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프톤·카카오뱅크·현대엔지니어링 올해 상장 채비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지난 2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사업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카카오뱅크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올 여름 기업공개(IPO) 시장이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공모주 청약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인터넷 게임 ‘플레이어 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크래프톤, 인터넷 은행 카카오뱅크,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모두 기업 가치 10조원이 넘는 ‘대어’들이다.

크래프톤 상장 시 업계 시총 1위 엔씨소프트 추월 전망

우선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는 각각 지난 8일과 15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본격적인 IPO 일정에 돌입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기준 매출 1조6704억원, 영업이익 7738억원, 당기순이익 556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60%, 당기순이익은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넥슨(1조1907억원)과 엔씨소프트(8247억원)에 이어 게임업계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크래프톤이 IPO를 성공적으로 진행한다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게임사(넥슨은 일본 증시 상장)중 시총 1위인 엔씨소프트(약 19조원)를 앞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07년 설립된 크래프톤은 2015년 글로벌 열풍을 몰고 온 게임 ‘플레이어 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의 개발사인 펍지를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현재 장외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크래프톤은 주당 230만~240만원대로 다음달 4일 액면분할을 통해 주당 500원에서 100원으로 조정한다. 상장 시 예상 시가총액은 20조667억원에 달한다. 크래프톤의 상장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NH투자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JP모간은 공동 주관사로 참여한 상태다.

카카오뱅크 영업이익 9배 성장…비대면 바람 타고 시중은행 위협

2017년 7월 문을 연 카카오뱅크는 6분기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눈에 띄는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016년 1월 설립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카카오가 지분 31.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난해 매출액은 8042억원으로 전년보다 20.9%, 영업이익은 1226억원으로 전년대비 9배 가까이 성장했다. 당기순이익도 1136억원으로 전년대비 8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거래 증가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성장한 모습이다.

올 하반기에는 전국신용보증재단중앙회와 함께 개인사업자 대출을 출시하는 등 기업금융 부문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기업 가치는 지난해 유상증자 당시 9조3000억 원이었지만 현재 장외 시가총액이 30조원을 웃돈다. 장외시장에서 카카오뱅크의 주당 거래가격은 8만5000원선으로 발행주식 수를 고려한 단순 시총은 34조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은행지주 1위인 KB금융(약 22조원)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수치다. 시중은행들의 카카오뱅크를 향한 견제 움직임이 예상되는 이유다. 카카오뱅크 IPO는 KB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가 대표 주관사를 맡고 있고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공동 주관사다.

통상 거래소의 상장 심사 기간이 2개월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두 회사 모두 6월에는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 7월께 코스피에 입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현대차그룹 기업지배구조 개편할까

현대엔지니어링도 최근 IPO준비 관련 소식이 나오면서 올해 안에 상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9일 국내외 증권사 10여 곳에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이달 중 주관사단을 확정하고 코스피 시장 진입 준비에 본격 나설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자동차그룹에서 플랜트와 인프라스트럭처, 건축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현대차 그룹 계열사가 상장에 도전하는 것은 현대오토에버 이후 약 2년 만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예상 기업가치는 10조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 비상장 주식은 주당 99만원대에 거래 중이다. 발행 주식 수(759만5341주)를 고려할 때 장외에서 7조5000억 원 수준의 몸값이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난해 매출은 7조1884억 원, 영업이익은 2587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5.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6.6% 줄었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이후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번 상장을 통해 1조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 이를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계열사 지분 매입에 사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11.7%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지배구조를 개편하려 했지만 시장 반발에 밀려 중단한 적이 있다. 때문에 이번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기업 지배구조 개편의 좋은 적기가 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사측은 오는 26일까지 제안서를 받은 후 내달 초 주관사단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처럼 올해 조(兆)단위 기업의 IPO가 이어지면서 공모주 시장은 한층 더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