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세경 "임시완과 찰떡 멜로 호흡? 시완 오빠 섬세함 덕"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기사입력 2021-03-08 18:23:03
드라마 '런 온'서 영화 번역가 오미주 역
  • 배우 신세경 /사진=나무엑터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미모면 미모, 연기면 연기, 배우로서 어느 하나 나무랄 것 없는 장점과 경력을 지닌 신세경이지만 지난달 종영한 드라마 '런 온'은 유독 그녀가 반짝반짝 빛나 보이는 드라마였다.

여성 캐릭터들이 예전만큼 백마탄 왕자님과의 해피 엔딩을 꿈꾸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것이 최근 트렌드이긴 하지만 여주인공이 자신의 직업 세계와 삶에 이렇게 충실하고 진지한 태도를 보이는 작품은 근래 보기 드문 '런 온'만의 장점이었다.

신세경은 연기자로서는 청소년 시절인 2004년 영화 '어린 신부'로 데뷔해 그녀를 화려하게 대중들 속에 안착시켜준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2009)를 비롯해 SBS '뿌리깊은 나무'(2011), SBS '육룡이 나르샤'(2015), '하백의 신부'(2017) 등을 통해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치며 내내 주목 받는 스타로 지내왔고, 영화 '푸른소금'(2011), '알투비:리턴투베이스'(2012), '타짜-신의 손'(2014) 등 여느 중견연기자 못지 않은 화려한 필모그라피를 자랑하며 매번 미니시리즈 캐스팅 1순위로 손꼽혀 왔지만, 때론 오랜 연기 생활로 인해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신세경은 최신작인 판타지 사극 '신입사관 구해령'과 '런 온' 등 장르와 스타일에 조금씩 변화를 주며 끊임없이 작품을 통해 정면돌파를 해오면서 기대를 뛰어넘는 성취를 일궈가고 있다.

국회의원 부친과 영화배우 모친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항상 외로움 속에 자랐고 현재 단거리 육상 국가대표 선수인 기선겸(임시완)과 천애고아로 자랐지만 자부심 넘치는 영화 번역작가로 살아가며 씩씩하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오미주(신세경)의 발랄하고 상큼한 로맨스를 그린 '런 온'은 백마탄 왕자님이나 평강 공주 스토리가 아닌 두 남녀가 대등하게 만나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조금씩 세상과 소통을 향해 나가아는 딱 요즘 스타일의 멜로물로 자리매김했다.

다음은 신세경과 서면으로 나눈 일문일답이다.

- 오미주는 신세경이 그동안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생동감 있고 얼굴에서 빛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오미주가 딱 맞춤 옷처럼 보이는 비결은 뭘까? 배우 자신의 특별한 노력을 세가지 꼽는다면.

▲ 저도 비결이나 정답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조심스럽게 짐작해본다면 드라마가 위로를 전하는 방식이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스타일이었다. 함께 연기한 배우들과의 합 때문에 좋은 시너지가 생겨서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미주라는 인물을 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점은 우선 익숙한 관념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둘째는 미주가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만큼 번역 작업을 하는 모습이 어설퍼 보이지 않길 원했고 극 중 선겸이 일과표 사이사이에 ‘밥' 또 '밥’을 써 두었던 것처럼 건강한 에너지로 일하기 위해 밥을 잘 챙겨 먹었다.

- 미주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자신감이 넘치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일에 있어서 진심이다. 배우 신세경 또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오랜 시간 연기 활동을 해오면서도 슬럼프를 가지는 모습이 잘 드러나질 않는다. 지치지 않는 신세경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나.

▲ 항상 운이 좋았고 큰 축복을 누리며 일을 해왔던 것 같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내 곁의 좋은 사람들 덕분에 슬럼프나 힘든 순간도 이겨낼 수 있었다. 혼자라면 아마 이겨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런 시간들을 지나 인복이 많은 배우가 됐다고 생각한다.

- '런온'과 오미주 캐릭터가 인상적인 이유는 일과 삶에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지금의 20~30대 여성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시대 20~30대 여성의 삶을 이해하고 교류하는데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 사람은 입체적이란 것을 잊지 않고 살려고 노력한다.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내가 생각하는 무언가를 향한 기준이 굳은살처럼 단단하게 굳지 않게 하고, 나만의 주관적인 의견임을 잊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세상은 너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고, 그 가운데 맞다 혹은 틀리다로 구분 할 수 없는 수많은 문제들이 존재한다. 내 생각이 너무 단단하게 굳어져 아집이 되는 것을 경계하지 않으면 닮고 싶지 않은 어른의 모습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 오미주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제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포인트가 하나 있다. 바로 미주가 사과를 잘한다는 점이다. 미주는 방금 뱉은 모난 말에 대해서도 바로 사과할 줄 안다. 물론 배배 꼬아서 말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점과 자신의 일도 무척 사랑한다는 점도 굉장히 좋았다. 무엇보다 오미주가 추구하는 사랑의 방식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서로를 잘 지켜가며 사랑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정말 건강하게 느껴졌다.

- 불우한 환경 속에 자랐지만 누군가를 불쌍히 여기거나 반대로 동정받는 것을 싫어하던 미주가 선겸을 만나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캐릭터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은.

▲ 우리 드라마 속 주인공들 불우한 성장 배경은 익히 보아온 설정이지만 미주가 살아가는 방식은 달랐다. 미주는 솔직하고 부끄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기에 연기를 할 때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했다. 그리고 미주가 살아온 환경에 대해 매이(이봉련)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그럴 때 내가 고생하며 힘들게 자랐다는 걸 알아달라는 의도는 전혀 담지 않았다. 항상 의연하던 미주가 12부에서 기정도(박영규) 의원에게 끔찍한 이야기들을 듣고 선겸에게 포기하겠단 말을 전할 때, 그동안 꾹꾹 눌러 참아왔던 결핍의 감정들이 쏟아져 나와 마음이 아팠다.

- 임시완과 찰떡 멜로 호흡이 드라마의 인기 원동력이었다. 함께 호흡하며 느낀 임시완의 장점은.

▲ 임시완 오빠는 섬세하고, 정말 똑똑하다. 나에게 야무지다고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엔 시완 오빠가 훨씬 야무지고 부지런하다. 자기 개발을 위해 시간을 쪼개 쓰는걸 보면 끊임없이 노력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 동선이나 대사 타이밍 등에서 상대 배우가 어떤 지점에서 불편한지, 무엇을 어색하게 느끼는 지 귀신 같이 캐치한다. 리허설을 마치고 난 후 꼭 나에게 괜찮은지 먼저 물어본다. 내가 딱히 티를 내는 것도 아닌데, 보통의 섬세함으론 그렇게 못하지 않을까 싶다. 현장에서 같이 논의하고 합을 맞추는 과정들 속에서 크게 도움을 받았다. 일단 오빠가 굵은 가닥으로 땋아온 기선겸이라는 캐릭터가 단단하고 빈틈이 없었기 때문에 오미주도 함께 빛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 반년의 일정을 함께 완주해 낼 동료로서 함께 하는 배우들에게 넘치는 응원과 격려, 간식, 핫팩 등을 끊임없이 보내주기도 했다.

시완 오빠와 촬영할 때 정말 신기했던 점이 하나 있는데 리허설을 위해 현장에 도착하면 늘 선겸과 (미주가) 비슷한 톤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이다. 어떤 날은 비슷한 색감의 옷을 입고 있고, 또 다른 날은 조화가 좋은 착장을 입고 있었다. 하다 못해 색감이 무척 쨍한 빨강을 입은 날엔 어김없이 선겸도 거의 비슷한 색감의 빨간 니트를 입고 있었다. 스타일리스트분들이 미리 상의를 하는 줄 알았는데, 단 한번도 미리 의논하고 착장을 정한 적이 없다기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 극 중 영어 발음이 매우 자연스러웠다. 통역할 때 자연스러운 몸짓도 인상적이었다. 평소 영어를 계속 생활화 해온 느낌인데. 어떤 노력을 거쳐 영어를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이 가능해졌나?

▲ 그냥 겁이 없을 뿐 대단히 뛰어난 영어 실력은 결코 아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 과목을 좋아했고, 교과목이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좋아 공부를 했다. 어릴 때 흥미를 붙이고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모국어가 아닌 언어임에도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 배우들의 직업 설정과 그에 따른 디테일한 요소들을 섬세하게 표현하길 원하셨고, 배우들 역시 그런 지점에서 빈틈이 드러나지 않도록 많이 고민하고 노력했다. 감독님과 함께 황석희 번역가님을 찾아 뵙고 이야기 듣는 시간을 가졌던 적이 있는데, 번역가님께서 자양분이 될 만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해주셔서 그 직업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황 번역가님이 기본적으로 작업하시는 과정을 보고 배우기도 했지만, 번역가님이 작업할 때 사용하시는 장비나 프로그램들, 실제로 걸어 두신 타이포 포스터 등 작업공간 내에 있는 아주 작은 요소까지 그대로 참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고, 실제로 미주의 작업공간 역시 똑같은 모습으로 세팅을 했다. 미주의 성격답게 미주의 공간이 좀 너저분했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 2021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 배우로서는 지난해 목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주어지는 작품에 최선을 다하고, 좋은 작품과 좋은 캐릭터로 찾아뵙는 것이다. 정말 재미없는 답변이지만 나의 길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모습,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올해엔 모든 것이 정상화되어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길 바란다. 친구들도 편하게 만나고 싶고, 마스크 없이 편히 숨쉬며 야외 운동도 즐기고 싶다. 올해 뿐만 아니라 언젠가 이루고 싶은 목표는 쓸데없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 사람, 무해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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