있다. 

야생마가 될 것인가, 경주마가 될 것인가?
쉬 답을 내릴 수 없는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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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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