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지역구에서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인물 A씨가 최근까지 박 후보자의 지역사무실에서 후원회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국장으로 근무했던 사실이 <주간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다만 그는 지난달까지 근무를 하다가 법무부 장관 교체설이 돌자 박 후보자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일을 관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자를 둘러싼 측근비리 논란이 확산 중인 가운데, 법정 실형을 선고 받은 자가 박 후보자의 정무를 도운 정황까지 새로 드러나 곧 열릴 인사청문회에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와 대전광역시 및 이 지역 정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박 후보자 지역사무실에서 후원회 사무국장으로 일했다. 문제는 당시 그는 박 후보자 지역구에 소재한 공공기관 돈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유죄를 선고받은 신분이었다는 점이다. 지역구에서 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인정된 인물을 국회의원 사무실의 ‘유급직원’으로 고용한 셈이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의 횡령은 박 후보자의 지역구인 대전 서구에서 2017년 3월부터 2018년 5월 중순께까지 약 10차례 이뤄졌다. 대전지법 형사5단독(1심)에 이어 최근 대전지법 제4형사부(2심)에서도 A씨의 횡령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가 횡령한 금액이 약 4600만 원에 달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대전 서구체육회’에서 사무국장과 이사 등 임원을 역임했다. A씨는 당시 ‘대한체육회’가 공공스포츠클럽 육성을 명목으로 서구체육회에 지원한 사업비 6100여만 원을 거래처 물품구입에 사용한 것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해당 비용 중 일부를 사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자금의 성격, 범행 기간, 이익금의 규모 등에 비추어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에서 A씨는 혐의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

대전 정가에서는 A씨의 횡령이 처음 도마에 오른 때부터 뒷말이 무성했다고 전해진다. 갖은 의혹에도 그가 사실상 승진을 한 까닭에서다. A씨는 해당 사태가 불거진 직후 2018년 7월 대전 서구청 대외협력실 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구청은 박 후보자와 가깝다고 알려진 장종태 청장이 직을 맡고 있다. 장 청장은 2010년 민주당 대전시당 부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위원장은 박 후보자였다.

A씨는 논란이 지속되자 2018년 12월 서구청을 나왔다. 1심 실형이 내려진 뒤 2심 재판 결과를 기다리던 지난해 6월 박 후보자 지역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당초에는 올해 1월 지역 사무실 ‘본부장’에 오를 계획도 있었다. 새 명함도 제작이 마무리된 상태였으나, 박 후보자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 내정된 시기에 직을 관둔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 정계의 한 관계자는 “2017년부터 수년 간 공금횡령 의혹에 휩싸여 온 인물을 국회의원 사무실이 고용한 일은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측 관계자는 “재판 관련 사항이 지역사무실 업무를 보는 데에 부적격 요소는 아니지만, A씨가 본부장 직을 달기 직전 스스로 일을 관뒀다”며 “그 사유는 재판이 진행 중인 점 등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주간한국>과의 전화통화에서 최대한 말을 아꼈다. 처음에는 자신이 박 후보자측 인사라는 점도 부인했다. 취재진이 “명함을 확인했다”고 하자, “예전에 잠깐 인연이 있었을 뿐 지금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횡령 건 재판을 최종심까지 갈 것인지 여부는 “개인적인 일”이라며 대답을 피했다.

다만 A씨는 피고 신분이었던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도 자신을 ‘박범계 국회의원 특보’로 페이스북에 소개하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 박범계 사무실 본부장’이 찍힌 명함은 일부 지역주민들에 배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후보자는 여러 측근이 저지른 비리로 곤혹을 치루고 있다. 대전 정가에서 이른바 ‘박범계 라인’으로 불린 이들이 줄줄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 받아서다. 대전시의 김종천 시의원은 뇌물수수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 윤용대 시의원은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 채계순 시의원은 김소연 변호사(전 대전시의원)에 대한 허위사실 명예훼손으로 1심에서 벌금형 선고를 각각 받았다. 국민의힘 등 야당에서는 박 후보자가 측근들의 비위사실을 알고도 방조한 것 아니냐며 공세를 펴고 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