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적 있다'던 김사니, '악수 패싱'만 남긴 3경기짜리 쿠데타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기사입력 2021-12-03 05: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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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김사니(40) IBK기업은행 감독대행이 자진사퇴를 결정했다. '업적이 있다'며 서남원 감독을 상대로 쿠데타에 성공했던 그는 끝까지 타 팀 감독들에게 악수를 거부당한 채 코트를 떠나야 했다.

김사니 감독대행은 2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펼쳐진 2021-2022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와 홈경기를 앞두고 "지금 사태에 관한 책임이 있다. 오늘(2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팀을 떠나겠다"며 감독대행은 물론 코치직까지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IBK기업은행에서는 최근 서남원 전 감독과 김사니 코치(현 감독대행), 주장 조송화간의 불화가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김사니 코치와 조송화가 팀을 이탈해 물의를 일으켰다.

그런데 IBK기업은행은 엉뚱하게도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을 경질했다. 더불어 팀을 이탈했던 김사니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승격시켰다. 무단이탈을 무기로 감독에게 항명했던 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긴 상식 밖 행동이었다.

김사니 감독대행은 이후 "서남원 감독의 폭언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쿠데타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 그런데, 이후 폭언의 구체적인 실체를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저도 지금까지 쌓아놓은 업적이 있다.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나간 논공행상을 따졌다.

김사니 감독대행은 본인 말대로 배구계에서 수많은 업적을 쌓았다. 1999년 청소년 대표로 세계 대회 3위, KGC인삼공사 시절인 2009-10시즌 V리그 첫 우승, 2012 런던올림픽 여자배구 4강의 주역, IBK기업은행 첫 시즌이었던 2014-15시즌, 팀을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며 MVP를 거머쥐었다. 김사니의 등번호 9번은 IBK기업은행의 영구 결번으로 남았다.

그러나 이 모든 업적은 선수 시절에 세운 것들에 불과했다. 2020년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한 김사니 감독대행이 지도자로서 내세울 업적은 불명예스러운 쿠데타밖에 없다는 것을 그는 몰랐다.

사태는 이후 서남원 감독이 폭언 사실을 부인해 진실공방으로 흘렀다. 이 과정에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여자배구계에 '덕장'으로 족적을 남긴 서남원 감독의 커리어가 조명됐다.

결국 김사니 감독대행의 주장과 호소는 여론의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배구팬들의 비난이 김사니 감독대행을 향했다.

배구인들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GS칼텍스의 차상현 감독을 시작으로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부 감독들이 김사니 감독대행과의 악수를 거부했다. 김사니 감독대행이 '업적'을 얘기하며 지키려고 했던 자존심이 땅에 떨어진 순간이었다.

김사니 감독대행은 결국 사퇴를 결심했다. 당초 감독대행 역할이 끝나도 코치로 돌아가겠다던 그는 IBK기업은행을 떠나기로 했다. 모든 것에 책임을 지며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행보이다.

하지만 골든타임은 지났다. '업적이 있다'던 김사니 감독대행에게 악수는 없었다. 어느새 김사니 감독대행의 최고로 유명한 업적은 2012 런던올림픽 4강 신화가 아닌 불명예스러운 '악수 패싱'을 통한 3경기짜리 쿠데타가 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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