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그 실력 어디 가나’ 김광현 ‘불펜이라니, 선발이 보여’ 류현진 ‘에이스의 진가 걱정마’

2021 메이저리그가 4월 2일(한국시간) 류현진의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뉴욕 양키스의 공식 개막경기를 시작으로 정규시즌 162경기 6개월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한국 야구 최고의 인기 스타였던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 트로이카는 과연 메이저리그에서 함께 뛰게 될까.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진입이 가시화되면서 이미 메이저리그 최고 반열에 오른 류현진과 메이저리그 데뷔시즌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KBO리그 최고 투수 자존심을 세운 김광현, 그리고 ‘대투수’ 양현종이 한무대에 뛰는 것을 넘어 맞대결 혹은 같은날 등판하는 것을 지켜볼 일도 꿈만은 아니다.

양현종. 연합뉴스

메이저리그 진입 가능성 높이는 양현종

양현종은 그동안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린 국가대표급 투수 중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했다. 생존 가능성보다 방출 가능성이 훨씬 높은 스플릿 계약(메이저리그-마이너리그 신분에 따라 계약 내용이 달라지는 계약)을 맺었고 스프링캠프도 초청선수 신분으로 참가했다.

굴욕일 수밖에 없다. 양현종이 누구인가. KBO리그에서 ‘대투수’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KIA 타이거즈의 레전드이자 국내 최고 투수다.

KBO리그 147승으로 역대 다승 4위, 탈삼진도 1673개로 역대 4위일 정도로 엄청난 선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생존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대우를 받는다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굳이 그런 취급을 받으면서도 미국을 가야 하냐’는 핀잔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988년생으로 어느새 만 33세가 된 시점에서 어린시절 꿈에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배수의 진을 쳤고 텍사스 레인저스로 향했다.

냉정하게 텍사스는 메이저리그 30개팀 중 최하위의 투수력을 갖춘 팀. 선발진에도 조금은 익숙한 이름들은 있지만 누구 하나 시즌 끝까지 완주한다는 보장조차 없는 구성이다.

올시즌 예상성적은 압도적인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꼴찌이자 메이저리그 전체 꼴찌를 노려볼 만한 전력이다.

양현종이 텍사스에서도 선발이든 불펜이든 26인 로스터에 들지 못한다면 냉정히 양현종은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레벨은 아니라는 것이 반증되는 셈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개막을 일주일여 앞둔 시점에서도 양현종은 계속해서 스프링캠프에 잔류해 경쟁 중이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나아지는 양현종이 개막 로스터에 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상상이 됐다.

김광현. 연합뉴스

‘불펜급→2선발’ 확 달라진 김광현의 위상

1년 전만 해도 김광현은 불펜에서 메이저리그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됐다. 세인트루이스 선발진은 견고해 보였고 김광현이 경쟁하기에 힘에 부쳐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개막이 연기되고 그 사이 부상자가 나오고 경쟁자 중 코로나 확진자까지 나왔다. 김광현은 마무리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첫 경기만 뛴 후 이후 곧바로 선발진 합류의 기회를 잡는다.

기회는 준비된 자가 잡는 법. 김광현은 철저하게 준비가 돼 있었고 선발로 7경기 평균자책점 1.42라는 엄청난 활약을 하며 세인트루이스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끈다. 부상자가 돌아오고 확진자가 완치됐음에도 김광현은 오히려 더 선발진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올시즌을 앞두고 ESPN은 김광현을 팀내 2선발로 예상하고 있다. 1년전 불펜으로 예상되던 위상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 짧은 단축시즌 동안 스스로 입지를 완전히 바꿔 놓은 김광현은 올시즌이 종료되면 메이저리그에서 FA자격을 얻는다. 올시즌 활약 여부에 따라 FA대박 여부도 달렸다.

류현진. 연합뉴스

2019년 이후 평균자책점 1위… 걱정없는 류현진

걱정이 필요없다. 늘 시즌전에는 저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뒤따르지만 류현진은 이를 보란 듯이 비웃는 ‘성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19~2020년 2년간 메이저리그 평균 자책점 1위(2.42)인 류현진의 이 기록은 최근 3년간(2018년부터)으로 늘리면 메이저리그 2위(2.30), 4년간(2017년부터)로 늘리면 3위(2.71)일 정도로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다.

올시즌 역시 매우 당연하게도 개막전 선발이 예상되고 마침 그 경기가 메이저리그 전체 공식 개막전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뜻깊다. 그동안 박찬호, 추신수 등 한국 선수의 메이저리그 FA 거액 계약이 첫해에는 모두 실패했었기에 우려가 있었지만 4년 8000만달러 FA계약 첫해부터 사이영상 랭킹 3위로 대박을 터뜨려 징크스마저 깼다.

보 비셋, 블라디미르 게레로 등 유망주 선수들이 많았던 토론토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지난시즌 포스트시즌까지 갔다. 올해는 그 유망주 선수들이 더 성장한 것은 물론 이번 겨울 FA최대어였던 외야수 조지 스프링어까지 잡아(6년 1억5000만달러, 약 1700억원) 전력을 강화했다.

류현진이 투수진 중심을 잡아준다는 계산이 있기에 가능한 전력구상을 그리고 있는 토론토가 올시즌 얼마나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볼만할 것이다.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