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접종 시작했지만 알레르기 반응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지켜보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영국과 바레인, 캐나다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사용승인을 받았다. 사우디 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용승인은 화이자 측이 지난달 24일 제출한 임상시험 자료를 기반으로 국제적 기준에 맞춰 여러 요소를 검토한 후 결정했고 조만간 백신 수입과 대규모 접종을 위한 절차가 시작된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이하 화이자) 백신은 지난 2일 영국에서 처음으로 사용승인을 받았다. 이후 4일 바레인, 9일 캐나다, 11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용승인을 받았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화이자 백신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다만 백신 접종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예비접종자문위원회(AICP)가 접종 대상자를 정해 사용을 권고하면 CDC가 이를 받아들인 후 시작한다.

백신 윤곽 보이지만 여전히 갈팡질팡

지난 8일 세계 최초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에서는 첫날 2명의 접종자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임상시험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내용이다. 실제로 화이자는 4만4000명 지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알레르기 이력자를 제외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화이자가 지목한 알레르기 이력자에는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급성 이상 반응인 아나필락시스(항원항체반응으로 일어나는 생체 과민반응) 유경험자 등이 포함된다.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영국에서 하루만에 2건의 알레르기 반응이 보고되자 백신 승인을 앞둔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화이자 백신 외에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학이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은 내년 중반에야 미국 FDA 승인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임상 효과 결과에서 연구진 실수가 드러나는 등 FDA 신뢰를 잃으면서 미국 내 승인이 올해 안에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현재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선구매 계약을 체결한 유일한 백신이기도 하다.

바이러스 항원 유전자를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다른 바이러스에 넣어 투여하는 방식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일반 냉장고 온도에서 보관이 가능하고 1회분 4달러의 저렴한 가격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번 미국 승인 불발로 백신을 기다렸던 여러 국가들은 곤란한 입장에 처했지만 영국이나 인도 등은 연내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인 백신 접종 의향자 절반 밑돌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답변한 미국인이 절반도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47%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의향이 있고 26%는 아예 접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모르겠다고 답변한 미국인도 27%나 됐다.

또 응답자 10명 중 3명은 코로나19 백신이 안전성과 효능 시험을 잘 통과해 신뢰한다고 답했지만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같은 비율로 나왔다.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답한 이들 중 70%는 부작용을 걱정했다. 30%는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심각하게 아프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고 25%는 코로나19 사태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앞서 모르겠다고 답변한 이들은 안전을 우려했고 일단 접종이 시작된 후 상황을 보겠다는 입장이다. AP-NORC 설문조사와 같은 날 발표된 퀴니피액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37%는 백신 접종을 바로 하겠다고 답했지만 41%는 몇 달 기다리겠다고 답했다.

인종별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비율이 백인은 53%에 달했지만 흑인은 24%, 히스패닉은 34%에 그쳤다. 지지 정당별로도 차이가 났다. 민주당은 10명 중 6명, 공화당은 10명 중 4명만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답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이후 5개 기관에서 한 7차례 설문조사에서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답변은 45∼61%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창궐한 지난 5월보다 백신에 대한 불신이 증가한 수치다.

스웨덴, 사망자 7000명 넘겨…북유럽 중 최다

스웨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30만 명, 사망자가 7000명을 각각 넘어서면서 집단면역 실험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결국 입원 환자와 사망자 수가 늘어나면서 스웨덴 정부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모임 금지 등의 대책을 도입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기 시작한 지난 봄 대다수 유럽 국가가 이동 제한, 국경 폐쇄 등 고강도 봉쇄 조치를 했으나 스웨덴은 사회 구성원 상당수가 감염되면 항체가 생겨 집단 전체 면역력을 확보한다는 이론의 집단 면역 방식을 선택했다. 이에 스웨덴은 국민들에게 방역으로 인한 제재를 거의 가하지 않았다.

특히 집단면역을 설계한 안데르스 테그넬 스웨덴 공공보건청 수석 과학자는 코로나19에 따른 봉쇄가 지속 불가능하고 불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최근 모든 언론 인터뷰를 거절하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현재 스웨덴 사망자는 북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많다. 코로나19 사망자는 덴마크가 800명대, 핀란드가 400명대, 노르웨이가 3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결국 스웨덴 정부는 뒤늦게 8명 이상 모임을 금지했고 술집 영업시간을 밤 10시까지로 제한했다. 영화관 등 오락시설도 문을 닫았고 학교는 등교를 제한됐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집단면역은 바이러스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면서 달성할 수 있는 것이지 바이러스에 노출해서 얻는 것이 아니다”면서 “공중보건 역사상 집단면역이 팬데믹은 물론 발병 대응전략으로 사용된 적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