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서 다양한 시도/ 여당이 추진 중인 사항과 다른 부분도 많아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쏘아올린 ‘코로나 이익공유제’ 논의에 정부·여당이 힘을 보태고 있다. 여권은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시기를 타 벌어들인 이익의 일부를 피해가 큰 기업 등에 공유시키기 위한 법안을 오는 2월 임시국회 때 제정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법적 강제력 없는 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수의 해외 사례를 열거하며 당위성을 피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재계의 반발이 거세다. 자율성을 전제했다지만 실상은 ‘눈치껏’ 순이익 일부를 내놓으라는 집권세력의 압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면서 민주당 등이 내세우는 명분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오히려 주주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발상이라면서 해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내젓는다. 정부와 여당이 법 제정을 예고한 상황에서 이익공유제 입법화의 명분을 둘러싼 논쟁이 당분간 계속 가열될 전망이다.

이낙연 “롤스로이스 등을 봐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15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공동체 정신으로 방역에 임해 선방했듯이 경제와 양극화도 공동체 정신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자본주의 선진국인 미국의 크라이슬러, 영국의 롤스로이스, 일본 도요타도 이익공유제 개념으로 유효한 성과를 거뒀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익공유제는 상부상조 해법을 찾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롤스로이스 등을 언급한 배경은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만든 보고서를 토대로 한 것으로 보인다. <주간한국>이 확인한 민주연구원 ‘(21.1.15)협력이익공유제 기본방향과 해외사례’ 문건은 ▲영국 롤스로이스 ▲미국 크라이슬러 ▲미국 던킨도너츠 ▲프랑스 로레알 등을 이익을 공유한 기업의 모범 사례로 들었다.

이에 따르면 롤스로이스는 1970년대에 여러 사업체와 힘을 합쳐 항공기 엔진 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연관성 있는 각각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유한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일본, 미국 등 6개 사업자들과 손을 잡았다. 이 같은 협력을 통해 향후 30여 년 동안 발생한 매출액을 개별 투자액에 비례해 배분했다. 이에 따라 롤스로이스 등은 새로운 항공기 엔진 ‘Trent500’의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의 크라이슬러와 던킨도너츠는 각각 1989년과 2007년 협력사 및 가맹업자와 이익을 나눴다. 크라이슬러는 협력사들의 비용절감 개선안을 통해 성과가 날 경우, 그에 따른 기여분을 협력사에 부여했다. 던킨도너츠는 본사가 캡슐커피와 포장커피 판매에서 발생하는 순수익을 20년 간 일정한 자격을 갖춘 가맹사업자와 동등하게 공유했다.

민주연구원이 주목한 가장 최근의 사례는 프랑스 로레알이다. 지난해 이 회사는 코로나 극복을 위해 자사 유통 네트워크 내 중소·영세 사업체를 대상으로 유동성 지원을 강화했다. 파트너 비영리 기관에 100만 유로(약 13억 원)를 기부하고, 고객사에는 미수금 수령 유예 및 협력사 현금지급 기간 단축 등에 나섰다.

이밖에도 민주연구원은 이익공유의 여러 방법론을 제시했다. ‘플랫폼-파트너 협력’으로 구분된 모델은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 인하가 핵심이다. 미국의 배달앱과 온라인 플랫폼 애플과 아마존 등이 시도했다. ‘사회적 기금조성’ 모델은 정부와 기업 및 노동자가 사회적 기금을 조성, 공동체에 대한 경제적 투자를 확대하는 방법이다. 독일과 프랑스에서 시행됐다.

재계 “롤스로이스? ‘자세히’ 다시 봐라”

(그래픽=박수희)
하지만 이 같은 근거는 거듭 반론에 부딪히고 있다. 예컨대 롤스로이스의 경우 민주당은 ‘성과공유’ 사례를 들었지만, 실제로 롤스로이스는 ‘피해공유’도 동시에 추진했기 때문이다. 이는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신청해 한국법제연구원(조혜신 한동대 법학부 교수)이 만든 ‘협력이익배분재 해외사례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짚은 대목이다.

논문에 따르면 롤스로이스는 1971년 심각한 경영난을 맞아 자동차와 항공기 엔진 생산 부문을 분리했다. 이들 중 항공기 엔진의 경우 시장에서 10% 미만의 점유율에 그쳤다. 글로벌 기업 GE 등과의 경쟁은 나날이 심화하는 추세였다. 즉 롤스로이스 입장에선 새 엔진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지 않으면 생존이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묘수로 떠오른 게 세계 기업들과의 파트너십, 그에 따른 이익을 공유하는 조치였다. 이때 롤스로이스는 이익뿐만 아니라 위험성도 협력사들과 배분했다. 일반적으로 엔진을 개발하는 데에는 3~5년 소요되지만, 엔진의 사용연한은 30년에 달한다. 이 기간 수반되는 수리 및 점검 등에 관한 위험과 비용에 대해서는 모두 협력사들이 공유했다는 것이다.

민주연구원이 모범 사례로 거론한 사회적 기금조성 모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조성하는 연대기금 재원 마련을 위해 보험회사들이 2억 유로(약 2600억 원) 규모의 자금 기부를 결정한 바 있다. 말 그대로 여기에는 금융업계뿐만 아니라 정부도 상당 금액의 비용을 투입했다. 국내에서 논의 중인 이익공유제와는 다소 결이 다른 부분이다.

비협력사와의 이익공유는 배임 가능성

재계의 한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제정 때도 공무원은 쏙 빠지고 원청 기업에 모든 책임을 떠맡기더니, 이번에도 정부는 모든 비용을 대기업에 의존한다”며 “무엇보다 해외의 이익공유 케이스들은 대개 성과 창출을 위해 함께 뛰었던 협력업체 몫을 늘린 것인데, 현재 여당이 논의 중인 제도는 순이익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라는 것으로 결국 증세”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업들의 이익을 공유하자는 개념은 과거 정부 때부터 통상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기치로 추진돼 온 바 있다. 처음 화두가 된 시기는 2011년 2월이다. 당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거론한 ‘초과이익공유제’를 꼽을 수 있다. 이는 현 정부에서도 취임 초반부터 여러 차례 추진해 온 정책이다.

그 당시 주로 거론된 모델은 미국 보잉사였다. 중기부는 2018년 ‘협력이익공유제 바로알기’라는 자료를 통해 “보잉사는 보잉787기를 개발하며 약 50여개 부품공급사와 위험수익공유파트너십을 체결했다”며 “이로써 비행기 조립시간을 기존 30일에서 3일로 단축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이때만 해도 협력업체와 이익과 위험을 모두 나누자는 뜻을 밝혔던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대기업은 상생협력법에 근거를 두고 신제품 개발,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등 대기업과 협력기업의 공동협력으로 인한 성과를 나누는 제도를 시행 중”이라며 “기업이익의 일부가 해당 기업과 관련 없는 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 돌아갈 경우, 주주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