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기타신공] ‘지지탑’ 더스티 힐…기본에 충실, 넘실대는 록 그루브 명인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기사입력 2021-07-30 10:20:37
  • 사진=ZZ TOP 페이스북
▶ 심플하고 힘찬 베이스라인
▶ 루트음 위주 기본에 충실
▶ 견고하지만 흥겨운 그루브 탁월
▶ ‘진정한’ 밴드 지향 베이시스트
▶ 70년대 후반부터 수염 길러
▶ 28일 휴스턴 저택서 72세로 타계
▶ 최근 고관절 교체, 어깨 수술로 고통받아
▶ 2014년에도 사고로 큰 수술 받아
▶ 팀 존속 여부 불확실
▶ 수많은 뮤지션들 SNS상에서 애도
▶ 펜더 프레시전 시그니처, 존 볼린 베이스 애용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화려한 개인기로 무장한 솔로 지향의 베이시스트가 있는가 하면 자신보다 팀 사운드의 서포트에 비중을 두는 ‘밴드 지향’ 베이시스트도 있다. 고전적인 관점에서 후자를 밴드 베이스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일컫는다.

언뜻 단순하고 쉬워 보이는 밴드 지향의 베이스지만 의외로 밴드 지향 베이시스트 중엔 숨은 고수들이 많다. 드럼과 함께 밴드의 탄탄하고 흔들림 없는 사운드의 전반을 이끌어간다는 건 그만큼 내공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트리오 록그룹 지지 탑(ZZ TOP) 베이시스트 더스티 힐(Dusty Hill)도 전형적인 밴드 지향 베이스 플레이어다. 더스티 힐은 지난 1969년부터 무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지탑 베이시스트로 함께 했다.

빌리 기본스(기타)-더스티 힐(베이스)-프랭크 비어드(드럼) 구성의 지지탑은 블루스록에서 서던록, 하드록, 부기우기/로큰롤 등 다양한 스타일을 혼합해 가장 미국적인 ‘아메리칸 록’을 펼쳤다. 할리 데이비슨, 캐딜락에서 클래식카 포드 핫로드 등에 이르기까지 미국인이 사랑하는 가장 미국적인 것의 아이콘으로 통할 정도다.

  • 사진=지지 탑(zz top) 공식 웹사이트
지지탑은 [ZZ Top's First Album]이란 데뷔앨범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등장할 때부터 유머를 잃지 않았다. 73년에 발매한 3집 [Tres Hombres]로 빌보드 10위권에 진입하며 본격적인 인기 록그룹으로 자리했다. 지지탑의 초기 곡은 성적 풍자 내용이 많지만 이후 다양한 주제로 노골적이며 풍자적인 가사를 멋진 그루브에 담아 인기를 얻어 갔다.

79년 지지 탑은 재결합 앨범 [Deguello]로 플래티넘을 달성했고 이즈음부터 베이시스트 더스티 힐은 빌리 기본스와 함께 트레이드마크가 되는 긴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 80년대로 들어와 ‘Legs’를 비롯한 빅 히트곡으로 지지탑은 명실공히 세계적인 슈퍼스타 록그룹이 됐다. 이들의 어깨춤을 유도하는 넘실대는 록 그루브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3명의 멤버 중 하나라도 빈틈이 생긴다면 도저히 구현해낼 수 없는 경지다.

지지탑 베이시스트 더스티 힐이 28일(현지시간) 텍사스주 휴스턴 저택에서 잠이 든 채 타계했다. 향년 72세. 지지탑은 공식 SNS를 통해 “우리는 전 세계의 수많은 지지탑 팬과 함께 당신의 존재, 좋은 본성 및 지속적인 헌신을 그리워할 것이며 ‘C블루스 셔플’과 영원히 연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스티 힐은 최근 몇 년 동안 고관절 교체와 어깨 수술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가 지지탑 공연을 함께 하지 못한 건 5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빌리 기본스의 ‘기타 테크니션’ 얼우드 프랜시스가 대신했다. 얼우드 프랜시스는 스티브 바이, 조 페리, GNR(이지 스트래들린, 길비 클락) 등과 함께 한 유명한 테크니션이다.

만 65세가 되던 2014년엔 투어 버스에서 넘어져 엉덩이를 크게 다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큰 수술을 받아 지지탑 투어 일부가 취소될 정도였다. 엉덩이/허리 및 하체 전반과 각종 관절 후유증으로 더스티 힐의 몸 상태는 이미 이때부터 망가져가기 시작한 것이다.

  • 사진=지지 탑 공식 웹사이트
지지탑 하면 빌리 기본스의 탁월한 기타 연주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만일 더스티 힐과 프랭크 비어드란 조합이 없었다면 록 역사에 영원히 빛날 지지탑의 명곡/명연도 듣기 힘들었을 것이다. 3명은 밴드에서 각자 황금비율 이상의 역할을 하며 최상의 사운드를 펼쳤다. 그 어떤 곡을 들어도 지지탑의 음악은 더도 덜도 아닌 바로 그것 그 상태의 완벽한 구현이다.

더스티 힐은 록 베이스를 열심히 멋지게 꾸밀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그는 BPM 변화가 거의 없이 드러머와 함께 리듬을 견고하게 이끌어 간다. 베이스 입문자에서 본격 프로 베이시스트에게도 좋은 텍스트이자 멘토다.

‘Sleeping Bag’, ‘Legs’, ‘Cherry Red’, ‘Burger Man’ 등등 많은 지지탑의 대표곡에서 그의 연주는 루트음을 잡아주는 기본에 충실한, 심플하고 힘찬 베이스라인이 특징이다. 빌리 기본스(기타)-프랭크 비어드(드럼)와 함께 만들어가는 넘실대는 흥겨운 그루브는 견고하지만 부드럽고 쫀득하다.

‘Tush’ 같은 곡은 G키의 간단한 진행에서도 더스티 힐의 멋진 루트음(종종 반음계 구성을 다음 루트음으로 이동하는) 진행은 매력을 발휘한다. 빌리 기본스의 감탄사를 연발케 하는 프레이즈에 더스티 힐의 견고한 베이스가 곡의 활기를 더해준다. 초보 베이시스트가 배우기에도 좋은 곡이지만 그러나 바로 이 심플함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게 이 곡의 교훈이자 가치이기도 하다.

‘La Grange’에서도 더스티 힐의 루트음의 매력(힘)은 빛을 발한다. 빌리 기본스는 리듬기타에서 펜타토닉 타입의 솔로기타로 전환하며, 채워야 할 많은 ‘열린’ 공간을 남긴다. 기본스의 리듬이 없으면 전체 노래의 추진력과 방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더스티 힐은 자신의 그루브에 C를 추가해 그 공간을 채워간다. 이것은 심플함 속에서도 그의 베이스 깊이와 혜안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다. 연주자들이라면 당연히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Thug’와 같이 전혀 의외의 베이스 연주를 하기도 했다.

50년대 펜더 프레시전 베이스를 사랑한 더스티 힐은, 펜더에서 시그니처 프레시전 베이스 기타도 출시했으며 존 볼린 베이스도 애용했다. 앰프는 마샬JMP-1 튜브 미디기타 프리앰프, 마샬 밸브스테이트 8008 2채널 스테레오 랙 마운트 파워 앰프 등등 주로 마샬을 선호했다. 이외에 슈어(Shure) UR-4D 와이어리스 리시버, 일렉트로 하모닉스 마이크로 POG, MXR M288 베이스 옥타브 디럭스 이펙터 등을 사용했다.

지지탑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더스티 힐은 2021년 기준 6000만 달러(690억)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것은 빌리 기본스와 같은 액수다. 수백억대의 유산이 향후 어떻게 쓰여질 지에 대해선 조만간 별도의 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지지탑은 멤버 모두 72살 동갑의 고령이고, 50년 넘게 함께 한 멤버와의 사별로 비통함이 워낙 큰 상태다. 그만큼 팀 존속 여부도 불확실해졌다.

한편, 더스티 힐 타계 소식에 여러 뮤지션이 SNS 상에서 애도를 표하고 있다.

레드핫칠리페퍼스의 플리(Flea)는 “진정한 로커…이제 편안히 잠드소서”라고 썼고 붓시 콜린스는 “로큰롤 제국의 또 하나의 거인의 전설을 잃었다”고 했다. 폴 영은 “14살 때부터 지지탑를 사랑했고 그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밴드”라 했고 존 포거티는 “더스티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황폐해졌다”며 “위대한 더스티&지지탑과 함께 여러 차례 무대를 함께할 수 있던 건 큰 축복이었고 그것이야말로 로큰롤 천국이었다”고 했다.

리타 포드는 “위대한 아티스트는 결코 죽지 않는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고, 마샬앰프 공식 트위터 계정은 “리얼 아이콘, 이제 편히 잠드소서”라고 더스티 힐을 애도했다. 길비 클락(클라크)은 “또 하나의 전설을 잃었다“며 ”우리는 유머 감각이 뛰어난 진정한 텍사스인으로 그를 항상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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