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호 객원기자 칼럼] 청년층 덮친 ‘취업난’…근본적 대책이 해법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기사입력 2021-04-16 16:43:53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년 3월 고용동향’을 주요 내용으로 한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청년실업률은 10.1%를 기록해 전년 대비 1%가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탓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이 수치는 현실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실업자와 더 일하고 싶어 하는 취업자 및 잠재 구직자를 모두 포함한 확장실업률은 26%로 이를 크게 초과한다.

일하고 싶은 의지와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청년 중 4분의 1이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다는 뜻이다. 전 연령 확장실업자 수는 467만5000명인데 20세 이상 39세 이하 확장실업자 수는 131만 명으로 3분의 1에 달한다. 실업의 문제가 청년층에 집중돼 있음을 알려주는 지표들이다.

한국의 상황은 국제 비교에서 볼 때도 좋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청년(25~34세) 대학졸업자 실업률 평균은 2009년 6.1%에서 2019년 5.3%로 0.8%포인트 개선됐다. 반면 한국은 5.0%에서 5.7%로 실업률이 높아졌다.

그 결과 OECD 37개국 중 28위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OECD 교육보고서(2016)에 따르면 한국은 대학 진학을 위해 가계지출의 8%를 사교육비에 들이지만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가 태반이고 60%만이 정규직이 된다고 한다.

청년실업의 문제는 어제 오늘 시작된 것이 아니며 역대 정부에서 다 같이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문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러 가지 정책을 통해서 청년실업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달 발표된 청년고용활성화 대책에 따르면 6조 원의 예산을 배정해 104만 명의 청년에게 취업과 관련된 지원을 제공한다.

그 중 현 정부에서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디지털 일자리’ 사업이다. 이는 중소·중견기업이 IT 활용가능 직무에 청년을 채용하는 경우 인건비를 월 최대 180만 원, 최장 6개월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서 콘텐츠 기획,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 분야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유도한다는 의도다.

특히 지원 청년 30% 이상은 디지털·그린뉴딜 등 미래유망 분야 기업에 할당할 계획이다. 이 밖에 다양한 대책이 있지만 대체로 청년을 고용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아니면 직업훈련을 받는 청년에게 지원금을 주는 형태를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이 얼마나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기업들에게 당근을 주어 청년채용을 유도하는 방식이지만 본질적인 기업의 고용창출 능력을 바꿀 수 있는 대안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한 마중물이라는 이름으로 공무원 채용수를 늘리고 있지만 5대 그룹 중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는 공개채용을 없애고 수시채용으로 돌려 오히려 청년들에게 불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제, 노동시장 및 교육 구조가 청년층의 신규채용에 불리하게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수출 대기업과 제조업 위주로 돼 있어 끊임없이 자동화로 인력을 줄이며 해외시장으로 사업장을 옮기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중소기업이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고용이 매우 불안하고 비정규직 수가 많다. 더구나 외국인 노동자의 수입으로 임금이 더욱 떨어져 설령 입사한다고 하더라도 결혼과 출산 등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교육에 있어서는 대졸자 비중이 과다하게 높고 전공에 있어서도 산업 및 기업의 수요와 매칭이 되지 못하고 있다.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돌파구를 마련하기에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비교적 쉽게 정책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교육 측면의 개혁이라고 보인다. 현재 한국에서는 산업구조의 변화가 급속히 일어나고 있다. 바로 정보통신산업의 부상이 그것이다.

삼성, LG 등 전통적인 제조업체에 더해 네이버, 카카오를 위시한 수많은 소프트웨어 기업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수요를 충족할 인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쪽에서는 구직자가 남아돌고 다른 한쪽에서는 채우지 못하는 일자리가 남아도는 형국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에 있어 대학의 자율권이 제한돼 있고 정부가 전공별, 학교별 정원 및 등록금을 규제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기업에서 요구하는 흐름에 맞게 전공별 인원을 조절하고 교육프로그램을 개선할 수 있는 대학의 역량이 떨어지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미국에서만 부족한 인원이 100만 명에 이른다고 하며 국내도 크게 부족한 현실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의 전공별, 학과별 높은 장벽은 시류에 맞는 구조조정을 저해함으로써 인위적인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다.

정부 역시 첨단 분야의 인력 수요가 부족함을 파악하고 재정지원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이러한 일회성 지원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오히려 획일적인 지원 및 규제정책은 대학 스스로가 혁신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따라서 획기적으로 대학에 자율권을 부여해 산업 수요에 맞게 전공별 정원을 조정하고 이에 맞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우리나라 기업의 수요에 비해 대졸자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청년 고등교육 이수율은 2009년 이후 OECD 1위를 달리고 있고 그나마도 2009년 60.6%에서 2019년 69.8%로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대학진학 감소를 유도하면서 고등학교 교육내용을 취업에 맞도록 고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보인다.

고등학교 직업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정책으로서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듀얼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는 유럽식 도제교육의 산물로서 학습시간의 절반은 기업에서 일하고 절반은 학교에서 수업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에 기업의 만족도가 높고 학생도 일하면서 지원금을 받으므로 서로 윈윈할 수 있다.

직업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가직무능력표준의 도입 등 국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는 모든 직종에서 요구되는 직무능력을 국가가 표준화해 국가기술자격과 연계시킨 것이다. 이를 통해서 기업의 수요에 맞는 교육내용을 개발하고 원활한 취업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할 수 있다.

현재 악몽과 같이 진행되고 있는 청년실업에 대해서 계속 일회성 대책을 제시하거나 통계적 숫자에 집착하는 태도를 견지해서는 해결이 요원하다. 정부는 보다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뚝심을 가지고 한 방향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담대함이 필요하다. 청년실업 문제에 있어서 지름길은 없고 지속적인 노력만이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정인호 객원기자는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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