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찾아 국경 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여행자'
서원극 기자 wkseo@snhk.co.kr 기사입력 2021-06-18 06:02:21
올해 1월 1일 노르웨이 카르뭬이섬 해변에 18개월 아기의 시신이 떠밀려 왔다. 그 5개월 뒤인 6일 신원이 확인됐다. 아르틴 이라네저드. 소형 난민 보트를 타고 영국해협을 건너던 도중 실종됐고, 부모와 여섯 살 형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 아르틴의 가족은 이란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으로, 박해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탈출하는 과정에서 변을 당했다. 앞서 시리아 북부 이들립주의 난민캠프에서는 쇠사슬이 묶인 6살 날라 알 오트만이 화제가 됐다. 날라는 사진이 찍힌 지 몇 달 후 숨졌다. 영양실조에 시달리던 그는 배가 고픈 나머지 음식을 급하게 먹다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세상에서 가장 슬픈 여행자’난민의 삶과 모습을 들여다본다.

△세계 난민의 날은?

세계 난민의 날은 2000년 UN이 인종ㆍ종교ㆍ정치적 신념을 이유로 한 박해로 고국을 떠난 난민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제정했다. 이후 이듬해부터 기념해오고 있다.

올해 주제는 “Together we heal, learn and shine(함께 치유하고, 배우고, 빛나요)”이다. 의료ㆍ교육ㆍ삶의 질 등 삶의 많은 부분에서 권리를 침해 당하는 난민들과 함께 함으로써 더 단단하고, 안전하고, 다양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자는 뜻을 담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도 19일까지 다큐멘터리 5편을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c/unhcrkorea)을 통해 공개한다. 마지막 날에는 다큐멘터리 ‘기록’이 개봉한다. 고향을 떠나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 난민 4명이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난민은 누구?

난민에 앞서 이주민의 개념을 먼저 알아야 한다. 이주민은 오랜 기간 다른 나라에 정착하기 위해 자신의 나라를 떠나는 사람이다. 스스로 자신의 나라를 떠나는 것을 ‘자발적 이주’, 그와 반대로 살기 위해 도망치는 것을 ‘강제 이주’라고 한다. 그렇게 보면 난민도 넓은 의미에서 이주민에 속한다. 국제적 기준으로 난민은 전쟁ㆍ폭력ㆍ분쟁ㆍ박해에서 벗어나 안전을 찾아 국경을 넘어 다른 국가 또는 다른 지역으로 강제 이동한 사람들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매 2초마다 1명이 거주지를 강제로 이동 당하는데, 전 세계 7950만 명으로 추산된다. 구체적으로는 세계 인구의 1%, 즉 100명 중 1명이 고향을 강제로 떠나는 것이다. 이들 중 50%는 아동이다. 또 이들 중 80%가 식량난과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에 머물고 있다.

△지구 난민의 실태

리비아는 몇 해 전부터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빈곤과 전쟁을 피해 달아나는 난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거점으로 떠올랐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올해 이 나라 해안에서 단속된 이민과 난민의 수는 1만여 명에 이른다. 리비아 해안에서 유럽으로 건너가려다 죽은 사람도 600명이 넘는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리전으로 평가받는 예멘 내전은 6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 사태로 지금까지 13만 명 이상이 숨졌고, 4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슬라엘과 시리아 전쟁도 발발 10년이 된 올해까지 사망자 수십만 명과 1300만 명이 넘는 난민을 남긴 채 현재 진행형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그리스ㆍ불가리아와 국경을 맞댄 터키도 유럽행을 바라는 난민의 주요 경유지다. 로힝야족은 인접 국가인 방글라데시에서 불법으로 건너온 이민자를 뜻하는 ‘벵갈리’로 불린다. 이들은 종교적 탄압과 인종차별 등으로 74만 명 이상이 방글라데시로 피신했다.

△난민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없나?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 전 세계 188개 나라를 비자 없이 갈 수 있다. 하지만 내전을 피해 떠난 시리아 난민이 갈 수 있는 나라는 30개국이 안 된다. 몇몇 나라들은 외국인의 밀입국을 막기 위해 장벽을 세우기도 한다. 미국과 멕시코 사이, 인도와 방글라데시 사이에도 장벽이 있다. 비행기를 타고 가려면 여권과 비자기 필요하다. 하지만 난민은 그렇지 못한다. 도보, 자동차를 타고 유럽으로 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은 경우 지중해를 건너기 위해 돈을 주고 낡은 배를 타기도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이 해안에서 전복 사고로 목숨을 잃는 난민의 숫자가

2만여 명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국가가 모든 난민을 다 받아야 하는 강제적인 의무는 없다. 하지만 제네바 난민 협약에서는 난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스의 경우 난민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국제적인 의무로 규정해 놓았다.

△난민 인정을 받으려면?

이주민도 새로운 나라에서 거주할 권리를 얻으면 더는 이주민이 아니다. 귀화도 할 수 있다. 이를 ‘귀화 외국인’이라고 한다. 반면 ‘미등록 외국인’은 체류 허가증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렇다고 이들이 어떠한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자녀를 학교에 보낼 권리, 사람답게 살 권리를 갖는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난민 인정을 받은 외국인은 1000여 명 수준이다. 임시로 국내 거주 허가를 받은 인도적 체류 허가자는 2300여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