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미국 등 백신 사용승인 후 접종 개시…후유증 속출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고 있다. 영국, 바레인,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등에서 사용승인이 난 이후 올해 연말부터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백신 사용승인 후 접종을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 임상시험에 참여한 사람들 후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무 느낌이 없다는 접종자부터 심한 오한과 목통증, 두통을 유발하거나 몸 전체에 관절통과 근육통이 생겼다는 접종자까지 다양한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영국과 미국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은 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알레르기 반응이 백신 접종을 반드시 보류해야 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요 코로나19 백신 후유증은 정상 범위…심각한 사례는 아직 없는 듯

미국이 본격적인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후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지는 심각한 수준의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모더나 백신 접종자 중 90%는 주사를 맞은 부위에 통증을 느꼈고 70%는 피로감을 느꼈다. 60%는 두통이나 근육통까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증상은 일반적인 백신을 접종한 후에도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백신 접종자 중 44% 이상이 관절 통증을, 43%는 오한을 경험했다. 안면 신경 마비와 림프절 부종 등 다소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난 경우는 임상시험 참가자 0.2~9.7% 정도였다.

화이자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FDA 분석 결과 18~55세 접종자 중 절반 이상이 2차 접종 후 피로감(59%)과 두통(52%) 증상을 보였다. 안면 신경 마비 등 심각한 부작용은 최대 4.6%였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모더나 백신 임상시험에 참가했던 은퇴한 간호사 조슬린 에드워즈는 이미 2차 접종을 한 지난 8월 한여름인데도 너무 추워 잠에서 깼다는 경험담을 공개했다. 접종 후 24시간 동안 심한 오한, 목통증, 두통이 있고 모든 관절에 통증이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열이 39.1도까지 올라갔고 땀을 많이 흘려 하루 만에 1㎏ 넘게 체중이 빠졌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후유증을 우려해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을 경우 코로나19를 종식할 기회를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백신 후유증이 대체로 약한 수준이었고 오히려 이런 반응은 정상적이며 양호한 상태로 본다고 강조했다.

폴 듀프렉스 피츠버그대학 백신연구센터장은 “당신 몸에서 무엇인가 다른 것이 있다는 신호가 온다는 것은 정말 좋은 현상”이라며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면역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레르기 반응, 수송사고 발생 등 혼란은 현재진행형

화이자 백신 접종 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사례가 영국과 미국에서 나오는 등 다소 심각한 상황도 발생했다. 특히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알래스카주 한 병원에서 의료 종사자 2명이 각각 화이자 백신 접종 후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이들 중 한 접종자는 중년 여성으로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또 다른 한 명은 남성으로 백신 접종 후 10분 만에 현기증과 목이 칼칼해지는 증세 등이 나타나 응급실로 옮겨졌다. 이 남성은 한 시간 안에 정상으로 돌아와 퇴원했고 아나필락시스(항원-항체 면역 반응으로 발생하는 급격한 전신 반응)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CDC는 심각한 알레르기가 있어도 안전하게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제이 버틀러 CDC 감염병 담당 부국장은 “이 같은 알레르기 반응이 백신 접종을 반드시 보류해야 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백신을 접종한 후 의료진이 30분간 관찰할 필요성은 인정했다.

또 미국에서는 백신 수송용 상자 온도가 과도하게 떨어지는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국 당국은 일단 문제의 상자에 담긴 백신 수천 회 분을 제조사에 반납하는 등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화이자 백신 적정 보관온도는 영하 70도다. CDC에 따르면 각각의 운반 상자에는 975회분 백신이 담긴다. 지난 4일(현지시간) FDA 긴급 사용승인을 받은 미국 당국은 7일 백신 배포를 시작했다. 당시에도 전문가들은 영하 70도를 유지해야 하는 백신 수송 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중국·유럽연합도 연말 안에 백신 접종

중국이 자국산 코로나19 백신 대량 생산 준비에 나서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공식 접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중웨이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과학기술발전 연구센터 주임은 “시노팜과 시노백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막바지 3상 임상시험이 이뤄지고 있다”며 연내 보급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미 쓰촨과 헤이루장성 등 중국 본토 내 일부 코로나19 위험 지역을 중심으로 백신 긴급 사용이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주 페루 시노팜 백신 임상 참가자가 접종 후 팔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증상을 보여 페루 보건당국이 즉각 임상 중단을 결정하는 등 세계무대에서 여전히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상하이 질병통제센터 측은 “코로나19 백신이 곧 승인돼 일반인들에게도 보급될 것”이라며 “중국은 코로나19 상황이 이미 통제된 상태라 초기에는 의료진 등 고위험군 위주로 접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독일 등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도 올해 연말 안에 백신 접종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영국보다 한 발 늦은 유럽 대륙 국가들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독일은 오는 27일부터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고 발표했다. 유럽의약품청(EMA)도 당초 오는 29일 화이자 백신 긴급사용 여부를 결정하려 했으나 최근 일정을 21일로 크게 앞당겼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