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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자기 예언이 미스샷을 부른다!
방민준 2021-11-18 08:06:09...
사진은 칼럼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1미터 내외의 짧은 퍼팅이 남으면 머리에서 쥐가 나요.”
“그린 근처에 벙커가 있으면 꼭 그리로 찾아간다니까.”
“물만 보면 가슴이 뛰니 미치겠네.”

최근 함께 라운드한 동반자들이 무심결에 내뱉은 말들이다. 
그동안 얼마나 짧은 퍼트, 벙커, 워터 해저드에 시달렸으면 이런 말이 절로 입 밖으로 나올까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론 안타까운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은 진리에 가깝다. 내뱉은 말은 반드시 결과를 낳는다.
같은 상황이라도 받아들이는 자세에 따라 압박감의 정도가 다르다. 도전하고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대응하는 사람과 지레 겁먹고 불안해하는 사람의 샷이 같을 리 없다.
비슷한 상황에서 예전의 나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멋지게 위기를 넘겼던 기억을 가진 사람의 샷과 그 결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에도 순탄하기만 한 라운드는 없다.

데이비드 누난은 ‘골프는 인생 자체보다 더 인생 같은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골프에는 늘 회로애락, 새옹지마, 우여곡절이 따르기 마련이다.
전설적인 골퍼 진 사라젠이 남긴 ‘골프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때이다’라는 말은 골프는 언제나 위기를 안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골프는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을 안고 코스를 도는 경기다. 코스 자체가 지뢰밭이다. 같은 지뢰밭을 걸으면서 누구는 천국을 걷고 누구는 지옥을 헤매는 것은 왜일까.
코스가 안고 있는 위험과 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길을 가른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김춘수의 시 ‘꽃은’ 위기에 시달리는 골퍼들에게 결정적인 힌트를 준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재(內在)된 위험과 발설(發說)된 위험의 차이는 엄청나다.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그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되었다는 의미가 심장하다. 속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말로 표현했을 때 비로소 실체로 다가온다는 뜻일 것이다.

골프에선 내게로 다가오는 대상이 ‘꽃’이 아니라 위험과 위기란 것만 다를 뿐이다. 골프코스에는 항상 위험요소가 내재해 있지만 생각하는 것과 입으로 발설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이춘수의 시에서 ‘하나의 몸짓’이 ‘꽃’이 되듯 역으로 골프코스에서 무심코 내뱉는 부정적 언급은 숨어 있던 위험을 실재의 위험으로 만들어버린다.

골프코스에선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적중한다.
골프장에 가기 위해 새벽에 집을 나설 때부터, 운전하는 중에, 골프장에 도착해서, 첫 홀 티박스에 올라섰을 때 갖는 불안과 초조, 부정적 상상을 하고 그것을 입 밖으로 발설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문을 나서면서 “날씨가 왠지 으스스한 게 몸이 굳겠는데….”하고 투덜대고 혹 자동차 키라도 집에 두고 나왔을 때 “출발부터 무언가 잘 안 돌아가는구먼.”하고 말해버린다.
골프장에 도착해서도 만나는 일행에게 “일주일 내내 골프채를 잡지 못해서 오늘 코피 흘리겠는데.”하고 엄살을 떠는가 하면 “여기 와서 재미를 못 봤어.”라며 골프장 탓을 하기도 한다.

사진=골프한국


바람이라도 불면 “안 그래도 슬라이스가 심한데 바람까지 불어대니 OB깨나 내겠네.”하고 하지도 않은 OB 걱정을 한다.
첫 홀 티박스에 올라서서는 “페어웨이가 좁구먼. 맘 놓고 휘두를 만한 곳이 없네.” 하며 지레 겁을 먹는다. 예상대로 티샷을 실수하면 “꼭 그럴 것 같더라니까.”라며 자신의 부정적 예언을 재확인하기까지 한다.

공이 벙커나 러프에 들어갔을 때는 물론 그린에 올라가서도 시종일관 “어렵겠는데….” “도저히 라인이 안 보이는군.” “3퍼트는 하지 말아야지.”라는 등 쉴 새 없이 중얼대고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부정적으로 예견하며 결과에 다시 부정적인 해설을 더해 부정적인 결론을 내린다.

놀라운 것은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고 말해버리면 어김없이 그 말대로 되어버린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결과는 다음 주 라운드에서 다시 부정적 자기 예언의 근거로 동원된다.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 이어진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일부러라도 부정적인 것은 입에 올리지 않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가능한 한 긍정적인 것, 희망적인 것을 입에 올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라운드가 내게 꽃으로 다가오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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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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