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칼럼]글로벌 시가총액 십경(十京)…먼 미래 희망 파는 ‘초성장주’ 유의해야
기사입력 2020-12-14 14:31:34
  • 소설 <모비딕>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하트 오브 더 시(In the Heart of the Sea , 2015)’의 한 장면.
시총 100,000,000,000,000,000 원

글로벌 시총이 미화 100조 달러(100Trillion)를 돌파하였다. 원-달러 환율을 계산 편의상 1000원으로 가정할 때, 한화로 추산한 금액은 무려 10경(京)에 달한다. 경(京)은 17자릿수이다. 1뒤로 0이 16개가 달려 있다. 조(兆)가 만 개가 모여야 얻어지는 금액이고, 억(億)이 억 번 재주를 넘어야 이 수치가 나온다. 다소의 비약을 더하면 앞으로 30년 내에 글로벌 시총은 백경(百京)을 돌파할지도 모른다.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등 신흥국가의 증권화 등이 가속화되어 증시 편입되는 등의 일로 이 같은 파이의 크기를 좌우할 것이다. 또한 3000선에 불과하던 90년대 초반의 미국 DOW지수가 최근 그 10배가 넘는 3만 선을 상향 돌파한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30년 뒤쯤에 글로벌 시총이 지금의 10배쯤인 백경(百京)에 도달하는 상상도 아주 터무니없는 비약은 아닐 수 있다.

백경(百京)은 이에 대한 동음이어(同音異語)로 허먼 멜빌의 소설 백경(白鯨, 원제 모비딕)을 연상하게 한다. 소설의 내용은 모비딕이라는 난폭한 흰 고래(白鯨)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포경선 선장 에이허브의 일대기이다. 에이허브는 백경에 회심의 작살을 꽂았으나 백경에 끌려 자신도 바다 밑으로 끌려들어 가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사람이 백경을 잡았는지, 아니면 백경이 사람을 잡았는지 모르는 결말이다.

글로벌 시총이 앞으로 30년 동안 백경(百京)을 돌파하는 판타지의 이면에 과연 개별 투자자가 부귀를 누리고 있을지, 아니면 영화를 꿈꾸는 수없이 많은 투자자가 ‘영끌 투기’의 노예로 전락되어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시총 10경(京)만 해도 지구가 이처럼 부자였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반면에 이토록 훌륭해진 세상에 일개 바이러스인 코로나19를 대입해 보면 난장판으로 바뀐다. 또 2019년 글로벌 GDP의 총합이 대략 미화 85조 달러(85Trillion)였던 것을 감안할 때, 글로벌 시총은 이미 GDP를 상향 돌파하였다.

코로나19 사태로 금년도 글로벌 GDP가 전년도 대비 최소 5~6% 하락한다고 하는 시나리오가 정설이라면, 글로벌 증시 시총은 독야청청 연일 천장을 뚫고 있었던 셈이다. 증시 과열론자들이 부쩍 ‘심판의 날’을 경고하는 빈도가 늘어난 이유이다.

이를 한국에 대입해 보면, 2019년 GDP가 약 2600조 전후였고, 작금의 KOSPI의 시가총액이 1700조 전후에 와 있으므로 아직은 여유가 있는 듯 보인다. 금년 KOSPI가 20% 이상 약진하였음에도 한국은 아직도 시총/GDP비율이 1보다 작다. 그 이격도가 상당했던 수년 전에 많은 증시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증거로 들먹이기도 하였다. 이 같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최근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Buy Korea)에 힘입어 많이 해소된 셈이다.

어찌 되었건, 글로벌 시총 십경(十京) 돌파는 ‘묻지마 진격‘에 앞서 내비게이터를 한번 더 살펴보게 만드는 이벤트다. 과연 현재의 리스크 대비 리턴(Return)이 좌표를 이탈하지는 않았는지, 아니면 리스크 또는 리턴을 21세기에 맞게 새롭게 정의해야 할지도 살펴야 할 시점에 온 듯하다.

중국 박쥐(BAT)와 글로벌 뚱뚱이(FAT)

글로벌 시총이 십경(十京)을 넘게 된 수훈 갑으로 중국 박쥐(BAT)와 글로벌 뚱뚱이(FAT)가 있다. 바이두(BaiDo),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s)가 중국 BAT에 해당하고, 페이스북(Face Book), 아마존(Amazon), 테슬라(Tesla)가 글로벌 FAT에 해당한다. 몇 년 사이 1만 배가 넘게 폭등한 비트코인도 있다지만 제도권 밖 자산이고, 특히 발행물량의 98%가 몇몇 소수가 보유하고 있다는 설에서 정상 투자자산으로서의 의구심도 상당하다.

국제 금값이 지난 4개월 만에 20% 폭락한 이유로 바이 비트코인/셀 골드(Buy BitCoin/Sell Gold)의 스프레드 거래가 많아지면서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금의 상징성이 쇠락하고, 비트코인의 위상이 상승하는 단면이 반영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금값 폭락은 외환위기 문턱에 와 있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금을 내다 판다는 루머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비트코인에 투기세력이 합승한 것과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는 말이다.

중국 박쥐(BAT)와 글로벌 뚱뚱이(FAT)의 공통점은 먼 미래의 희망을 팔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들은 전통적 주식이라기보다는 옵션에 가깝다. 상식을 벗어나는 수십~수백 배의 멀티플 앞에서 CFA(Chartered Financial Analyst, 공인재무분석사)와 CPA(Certified Public Accountant)의 자격증으로 무장한 전통적 주식 애널리스트들은 ‘멘붕’을 벗어날 수 없다. 평가불가를 선언한 주식 애널리스트들도 있다는 후문이다. 왜냐면 전통적 주식평가는 통상 미래값을 할인한 현재가치를 기준으로 삼지만, 이들 BAT와 FAT류 주식은 현재값을 바탕으로, 미래가능성의 경계선까지 부풀린 미래값 예측치를 기준으로 선제적 주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10만원이지만 필부의 주머니에 들어 있는 10만원과 워런 버핏의 투자계정에 들어 있는 10만원이 다르다는 논리와 같다. 즉, 이 같은 초성장주를 콜 옵션이라 생각하면, 이들의 극단적 변동성, 레버리지 효과, 도박성에 대한 해석이 좀 더 쉬워진다.

이들에 대한 투자는 주식투자가 아니라 선물옵션 시장의 증거금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최근 이 같은 초성장주의 옵션적 성질은 코로나19 사태와 어우러진 바이오(Bio) 주식의 주가패턴에서도 동일하게 현출된다. 근 시일 내 실적이 함께 하는 무시무시한 박쥐(BAT)와 뚱뚱이(FAT)가 등장한다면, 크리스마스를 앞둔 산타 랠리와 백신 랠리가 합체되어 단기적 폭등장세의 대장주가 될 개연성도 부정하기 어렵다.

역으로 본다면, 선물옵션 거래에서 증거금을 모두 날리는 경우가 매우 빈번하듯 주가의 급격한 하방 조정의 가능성도 명백히 열려 있다.

  • 뉴욕증시.AP=연합뉴스.
증시라는 고래사냥

어쩌면 글로벌 증시는 고래사냥과 같은지 모른다. 우선 파도에 몸을 맡겨야 한다. 금년 말에는 미국 대선으로 인해, 때이른 산타 랠리가 글로벌 증시에 일파를 던졌다. 고래를 발견하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포경선의 선원으로 일한 적이 있는 작가 허먼 멜빌은 자신이 경험한, 소스라치는 고래잡이의 위험성을 소설 백경(白鯨)에 담았다. 당시에 고래사냥은 목숨을 거는 일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는 이 같은 리스크의 속성과 리턴의 속성에서 고래사냥과 매우 닮았다.

’주린이’라고 불리는 미성년 주식 투자자들도 쉽게 주식시장에 싱크로율을 높이는 이유가 주식투자가 비디오 게임과 유사하게 변형되었기 때문이다. 계좌개설도 요즈음엔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손이 빠른 이는 15분이면 비대면 계좌개설이 가능하고, HTS가 핸드폰 안에 들어온 지는 이미 오래 전 일이다. 게임을 하는 청년을 가까이 가 보면, 주식시장에 매몰되어 데이트레이딩을 하고 있는 경우가 꽤 늘어났다. 서울, 홍콩, 런던, 산호세, 뉴욕 할 것 없이 요즈음 주식투자 하지 않는 젊은이는 팔불출에 속한다고 한다. 젊은이들은 코로나 신(新)팔불출-주식 없음, 집 없음, 잡(Job) 없음-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쓴다.

한국의 서학개미는 지난 90년대 일본의 와타나베상(일본 주부 해외투자 클럽)과 성격적으로 쌍둥이다. 둘 다 아웃 바운딩 투자자 그룹으로 아시아 시간대로 자정쯤에 미국 주식이나 채권투자를 위해 HTS를 펼쳐 든다. 이 같은 글로벌 개미들은 한쪽 다리를 고래에게 잃고도 기어이 포경선에 올라타는 에이허브 선장처럼, 일진일퇴를 병가지상사로 여기며 밤을 지새운다. 17자리 경(京) 단위의 글로벌 증시의 파고 위에 무량대수(無量大數)의 꿈을 품고 항해를 떠나는 개미군단에 경의를 표한다.





● 김문수 Aktis Capital(Hong-kong) 최고 투자책임자(CIO)

1995년 골드만삭스(홍콩)에 입사한 이래로 20여년간 홍콩기반 아시아 전문 투자업에 종사하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후 산업은행 딜리룸에서 국제금융을 익히고 씨티은행, 메릴린치 등 유수 투자은행에서 국제채권, 외환, 파생상품 및 M&A등을 경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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