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5번-다른 작전’ 엇갈린 두 감독의 선택, ‘청출어람’ 증명한 이강철 감독 [고척에서]
스포츠한국 허행운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기사입력 2021-11-15 05:30:14
  • KT 위즈 이강철 감독(왼쪽)과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 ⓒ스포츠코리아
[고척=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KT 위즈 이강철 감독의 철저히 준비된 야구가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의 ‘뚝심 야구’를 꺾었다.

KT는 지난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의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1차전 경기에서 4-2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KT는 역사적인 창단 첫 KS 승리를 기록함과 동시에 1차전을 가져감으로써 KS 우승 74%의 확률을 잡아냈다.

KT 투타의 조화가 이상적이었다. 선발 마운드에 선 윌리엄 쿠에바스가 7.2이닝 1실점으로 지난달 펼쳐진 1위 결정전에 이어 ‘빅게임 투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타선에서는 배정대가 결승홈런 포함 멀티히트로 팀에 결승점을 선물했다. 강백호는 3타수 3안타 1타점으로 팀의 쐐기점에 공헌하며 프랜차이즈 스타의 자질을 증명했다.

무엇보다 빛난 것은 팀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과 KS 진출을 일궈낸 이강철 감독의 지략이었다. 경기 흐름을 완벽히 읽고 적시적소에 알맞은 작전을 통해 판을 주도했다. 그에 비해 김태형 감독의 믿음을 바탕으로 한 ‘뚝심 야구’는 이날 실패했다.

2017년 두산에서 감독과 수석코치로 한솥밥을 먹은 두 감독이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수석코치로 김태형 감독을 보좌했던 이강철 감독이 판정승을 거두며 ‘청출어람’을 몸소 증명해냈다.

두 감독의 상반된 번트 작전에서 차이가 먼저 드러났다. KT의 4회말 선취 득점 과정을 살펴보면 낯선 장면이 하나 있었다. KT는 이닝 선두타자 강백호가 안타로 출루하고 유한준이 상대 허경민의 실책으로 출루하며 무사 1,2루 찬스를 맞이했다.

  • ⓒ연합뉴스
이어 타석에 서는 선수는 5번 타자 제라드 호잉. 이강철 감독이 경기 전 인터뷰에서 “그래도 한 방이 있는 타자”라며 믿음을 드러냈던 선수였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의 선택은 강공이 아닌 희생번트 작전이었다. 호잉은 기다렸다는 듯이 배트를 내렸고, 번트 대기 쉽지 않은 높은 코스 패스트볼이 들어왔지만 훌륭히 제 역할을 수행했다. 그렇게 1사 2,3루를 만든 KT는 장성우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내는데 성공했다.

반면 김태형 감독은 번트지시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단 한 번을 제외하고 팀 중심타선을 신뢰하는 ‘믿음의 야구’를 보여줬다.

두산은 2~4회 전부 선두타자가 출루하면서 초반 흐름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희생번트 작전을 선택할 수 있는 경우는 더 많았던 것. 하지만 2회는 무사 1루에서 5번 타자 양석환을 믿었고, 결과는 삼진이었다. 4회에도 페르난데스가 안타로 출루하며 3번 박건우를 믿고 강공을 밀어붙였지만 결과는 또 삼진이었다. 이어 김재환이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쳐냈기 때문에 더욱 그 선택이 아쉬웠다.

3회에 하위타선 강승호에게 유일하게 희생번트 작전을 지시해 성공시켰으나 김재호-정수빈의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 실패했다. 결국 그렇게 두산은 선취점을 내주면서 흐름을 빼앗겼다. 믿었던 5번 타자 양석환은 4타수 무안타 4삼진으로 침묵했고, 3번 박건우도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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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호잉에게 희생번트 작전을 내린 상황을 설명했다. 이 감독은 “2~4회 실점을 안하길래 지금 득점 안하면 흐름이 넘어갈 수 있겠다 싶었다”라며 “경기 전에 (선수들에게) 어느 타순이든 번트를 댈 거라고 이야기해뒀다”고 전했다. 미리 승부처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염두에 두었던 것.

이강철 감독의 지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두산 공격이던 5회초 2사 1루 상황, 이날 안타가 있던 페르난데스 타석에서 극단적인 시프트는 아니지만 2루수 박경수만 평소보다 깊게 자리잡아 페르난데스의 당겨치는 타구에 대비했다. 그리고 그것은 완벽한 성공이었다. 기다렸다는 듯 타구는 박경수에게 향했고 KT는 실점 위기를 만들지 않고 이닝을 마칠 수 있었다.

공격에서도 이강철 감독의 또 한 번 기가 막힌 판단이 나왔다. 배정대의 솔로포로 2-1로 앞선 7회말, 심우준의 안타와 상대 실책으로 1사 1,3루 기회를 맞이한 KT. 타석에는 이날 무안타로 타격감이 썩 좋지 않은 황재균이 들어섰다. 여기서 이강철 감독은 ‘히트앤런’ 작전을 감행했다. 황재균의 타구가 유격수 땅볼에 그쳤지만 이미 출발했던 1루 주자는 2루에 안전히 당도했고 그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이 상황에 대해서도 이강철 감독은 “가만두면 (황)재균이가 더블(병살타)을 칠 것 같아서 작전을 냈다”고 웃음지으며 “(황)재균이가 작전을 잘 수행해줬다”라며 선수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이강철 감독은 생각한대로 모든 것이 맞아들어가며, 팀 창단 첫 KS 승리를 비롯해 감독 커리어 첫 KS 승리도 따냈다. 투타의 조화를 비롯해 벤치의 지략싸움에서도 승리를 거둔 것이 이날 KT 승리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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