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문 두드렸던 지승재가 롯데 마차도의 '동생’이 되기까지[놀땐뭐하니]
스포츠한국 윤승재 기자 upcoming@sportshankook.co.kr 기사입력 2021-02-26 09:30:12
[스포츠한국 사직=윤승재 기자] 추운 2월, 야구시즌이 ‘놀 때’ 구단 직원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새 시즌을 준비하는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쉴 틈이 없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며 다가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10개 구단 통역 매니저들도 마찬가지다. 팀 전력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들인만큼, 이들의 훈련과 컨디션 유지, 한국 생활 적응 등 구단이 신경써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들과 붙어다니며 그들의 정확한 의사소통을 도와 팀에 완벽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통역 매니저들의 역할이다.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 오로지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통역 매니저들의 역할이다. 외국인 선수들이 간단한 물건을 사거나 어려운 서류를 처리하는 등 야구 외적인 일이 생겼을 때 먼저 나서는 것도 통역 매니저들이다. 일과 시간은 물론 메신저 대화까지 합한다면 하루 24시간 내내 붙어 다닌다고 봐도 무방하다.

  • 마차도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은 지승재 통역 매니저. (사진=지승재 본인 제공)
▶ 롯데 마차도 통역 2년차, “이젠 완전 가족됐어요”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타자 딕슨 마차도의 통역, 지승재 매니저 역시 비시즌 동안 쉴 틈이 없다. 지난 시즌에 이어 2년째 마차도의 통역을 맡은 지승재 매니저는 이번엔 같은 베네수엘라 출신의 새 외국인 투수, 앤더슨 프랑코의 ‘생활 통역’도 함께 맡게 돼 쉴 틈 없는 비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지 매니저가 일과 대부분을 붙어 다니는 선수는 역시 전담 통역을 맡은 마차도다. 마차도는 지난해 처음으로 통역 업무를 맡은 지 매니저의 첫 파트너로, 그만큼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처음엔 통역 일도, 마차도도 어색했지만, 지난 1년 동안 거의 24시간을 함께 보낸 덕에 현재는 형동생처럼, 가족과도 함께 놀러다니는 사이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캠프 대부분의 일과도 마차도와 함께 한다. 전담 통역으로서 마차도가 속해 있는 야수조의 훈련을 돕는 것도 지 매니저의 일이다. 마차도 뿐만 아니라 다른 야수들의 훈련도 틈틈이 돕고 있다. 배팅이나 수비 훈련하는 선수들의 공을 받고, 티배팅하는 야수들의 장비를 세팅하는 등 훈련 시간에도 쉴 틈이 없다. 캠프 때뿐만 아니라 시즌 때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저보다 선수들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많죠. 선수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면서 훈련 때는 코치님들 이야기하는 것들 통역해야 하고 훈련도 도와야 하고, 또 밖에서는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등 할 일이 많아요. 물론 힘들죠. 그래도 이 선수가 있어야 저도 있는 거고, 이 선수가 저 덕분에 한국 생활과 팀에 잘 적응하면 그만큼 뿌듯한 일이 없죠.”

  • (사진=윤승재 기자)
▶ 프로선수 꿈꿨던 지 매니저의 특별한 이력 ‘KBO 트라이아웃’

통역 일 뿐만 아니라 훈련 도우미로서의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지 매니저. 하지만 훈련을 돕는 그의 모습에서 어색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그 뒤에는 한때 야구선수를 꿈꾸며 열심히 방망이를 휘둘렀던 지 매니저의 ‘남다른 이력’이 있었다.

지승재 매니저는 2년 전 ‘선수로서’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해외 유턴파와 해외 아마추어 선수, 그리고 ‘비 엘리트 선수 출신(비선출)’ 선수들이 한 데 모여 프로팀 스카우트들의 입단 심사를 받는 ‘KBO리그 트라이아웃’에 비선출 신분으로 참가했던 것.

미국 유학 시절 야구 만화책을 보며 야구 선수의 꿈을 꿨던 지 매니저는 부모님의 반대로 엘리트 야구가 아닌 학교 클럽 야구팀에서 꿈을 키워나갔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는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고 야구를 하기 위해 스포츠매니지먼트와 베이커리 회사 등에서 일하며 돈을 벌었고, 2019년 독립 야구단 파주 챌린저스에 입단해 KBO리그 트라이아웃 기회까지 얻었다.

하지만 아쉽게 프로팀의 지명은 받지 못했다. 지승재 매니저는 당시 트라이아웃을 “최고의 경험이자 최대의 실수”라고 회상했다. 인생에 단 한 번 있는 기회였지만, 확실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참가해 아쉬움이 컸다고. 실제로 지 매니저는 파주 챌린저스에 입단해 방망이를 다시 잡은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트라이아웃에 나섰다. 의욕만 앞섰던, 다소 조급했던 판단이었다고 이야기했다.

  • 지난 2019년 '비선출' 신분으로 KBO리그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던 지승재. 스포츠코리아 제공
▶ ‘통역에서 선수로’ 두산 안찬호와의 특별한 인연

그러나 이후에도 지 매니저는 야구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유학 경험 및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통역 매니저가 되는 것을 목표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2020년, 지 매니저는 롯데의 부름을 받았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지 매니저가 통역 매니저의 꿈을 꾸게 된 것은 친구의 동기부여가 컸다. 그 친구는 바로 현재 두산 베어스에서 뛰고 있는 안찬호. 안찬호 역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로, KT 위즈의 통역으로 프로팀과 인연을 맺은 그는 2020년 파주 챌린저스를 거쳐 그해 말 입단 테스트를 거쳐 두산에 입단, 오랫동안 꿔왔던 프로 선수의 꿈을 이뤘다.

지 매니저와 안찬호는 미국 유학 당시 같은 클럽팀에서 뛴 인연이 있다. 또 같은 파주 챌린저스 출신으로, 입단하기 전 독립구단 공동 트라이아웃에서 다시 만나 인연을 이어간 바 있다.

지 매니저는 안찬호가 구단 통역 매니저가 되고 선수가 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저렇게 프로의 꿈을 이뤄가는구나’라고 부러워했다고. 이후 지 매니저가 구단 통역사를 지원했을 때도 안찬호의 조언을 많이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 이번 시즌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안찬호는 KT 위즈 통역 매니저와 파주 챌린저스를 거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지승재 매니저는 어렸을 적 인연이 있었던 안찬호를 보며 프로구단에 들어가는 꿈을 꿨다고 한다. (사진=두산베어스, 파주챌린저스 제공)
▶ “선수의 꿈 없다면 거짓말, 하지만 지금은 선수와 팀에 더 집중할래요”

지 매니저도 안찬호처럼 선수의 꿈을 다시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에 지 매니저는 “아니라면 거짓말이다. 사실 아직도 생각이 많이 든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하면서도 “지금은 통역이 내 주업무다. 내가 맡은 선수가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라며 싱긋 웃었다.

지 매니저의 목표는 통역 뿐만 아니라, 계속 프로야구단에서 일하며 야구의 인연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의 통역 업무에 최선을 다해 팀에 보탬이 되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이야기했다.

“통역할 때도 ‘최대한 선수의 입장에서’, 훈련 때 선수들의 배팅 공을 받을 때도 선수들의 송구를 받을 때도 ‘최대한 선수처럼’ 하고 있어요. 제가 맡고 있는 선수가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서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되게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나중에 선수들에게 ‘좋은 통역이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통역이 되고 싶어요.”

  • (사진=지승재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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