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정세균·임종석, 기본소득 놓고 이 지사 ‘협공’

이재명 경기도지사/연합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잇단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지만 불안함을 감추지 못한다. 이 지사의 약진이 계속되면서 야권뿐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견제구가 날아오는 빈도가 높아진 탓이다. 이 지사에게는 친문(친문재인)으로 분류되는 당내 세력이 없다. 이 지사의 근본적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이재명의 1위 독주 체제
이 지사는 차기 대선주자로서도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이 지사는 오차범위 밖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8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4개사에 따르면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 지사는 27%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 윤석열 검찰총장이 8%로 뒤를 이었다. 이로써 이 지사는 8개월째 지지율 20%대를 유지하는 견고한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 지사의 1위 독주는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뿐만이 아니다. 지난 5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광역단체장(15개 광역단체장, 서울시장·부산시장 제외) 1월 평가조사’에서 이 지사는 긍정평가 66.2%로 8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를 두고 이 지사의 정책 능력이 도민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특히 도내 장기 미해결사업들을 둘러싼 갈등을 풀어내는 등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과감하게 도정을 이끌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이 지사는 갈등 현장에 중재자로 나서서 사업주체와 주민 간의 갈등, 기관 간 협의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견제하는 여권 내 공세
여권 내에서는 독주체제를 이어가는 이 지사를 견제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찬반이 명확한 기본소득 논란에 불을 붙이는 방법을 통해서다. 이 지사가 기본소득을 줄곧 주장하는 동안 이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은 기본소득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알래스카 빼고는 (기본소득을) 하는 곳이 없다”며 간접적으로 이 지사를 비판했다. 이어 지난 18일 경기 수원을 들린 이 대표는 이 지사를 겨냥해 또다시 견제구를 날렸다. 이 대표는 수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돈은 많이 들어가는데, 어려운 분들에게 부족하게 드릴 수밖에 없는 고민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며 다시 한번 기본소득의 문제점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정 총리도 일찌감치 이 지사의 기본소득론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4일 정 총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포퓰리즘에 기반한 정치는 실패할 것"이라며 "지구상에서 일반적인 기본소득 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나라는 없다. (기본소득제는)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기본소득에) 필요한 재원이 없다”며 “기본소득을 전국민에게 지원하려면 기존의 모든 복지 혜택을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재정을 실험하기 보다는 손실보상이나 재난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고, 차등지원으로 피해가 큰 쪽에 지원을 많이 하는 방식으로 필요한 재정 규모를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도 논란에 가세하면서 이 지사를 압박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지사가 중장기 목표로 제시하는 월 50만원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약 317조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며 "50만원이 아직 생계비에 터무니없이 부족한데도 이미 어마어마한 규모의 증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쓰는 것이 미래 세대에게 고통을 떠넘기지 않으면서 더 공정한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협공에 대한 불편한 기색 내보여
이 같은 협공에 대해 이 지사는 SNS를 통해 우회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6일 이 지사는 자신의 SNS에 "정치와 행정에 한방은 없다"며 "보통 정치나 행정에서는 '화끈한 한방'을 노리고, 획기적인 정책이나 공약으로 국민을 설득하려 하지만 그런 쉽고 좋은 방법이 있다면 왜 이미 하지 않고 남겨두었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 곳에서 작은 것을 꾸준하게 많이 해서 콩알 주워 모으듯 성과를 쌓아야 한다"고 조언을 남겼다. 그러면서 경기도가 복지대상자들에게 요금 감면 혜택을 알리고 신청을 독려한 결과 이동통신비 등 5대 생활요금 6만4888건이 추가로 감면을 받았다는 언론보도 내용을 링크했다.

행정가인 이 지사가 행정 성과를 말하는 게시글에 ‘정치’를 포함한 것은 이례적인 대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게시글을 통해 자신을 공격하는 정치인들을 에둘러 비꼰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최근 이 지사에 대한 견제성 공세가 이어지는 분위기 속에서 이 같은 해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일단 한발 물러서는 이재명
한편 민주당은 불평등·양극화 해소 방법으로 ‘신(新)복지’ 제도를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수원에서 “제가 말한 신복지제도는 소득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의료, 교육, 환경, 문화 등 삶에 필요한 8개 영역을 보호하자는 취지”라며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노동기구(ILO)가 합의해 국제사회에 제안한 내용을 한국 수준에 맞게 적용한 것이어서 여러 나라에도 통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신복지제도와 이 지사의 기본소득이 대립하는 구도가 형성되자 이 지사는 한 발 물러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M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저는 민주당 당원이고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신복지제도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며 "당이 추진하는 신복지제도가 현장에서 현실화되도록 하는 것도 제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복지제도와 기본소득이 대립적 관계인 것으로 보는 건 옳지 않고, 갈등구조로 보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가 전략적으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이 지사는 한 라디오방송에서 “민주당은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민주당 내부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결국 이 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발언을 번복했다. 당시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지사의 발언이 본능이라면 번복은 수위 조절”이라며 “이 지사는 경선 직전까지 사이다 발언과 번복을 (교대로)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