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보이스' 김무열 "괴물 같은 빌런, 리얼리티 집중했어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기사입력 2021-09-20 07:00:16
'보이스'서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프로 연기
변요한과 맨몸 액션, 대부분 대역 없이 소화
배우는 기술직, 계속 갈고 닦아서 발전하고파
  • 배우 김무열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CJ ENM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또 악역이야?' 싶지만 그 주인공이 배우 김무열(40)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억의 밤'의 비밀스러운 유석, '악인전'의 열혈 형사 정태석, '침입자'의 위태로운 서진 등 장르물에서 장기를 보여왔던 그가 악랄한 보이스피싱 설계자로 돌아왔다. 영화 '보이스'(감독 김선, 김곡)의 곽프로다.

9월 15일 개봉한 '보이스'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서준(변요한)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본거지에 잠입,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프로(김무열)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리얼범죄액션물이다. 김무열은 극악무도한 보이스피싱 기획실 총책 곽프로를 맡아 열연했다.

"어머니가 보이스피싱 메시지를 받으신 적이 있어요. 저를 사칭해서 친구가 다쳤다면서 돈을 보내달라고 했나봐요. 근데 제가 용돈을 안 받은 지 오래라, 어머니가 그걸 캡처해서 '이거 너 아니지?' 하고 보내셨더라고요. 채팅방에서 바로 나왔다고 하시길래 '증거 남겨야 하는데 왜 그러셨냐'고 했더니 무서우셨대요. 생각해보니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제 개인 정보를 다 파악해서 주변사람들을 속이려고 했다는 게, 갑자기 이 범죄가 피부 살갗에 닿는 느낌이었어요. 그런 경험이 '보이스'를 선택한 과정에 큰 영향을 줬죠."

김무열이 연기한 곽프로는 보이스피싱 본거지의 기획실 총책으로 공감과 희망을 무기로 피해자들을 쥐고 흔드는 잔혹한 인물이다.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보이스피싱의 치밀한 실체를 보여주는 캐릭터로, 가족과 동료들을 위해 절박한 추격에 나선 서준과 팽팽하게 맞서며 압도적인 긴장감을 조성한다.

"곽프로는 금융계에서 잘 나가다가 나쁜 쪽에 손을 대서 밑바닥까지 추락했던 인물이에요. 본인이 누구보다 똑똑하다고 믿었던 시간과 추락한 상황,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갖고 가야 했어요. 더 나쁜 짓을 해서 자신의 처지를 바꾸려고 한다는 점에서 정말 괴물 같은 인간이죠. 특히 취업준비생 프로젝트는 소름이 끼쳤어요. 가장 절박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해서 돈을 뜯어낸다는 게 참. 보이스피싱 이후에 피해자한테 전화해서 '돈 잘 쓰겠다' 얘기하는 건 실제 피해 사례에서 가져온 부분이에요. 실제로 그런 놈들이 있었더라고요. 연기를 위해서 그들의 악랄함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긴 했는데 정말 어려웠어요. 죽어도 공감이 안 되더라고요."
트레이닝복에 슬리퍼를 끌고 비열하게 웃으면서 범죄를 브리핑하는 곽프로의 모습은 그 자체로 '보이스'의 분위기를 만든다. 김무열은 포마드로 깔끔하게 빗어넘긴 머리에 목폴라 티셔츠를 활용한 슈트, 얇은 안경테까지 디테일에 신경썼다. '감성을 파고들라'는 차진 대사 표현 또한 김무열의 수많은 고민이 녹아든 결과물이었다.

"보이스피싱 가해자들의 얼굴을 실제로 볼 기회가 없다보니까 '전화기 너머의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앉아서 사기칠까?' 이런 상상력에서 시작했어요. 나름 프로의식은 있어서 본거지에서도 어느정도 옷을 갖춰입은 모습으로 그려봤어요. 머리까지 세팅했지만 맨발에 슬리퍼 끌고 다니고, 그러면서도 전화기만 들면 무슨 수사기관 전문가처럼 그럴싸한 목소리로 사기를 친다는 콘셉트를 철저하게 담았어요. 대사 표현은 쉽진 않았어요. '지옥 맛 좀 보여주자!' 이런 대사들이 구어체에서 살짝 벗어난 느낌이라 약간 일상적인 말투로 바꾸되 의도를 잘 전달하려고 노력했죠. 사실 감독님의 대본 속 곽프로는 좀 더 격이 있고 단어 선택도 고급스러웠는데 저렴한 캐릭터를 살리고 싶었어요. '구라의 기본은 팩트체크다' 이런 대사도 현장에서 만들어갔어요."
'보이스'는 리얼리티를 살린 구성에 장르적 재미를 더해 범죄액션물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정교하게 세팅한 본거지, 콜센터는 물론 배우들의 폭발적인 호흡이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무엇보다 변요한과 김무열의 액션 장면은 어마어마한 타격감과 사실감으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김무열은 함께 호흡을 맞춘 변요한을 향한 애정을 전하기도 했다.

"(변)요한이가 코어가 좋아서(웃음) 저를 들어서 던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아주 안정적으로 들어올리더라고요. 워낙 운동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어쨌든 액션은 부상 위험이 높은데 가벼운 생채기 하나 안 났어요. 특히 둘이서 싸우는 장면은 거의 대역이 없었는데 오히려 액션 장면을 잘해서 촬영도 일찍 끝났던 것 같아요. 변요한 배우가 정말 훌륭하죠. 늘 그의 결과물만 봤고 과정을 함께한 건 처음이었는데 다시 봤어요. 상대 배우를 잘 존중해주는 사람이었고, 연기는 말할 것도 없죠. 정말 호흡 좋았어요."
'보이스'의 곽프로가 까다로웠던 건 보이스피싱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탓이다.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은 범죄라는 점 역시 배우로서 작품의 분위기를 쌓고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장애물이 됐다. 하지만 미지의 영역이라 오히려 더 많은 가능성과 상상력을 끼워넣을 틈도 있었다. 김무열은 "대사 한줄까지 논의하느라 크랭크인 전날까지 감독님과 대본 작업을 했다. 끊임없이 수정하고 또 수용하고, 자유로운 작업이었다. 쉽지 않았지만 어느 때보다 성취감은 컸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배우는 기술직이라고 생각해요. 계속 갈고 닦지 않으면 손도 굳고 기술도 녹슬겠죠. 매번 그런 마음으로 연기해요. 또 궁극적인 작품의 완성은 관객과 만났을 때라고 보거든요. 그때 더 좋은 작품이 되기도 하고요. 개봉하자마자 호평을 받든, 나중에 재평가가 되든 관객들을 만났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게 연기고 그게 제 직업이니까, 매번 도자기 굽는 마음으로 만들고 있어요. '보이스'도 마찬가지였고요. 모든 작품이 제겐 최고의 작품이니까 힘을 잃지 않고 연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원하는 수식어요? 배우 김무열이면 만족합니다. 배우라고 불러주시는 것보다 감사한 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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