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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神의 재림! 고진영을 위한 LPGA 시즌 최종전
방민준 2021-11-22 15:50:55...
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고진영 프로가 최종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Getty Image_LPGA


[골프한국] 골프의 여신(女神)이라면 저렇게 플레이했을까!
고진영(27)은 티뷰론 골프클럽에 강림(降臨)한 여신이었다.

19~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즈의 티뷰론GC에서 열린 LPGA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총상금 500만 달러)에서 그는 여신의 아우라를 뿜으며 코스를 지배했다.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은 고진영에 의한, 고진영을 위한, 고진영의 라운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PGA투어의 최강자 60명이 출전한 이 대회는 시즌 최종전의 명성에 걸맞게 걸출한 샷들이 속출했다. 신들의 제전을 방불케 했다. 특히 마지막 라운드에서 나온 전인지(27)의 아름다운 이글 샷, 메간 캉(24·미국)의 마술 같은 이글 샷, 개비 로페즈(27·멕시코)의 불운을 극복하는 멋진 리커버리 샷 등은 신이 아니면 만들어낼 수 없는 샷들이었다.

하타오카 나사(22·일본), 미국교포 미나 해리게이(32), 세린 부티어(28·프랑스) 메간 캉, 호주교포 이민지(25). 렉시 톰슨(26·미국),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4), 전인지(27). 김세영(28), 개비 로페즈, 안나 노르드크비스트(34·스웨덴), 레오나 맥과이어(26·아일랜드), 미국교포 대니얼 강(29), 이정은6(25) 등 탑20을 오르내리며 우승경쟁을 벌인 선수들은 하나같이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혼신을 쏟았다.

그러나 제신(諸神)의 역주(力走)도 고진영 앞에선 무력했다. 오히려 그의 대관식을 빛내주는 배경이 되었다.

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고진영 프로. 사진제공=Getty Image_LPGA


그의 출발은 눈에 띄지 않았다.
1라운드에서 이정은6가 8언더파로 단독선두, 김세영이 1타 차 공동 2위,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다가 6언더파로 유소연, 이민지, 유카 사소(필리핀), 한나 그린(호주) 등과 함께 공동 6위에 올라 선두 경쟁이 뜨거웠다.
고진영은 3언더파로 전인지, 김효주, 최운정, 리디아 고, 하타오카 나사, 찰리 헐(잉글랜드) 등 12명과 함께 공동 25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예열을 마친 그는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상승기류를 탔다.
셀린 부티에가 14언더파로 단독선두로 치고 나간 2라운드에선 10언더파의 개비 로페즈, 미나 하리게이, 이민지, 9언더파의 이미지, 넬리 코다, 이정은6, 지은희에 이은 8언더파로 렉시 톰슨, 메간 캉, 엘리 유잉과 함께 8언더파 공동 9위로 올라섰다.
3라운드에서 고진영은 6언더파를 몰아치며 14언더파로 넬리 코다와 함께 공동 1위로 올라섰다. 

마지막 4라운드에서 고진영은 여신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는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거둬들였다. 63타는 그의 한 라운드 커리어 베스트 스코어다. 자신의 종전 기록을 한 타 줄였다.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로 탄탄한 플레이로 끈질기게 추격해온 하타오카 나사를 1타차로 제치고 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시즌 5승이자 개인 통산 12승. 올해 대회 중 가장 많은 우승 상금 150만 달러(약 17억8400만원)를 차지했다.

112주 동안 LPGA투어 세계랭킹 1위를 지키던 그가 올 상반기 부진에 빠지면서 넬리 코다에게 정상자리를 내준 뒤 손목 부상을 딛고 일군 쾌거라 더욱 빛났다.
지난 7월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에서 시즌 첫승을 신고한 뒤 맹수본능을 되찾은 그는 이후 5개 대회에서 우승 3회, 준우승, 공동 6위로 질주했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한국선수 200승’ 달성의 주인공이 된 그는 이번 대회 중 심한 손목 통증으로 중도 포기의 위기를 맞았다. 
그가 1라운드 11번 홀에서 손목 통증 때문에 눈물을 보이자 캐디 데이비드 브루커가 “기권해도 좋다”고 말했을 정도다. 2라운드부터 통증이 완화되면서 샷이 살아났다.

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고진영 프로. 사진제공=Getty Image_LPGA


이번 우승의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이 대회 2연패에 성공하면서 올해의 선수, 상금왕, 레이스 투 CME 글로브 포인트 등 주요 부문 타이틀을 모두 휩쓸었다.
이번 시즌 총 350만2161달러(약 41억6000만원) 상금을 챙겨 3년 연속 LPGA투어 상금왕 기록도 갖게 됐다. 2006~2008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이후 13년 만이다.

상금왕 3연패와 올해의 선수 2회 수상은 박세리 박인비도 이뤄내지 못한 한국인 최초 기록이다.

그의 생애 통산 상금은 910만 2985달러(약 108억원)로 생애 상금 순위 26위. 고진영은 LPGA 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상금 사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렌스탐이 대회당 벌어들인 상금은 평균 7만4266달러. 290개 대회에서 1785만 220달러를 벌었다. 박인비의 대회당 평균 상금(6만 1552달러)보다 많다. 소렌스탐보다 대회당 평균 상금이 많은 선수는 오초아다. 오초아는 175개 대회에 출전, 평균 상금이 8만 4933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고진영의 대회당 평균 상금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번 대회까지 총 81개 대회에 출전한 고진영은 대회당 11만 2382달러(약 1억 3350만원)를 벌어 소렌스탐과 오초아를 크게 앞섰다. 

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고진영 프로가 최종라운드에서 넬리 코다와 동반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Getty Image_LPGA


LPGA투어 통산 12승으로 박세리(25승), 박인비(21승)에 이어 김세영과 함께 한국 선수 최다승 공동 3위가 됐다. 
세계 랭킹도 넬리 코다와의 격차를 좁히거나 역전될 전망이다.
“그는 경이로운 골프를 했다. 이럴 땐 그저 지켜볼 수밖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넬리 코다의 토로가 이번 대회 고진영의 경기 수준을 압축해준다.

고진영이 시즌 마지막 대회를 멋지게 장식한 것을 축하하면서도 한편으론 LPGA투어에 여왕자리를 노릴 선수들이 즐비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선수들의 기량이 뚜렷한 상향 평준화 추세를 보여 태국을 비롯한 신생 골프 강국과 전통적인 골프 강국 선수들의 도전이 거세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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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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