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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됐다!'는 순간 추락이 시작된다
방민준 2021-10-06 09:00:53...
사진은 칼럼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프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때다.(The most dangerous moment in golf is when everything goes smoothly.)’

미국의 전설적인 골퍼 진 사라젠(Gene Sarazen, 1902~1999)이 한 말이다. 그는 1920년 PGA투어에 입문해 US오픈 2회, US PGA챔피언십 3회, 디 오픈과 마스터스 각 1회 등 7번의 메이저 우승을 포함해 PGA투어 통산 43승을 올렸다. 
체험에서 우러난 그의 이 한 마디는 골프를 하는 모든 이들이 가슴에 담아두는 금언으로 영생을 누리고 있다. 나는 라운드할 때마다 이 한마디를 되새기며 많은 도움을 얻는다.

최근 진 사라젠의 금언에 버금갈 만한 말이 떠올랐다.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추락이 시작된다’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은 어느 때인가.

그동안 많은 정성과 땀을 쏟아 자신이 세운 목표에 도달한 뒤 안도의 숨을 내쉬는 순간일 것이다. 자신 나름의 자족(自足)의 경지에 이른 단계다. 더 높은 고지가 눈앞에 아른거리지만 그곳에 닿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면 너무 끔찍해 이 정도로 만족하겠다는 것이다.

골프를 두고 ‘목표가 없는 끝없는 경기(Endless game without goals)’라고 한다. 골프가 원래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의미지만 다른 한편으론 눈앞의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또다시 새로운 목표가 나타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치 ‘보기 플레이만 하면 대만족’이라고 한 사람이 보기 플레이를 하고 나선 싱글 스코어를 새로운 목표로 잡고, 이어 이븐 파나 언더 파에 도전하고 이를 돌파하면 나이와 같거나 나이보다 더 낮은 스코어인 에이지슛을 목표로 삼는다. 이 정도면 골퍼로서 소원성취한 것 같지만 골퍼의 욕심은 끝이 없다.

80세, 90세까지 골프를 치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실제로 내 주위엔 이런 목표를 세워놓고 열심히 갈고 닦는 사람들이 있다. 100세에도 골프를 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골퍼에겐 언제나 저 멀리에 새로운 신기루가 아른거리는 법이다.

‘이만하면 됐다’는 자족의 자세가 나쁜 것이 아니라 이런 생각을 한 뒤 나타나는 변화가 문제다.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이 일어나고 나면 더 이상 땀을 흘리며 매달릴 필요성을 못 느낀다. 자연히 연습량도 줄어들고 골프에 대한 열정도 식는다. 라운드에 대한 열망도 전만 못하다. 골프 근육은 퇴화하고 감각도 무뎌진다.

서서히 진행되지만 추락의 전주(前奏)다. 골프를 안 하겠다면 모를까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바로 추락의 싱크홀로 빠져든다.

그림제공=방민준


최근 골프 수묵화를 한 점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황당한 경험을 했다.
십수 년 전 수묵을 익혀 골프와 접목을 시도하면서 골프 수묵화에 심취했었다. 스윙하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고 골프장 풍경도 수묵으로 그렸다. 수년간 일주일에 3일 정도 지필묵을 펼치고 열심히 익혔다.

골프 수묵화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터라 내 수묵화는 인기가 높았다. 스스로 내 작품에 흡족해 했다. 골프 모임의 상품으로 내놓으면 최고의 인기였다. 이 바람에 좋은 작품은 모두 남의 소장품으로 떠나고 남아 있는 건 태작(?作)들이다.

수묵화 부탁을 받고 거의 2년 만에 지필묵을 펼쳤다. 그리고 황당함에 놀랐다. 먹 가는 일에서부터 물과 먹의 배합, 붓질 등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 화선지 100여 장을 없애고도 선뜻 내줄 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
순간 수묵화가 골프와 다름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그린 골프 수묵화가 인기를 끌면서 나도 모르게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쉬었다가도 다시 붓을 들면 뜻대로 붓이 갈 줄 알았는데 어느새 내 손은 붓을 다루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옛날의 수준에 이르려면 다시 수개월은 지필묵과 씨름해야 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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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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