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팀·경제팀 등 인종·성별 편견 없는 파격인사

바이든 정부 초대 재무부 장관에 지명된 재닛 옐런 전 연준의장.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주 장관 후보자와 백악관 주요 직책들을 본격적으로 발표했다. 먼저 공보팀은 선임 참모 7명 모두 여성으로 구성했고 이들 중 6명이 ‘워킹맘’이라는 사실이 미국 내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어 인종·성별·나이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성을 확보한 경제팀 인사도 속속 발표했다. 이번 공보팀 인사에는 라틴계와 흑인은 물론 동성애자도 포함돼 과거 백악관에서 보기 어려웠던 파격 인사라는 점, 또 재무부 장관 등 경제팀 인사에 여성을 대거 발탁했다는 점이 기존과 크게 다르다는 평가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명자들의 신속한 인준 통과를 위해 상원이 빠른 시일 내 청문회를 개최할 것을 촉구했다.

美 역사상 첫 여성 재무부 장관 탄생

바이든의 백악관 첫 대변인으로 젠 사키 인수위 선임고문이 임명됐다. 이미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 대변인을 했던 인물로 2013년 당시 위안부 망언을 쏟아내던 하시모토 전 오사카 시장에게 일침을 가한 적이 있어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부통령 대변인에 시몬 샌더스 캠프 수석보좌관을 비롯해 백악관 공보국장과 부대변인 등 공보팀 선임 참모 7명 모두 여성으로 구성했다.

바이든 인수위원회는 공보팀 임명에 이어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미국 역사상 첫 여성 재무부 장관에 임명하며 경제팀 인사 내용을 공개했다. 인수위에 따르면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에 니라 탠든 미국진보센터(NEC) 의장,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에 세실리아 라우스 프린스턴대 교수를 임명했다.

나이지리아 흑인 이민자 출신인 월리 아데예모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제경제 담당 부보좌관은 재무부 부장관을, 바이든 당선인 경제자문인 노동경제학자 재러드 번스타인과 헤더 보시 워싱턴공정성장센터 소장은 CEA 위원으로 각각 임명됐다.

이 밖에 백악관 비서실장에 론 클레인, NSC 국가안보보좌관에 제이크 설리번, 국가정보국(DNI) 국장에 애브릴 헤인스, NEC 위원장에 브라이언 디즈, CEA 위원장에 세실리아 라우스, 국무부 장관에 토니 블링컨, 국토안보부 장관에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가 임명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검증되고 경험을 갖춘 경제팀을 구축했다는 사실을 특히 강조하며 “일류 경제팀과 함께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복구할 것”이라며 “모두 서로 다른 배경에서 왔지만 나의 핵심 비전을 공유하는 획기적인 미국인들로, 경제를 단순히 다시 복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전보다 더 낫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美 국내외 정세에 세계 각국 관심 집중

한국 외교부가 지난 2일 개최한 재외공관장회의에 주요국 대사들이 화상으로 참석한 가운데 ‘미국 대선 이후 국제관계 전망’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각 대사들은 주재국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내용을 공유했고 대체로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동맹관계 회복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 한국과 원만한 관계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바이든 행정부는 다양한 글로벌 도전과 과제에 맞서 미국 글로벌 리더십 복원을 우선시할 것”이라며 “한미동맹도 과거보다 더 호혜적이고 상호 존중하는 관계로 발전하는 새로운 기회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는데 특히 바이든 행정부도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유기적인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바이든 정부가 임명한 블링컨 국무부 장관 내정자와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어 이와 같은 전망은 꽤 설득력이 있다. 특히 트럼프 정부와 달리 차기 정부가 전직 관료들을 중용했기 때문에 외교적 차원에서 다양하게 협의하고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은 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남관표 주일대사는 “바이든 행정부 안보 분야 인적 구성을 볼 때 한미일 협력이 굉장히 강조되고 부각되는 움직임이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한일 간 협력을 가로막는 것으로 보이는 과거사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그 사이에서 한국이 어떤 행보를 보여야 할지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과거 냉전 때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 내에서는 미·중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으로, 향후 바이든 정부가 어떤 대중 접근법을 내놓을지가 중요해 보인다.

마크 내퍼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는 최근 LA 국제정세협의회(WAC)가 주최한 화상 대담에서 “미국의 목표는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이 민주주의 원칙과 가치를 옹호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의 나쁜 행동이 나왔을 때 이를 지적하고 악의적 행동을 실제로 수용하지 않기 위해 단결할 필요가 있는데, 특히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밖에 바이든 당선인이 더 많은 자국 부양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해 향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지난 1일 델라웨어 주 윌밍턴에서 옐런 재무부 장관 지명자 등 차기 행정부 경제팀 내정자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추가 부양책이 더 나올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것.

실제로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연방정부 추가 실업수당 지급 재개와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지방정부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2조2000억 달러(약 2400조 원) 규모 추가 부양 패키지를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다만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민주당이 집권한 지방정부들을 돕는 데 연방 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며 상원에서 부양책 처리를 거부해왔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