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모바일뱅킹 뛰어넘는 차별화 서비스 가능할까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이 5일 서울시 성동구 신한은행 성수동기업금융센터를 방문해 영업점 창구 직원으로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은행 운영을 좀더 가볍고 효율성 있게”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독자적인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기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지난 2월말∼3월초 금융지주사를 상대로 인터넷은행 설립 수요를 조사했다. 이 조사 결과 대부분의 금융지주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인터넷은행 자회사를 세우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은행연합회는 금융당국에 인터넷은행 설립과 관련한 의견을 제시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연합회로부터 전달받은 공식 의견을 토대로 오는 7월 이후 금융지주사의 인터넷은행 설립을 본격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많은 지주사들이 인터넷은행 소유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장기적으로 금융지주사가 소유한 인터넷은행의 필요성을 사전에 실무 차원에서 금융당국에 설명하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인터넷은행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있으며, 토스뱅크가 본인가를 앞두고 있다. 시중은행은 투자자로 인터넷은행에 참여하고 있는데 우리은행이 케이뱅크의 2대 주주, KB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의 3대 주주다.

디지털· 비대면 금융 확대에 위기감…금융당국에 설립 건의 타진

금융지주사들이 인터넷은행 설립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명확하다. 디지털 금융의 확산으로 효율성 면에서 오프라인 은행이 인터넷은행을 따라갈 수 없다는 점이 검증됐기 때문이다. 지난 7일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폐쇄된 은행 지점은 304개로 전체 은행 점포의 5%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지점을 방문하는 이용자들이 급격히 줄어든 데다 은행 업무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점이 없는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13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2019년(137억원)에 비해 무려 8배 성장했다.

이처럼 핀테크 업체가 급성장하며 시중은행의 영역을 위협하자 금융지주사들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 등이 발빠른 정보기술(IT) 서비스와 결합해 클릭 몇 번만으로 가능한 간단한 소액 대출과 금융자산 관리, 증권투자 서비스 등을 선보이면서 자칫하면 시중은행의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 영역을 빼앗길 수 있다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금융 서비스가 급성장하는 데 따라 전통적인 금융사들도 새로운 변화에 빠르게 합류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며 “인터넷은행 또한 변화를 위한 전략 중 하나”라고 전했다.

금융당국, 거부 입장에서 긍정적 검토 가능 선회

금융당국은 은행연합회로부터 공식 의견을 받으면 오는 7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이 ‘은행과 금융지주가 독자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책제안을 한 데 대해 사실상 거절한 바 있다. 법적 문제는 없지만 심의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향적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으로서는 금융지주사가 인터넷은행에 진출할 경우 중·저신용자들을 위한 중금리 대출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는 평가다. 인터넷은행은 라이선스 사업이어서 금융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현행 인터넷은행특법은 IT 비금융주력자만이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법 취지가 비금융주력자의 혁신금융 진입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기존 금융사업자인 금융지주사의 인터넷은행 설립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제4의 인터넷은행, 차별화된 서비스가 관건

인터넷은행이 이미 자리를 잡은 가운데 기존 금융사들이 어떤 차별화된 서비스를 보여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시중은행 또한 모두 자사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면 기존의 모바일뱅킹과 구별되는 혁신적인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느냐는 점이 의문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모바일뱅킹 서비스는 편리함과 혁신성 면에서는 인터넷은행에 뒤쳐진다는 이용자들의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이를 극복할만한 승부수가 있느냐가 성패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은행 이용자 안모(35)씨는 “인터넷은행 서비스가 기존 은행 모바일뱅킹에 비해 간단하고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등 모바일에 최적화돼 있어 주거래 은행을 인터넷은행으로 옮겼다”라며 “기존 금융사에서 또다른 인터넷은행 서비스를 출시한다면 지금의 인터넷은행 서비스를 뛰어넘는 뭔가가 있어야 이용자들을 불러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