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필두로 SK㈜까지 공채 폐지/ 채용 업계 “소통능력 등 사회성 가치도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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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들이 지닌 설날의 의미는 남들의 그것과는 또 다르다. 명절 때마다 “취업은 했니?”를 묻는 친척어른들의 질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반복 경험하는 까닭에서다. 특히 매년 이맘때쯤은 기업들의 ‘공개채용 시즌’이 다가오는 탓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올해 설을 맞이하는 취준생들은 여느 때보다도 유독 심란해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업과 시험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등 낯선 환경에서 전공을 수료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외활동도 제한된 까닭에 스펙을 제대로 쌓지 못했다는 불안감마저 커졌다.

무엇보다 2년전 현대차를 필두로 확산된 대기업의 공채 폐지 추세가 올해는 그룹순위 3위인 SK그룹까지 번졌다. 이로써 국내 10대 대기업 중 공채를 실시하는 기업은 삼성 단 한 곳만 남았다.

이처럼 취업시장이 공채보다는 수시 채용으로 바뀌어가면서 취준생들의 취업전선에도 혼선이 우려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취업문이 좁아진 상황에서 취준생들의 취업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공채가 수능이라면, 수시는 학종”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때 정시(수능)와 수시(내신)에 전부 응시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저마다 주력하는 시험이 따로 있었다. 소위 ‘정시파’와 ‘수시파’로 나뉘었다. 취업은 그보다 힘든 것 같다. 수능격인 공채와 내신격인 수시 채용 둘 다 비중 있게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갈수록 수시 채용이 늘고 있는 점은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이 확대되는 것 같다.”

취업 박람회에서 채용 공고를 살펴보는 청년들.
수도권에서 취업을 준비 중인 박모(29)씨가 한 말이다. 지난 2년 동안 번번이 면접에서 고배를 마셔왔다는 그는 “큰 틀에서 대기업은 공채, 중견기업은 수시라는 인식을 갖고 대학 때부터 준비해 왔는데, 이 공식이 깨져가고 있는 것 같다”며 “만약 올해에도 공채에 합격하지 못한다면 현실이 더 막막해질 듯하다”고 토로했다.

올해 취준생들의 고심은 어느 때보다 크다. 코로나19 직격탄에 기업 상당수가 신규 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공기업의 채용 규모는 전년 대비 약 6000명 줄어든 2만7000여 명으로 나타났다. 올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인 이상 민간 기업 21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49.2%가 ‘긴축경영’이 2021년 경영기조라고 응답했다.

이런 가운데 급속도로 변화 중인 채용 시장의 패러다임도 청년들의 걱정을 키우고 있다. 앞서 SK그룹이 지난달 27일 “내년부터 공채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힌 게 상징적이었다. 이날을 계기로 취준생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는 “앞으로 공채 대신 수시로 인원 100%를 선발하는 기업이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

취준생들이 수시 채용 확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까닭은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취업 스터디를 운영 중인 하모(30)씨는 “공채는 ‘보편적’ 인재가 되어도 합격의 희망이 있었다”며 “반면 수시는 특정 분야에서 ‘특별한’ 존재가 돼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채는 예정된 때에 시행하므로 예측가능성이 있는데 수시는 그렇지 않은 것도 큰 불만”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물론 공채에서도 기업마다 시험 및 전형의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학점과 영어 그리고 봉사활동 등 일반적인 사항의 자격요건을 갖추면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유력 기업의 수시채용은 이에 더해 각자의 분야에서 고난도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경력을 쌓는 식으로 훨씬 남다른 역량까지 입증해야 해 결국 중고신입이 뽑힐 것 같다”고 부연했다.

취업 전략 변화 불가피

업계 동향 볼 줄 아는 ‘안목’ 길러야

2월 1~2주차 채용을 진행 중인 기업은 LG전자와 쿠팡, 현대오토에버, 포스코건설, 씨젠, 현대홈쇼핑 등이다. 이들 중 현대홈쇼핑과 포스코건설은 공채, 그 외 회사들은 수시채용이다. 지난해부터 수시 채용을 도입한 LG전자는 이번에 부엌가전 연구개발, 세탁기·건조기 연구개발, 에어컨·공기청정기 연구개발 인원을 뽑는다. 정규직 입사는 인턴 1개월 근무평가 후 결정된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픽사베이)
채용 시장이 이처럼 변화하면서 취준생들의 취업 전략도 변화가 요구된다. 윤호상 인사PR연구소 소장은 “수시 채용은 뽑는 주기만 수시로 한다는 게 아니라, 서류와 면접 등의 절차가 각 현업부서에서 진행되므로 ‘뭐든지 잘한다’가 아닌 ‘조직 분위기와 업무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고 어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기업들 얘기를 들어보면 ‘협동심이 부족한 신입들이 많다’는 식의 불만이 매우 많다”며 “수시는 현업 부서에 바로 투입되므로 소통과 협업 능력을 증명하는 게 생각보다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수시채용이 경력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긴 하지만, 경력이 아닌 경험을 강조해도 무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소장은 그러면서도 “신입의 채용 규모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일부 지적은 일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수시채용을 하는 기업 중 일부는 정확한 채용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공채와 달리 수시채용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수요를 먼저 파악한 후 뽑는 것이기 때문에 채용 인원이 줄어들 소지는 있다”고 전했다.

기업 인사팀의 입장은 어떨까. 수시로 인원을 뽑는 대기업 A사 인사담당자는 “다른 기업도 그렇겠지만 회사 홈페이지에 나온 인재상이 말에 그치는 게 아니므로 참고하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또 “신입은 당장 큰 역할을 하지는 않아서, 현업에서 선배들을 돕고 지원할 수 있는 소통과 협업 능력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윤 소장과 같은 진단이다.

다만 이 인사담당자는 “공채와 차이가 있다면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했는지를 이전보다 유념하는 측면은 있다”고 했다. 그는 “아무래도 직무 적합성, 그리고 업계의 현황과 전망 등 흐름을 볼 줄 아는 시각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고신입이 유리할 것이란 걱정은 안 해도 된다”며 “기업들이 생각보다 ‘육성’의 가치를 도외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역시 수시로 인원을 뽑는 대기업 B사의 인사담당자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수시가 공채보다 채용규모가 작을지 클지는 회사 사정에 따라 매년 다를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단연 직무 적합성”이라고 말했다. 또 “평소 관심 직무분야의 ‘트렌드’를 꾸준히 접하고 관련 과목 수강 혹은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경험을 쌓는다면 충분히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