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의 ‘FC 오산고’급 라인업에 현장 반응은?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기사입력 2021-04-22 16:00:08
[스포츠한국 서귀포=이재호 기자] FC서울의 제주 유나이티드전 선발라인업 평균나이는 23.6세. 후보명단까지 합치며 22.8세까지 내려간다. 골키퍼 2명를 뺀 18인 명단에 든 필드플레이어들의 평균나이는 21.9세.

오죽하면 팬들이 ‘FC서울이 아닌 FC오산고(FC서울 U-18팀)’라고 자위할정도의 충격적인 라인업에 대해 현장 반응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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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은 21일 오후 7시 30분 제주도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11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경기에서 1-2로 역전패했다.

서울은 전반 1분만에 스무살의 권성윤이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신태용 감독 아들인 신재원이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제주는 전반 18분 왼쪽 크로스를 주민규가 가슴트래핑을 한 이후 옆에 있던 이규혁에게 내줬고 이규혁은 다시 뒤에 있던 김봉수에게 패스한다. 김봉수는 그대로 오른발 슈팅을 때려 서울 골문을 갈랐다.

후반 18분에는 오른쪽에서 김영욱의 코너킥을 정운이 헤딩했고 뒤로 흐른 것을 수비수 권한진이 날아올라 헤딩골로 연결하며 제주는 2-1 역전승을 거뒀다.

어쩌면 서울 입장에서는 예고된 패배였다. 차라리 졌음에도 어린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뛰며 포기하지 않고 동점골을 위해 뛰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서울의 라인업이 발표되자 현장은 충격에 빠졌다. 서울이 R리그(2군)에서나 낼법한 라인업을 들고 나왔기 때문. 수비라인을 빼곤 대부분이 K리그 팬들이라도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었고 실제로 필드 플레이어들의 평균나이는 21.9세였을 정도다. 22세 이하의 출전을 적극 권장하는 K리그에서 평균나이가 22세보다 낮은 초유의 라인업이었다.

경기전 가장 먼저 서울 박진섭 감독과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박 감독은 “지속된 짧은 경기일정과 많은 부상자 속출의 여파가 오늘의 선택으로 나타났다. 다가오는 수원FC와 성남FC전에 모든걸 걸겠다”며 사실상 이날 경기에 힘을 뺐음을 시인했다.

“어디에 집중해야해나 했을 때 제주원정이 비행기를 타야해서 쉽지 않다. 주말 경기가 바로 있기도 해서 이런 선택을 했다”며 이런 선택을 해 패할 경우 가뜩이나 이미 5연패인 상황에서 자신의 입지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 “제 걱정은 안했다. 팀이 중요하고 선수들이 중요하다. 제가 어떻게 되든 중요한게 아니라 팀은 끝까지 해야하고 선수들은 5년 10년 더 뛰어야하는 선수들이다. 솔직히 제 욕심이라면 억지로 베스트멤버를 끌고 올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봤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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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거취보다 팀의 현상황과 미래를 봤을 때 ‘이게 맞다’고 판단한 박 감독의 선택에 상대였던 제주 역시 놀랐다. 남기일 제주 감독은 경기전 “짐작은 했지만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솔직히 놀랐다”고 했을정도.

현장 관계자들도 “이거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라며 놀라워했고 오히려 제주 측이 동요하는 분위기였다. 한 관계자는 "박진섭 감독이 개인의 입지를 생각했어야하는거 아닌가"라고 했고 "혹시 서울 내부에 무슨 일이 있나"며 의구심을 가질 정도였다.

2-1 승리 후 남 감독은 “상대는 물러날 수 없는 팀이고 서울의 어린선수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어서 이른 실점을 했다. 위기가 빨리온게 오히려 선수들을 자극했다. 분발할 수 있게 된거 같다. 후반막판 실점하면 돌이킬 수 없는데 오히려 선수들을 분발하게 만든 실점이었다”고 했다.

경기 후 수훈선수로 선정된 역전결승골의 주인공 권한진 역시 “솔직히 경기 전에 서울의 명단을 보고 당황했다. 그래서 선수들끼리 모여서 ‘이런 경기일수록 더 집중해야한다’고 말했다. 전반 이른실점에 이후가 더 중요했다.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했고 하던대로 하자고 했다”며 역전승의 비결에 대해 언급했다.

20대초반 선수들로 대거 라인업을 채운 파격적인 서울. 그렇게 서울은 1998년 이후 23년만에 6연패라는 굴욕을 덤덤히 받아들였다. 서울의 눈은 주말 수원FC 원정에 쏠려있다. “모든걸 쏟아붓겠다”고 예고한 박 감독은 모두를 당황시킨 제주전에 이어 이제 거취논의까지 나올 수 있는 수원FC전에 총력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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