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을 파는 사람들...윤석열의 속내는?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 기사입력 2021-04-26 08:49:22
  • 14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서적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요즘 나를 파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의 일대기를 다룬 책들이 출간되는가 하면 ‘윤석열 테마주’가 주식시장에서 개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모임이 정당을 창당하는 경우도 생겼다.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윤석열이다. 윤 전 총장이 어느 당으로 가야 대권가도가 열린다느니, 제3지대에서 정치에 입문해야 한다느니 말도 많고 온갖 훈수가 난무한다. 그의 ‘킹 메이커’가 되겠다고 자처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수많은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자신을 파는 사람들, 즉 윤석열 마케팅에 편승하는 사람들의 극성스러운 성화와는 달리 숙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는 책 4~5권 발간
윤 전 총장은 위 아래 10년 선후배를 아우르는 마당발로 통했다고 한다. 종종 당구를 치러 모교인 서울대 신림동은 물론 신촌 이화여대 앞까지 선후배의 부름을 마다하지 않는 활발한 성격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그가 친구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바로 ‘책’ 때문이었다. 최근 출간된 <윤석열의 진심>은 충암고 동창인 전직 기자 이경욱 씨가 쓴 책이다. 두 사람은 고교 졸업 후 만난 적이 없었지만 지난해 40여년 만에 만나 2시간 반 정도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그런데 그 해 연말 이씨는 뜬금없이 윤 전 총장에게 출간 통보를 보냈다. 윤 전 총장이 만류했지만 이 씨는 나쁜 내용이 없다면서 출간을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윤 전 총장이 친구로부터 곤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일과 관련된 입장 차이에서 나온 결과일뿐이지 뒤통수를 맞는 경우는 아니었다. 2006년 윤 전 총장이 현대차 비자금 수사를 맡았을 당시, 윤 전 총장은 박상배 산업은행 전 부총재와 이성근 산은캐피탈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종석 영장전담판사는 이를 기각했다. 이 영장 문제는 현대차 비자금 수사의 핵심부분이었다.

이 기각 사건은 당시 법조계의 핫이슈였다. 윤 전 총장과 이 판사가 30년지기인 것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 두 사람은 서울대 법학과 79학번 동기로, 법학과내 분반 중 같은 A반이었다. 이 같은 인연으로 두 사람은 막역한 사이였다고 한다. 영장 기각 후 이 판사는 한 측근에게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 500쪽짜리 기록을 4번이나 정독했다”며 “친구는 친구고 일은 일이라 어쩔 수가 없다. 영장을 기각한 뒤 윤 검사에게 전화로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했다”고 말했다. 물론 이 사례는 각자 처한 위치에 따른 ‘일’과 관련된 것이라 전자의 책 출간 건과는 경우가 다르긴 하다.

윤석열 ‘팬덤’ 마케팅 극성…윤석열을 앞세운 신당도 창당
현재까지 윤 전 총장의 일화를 바탕으로 출간된 책은 4~5권. 모두 윤 전 총장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나온 책들이다. 윤 전 총장 지지자들이 정당을 창당한 경우도 윤 전 총장과는 무관한 일이다. '윤석열을 사랑하는 모임'(이하 윤사모)이 주도한 가칭 다함께자유당 대전시당 창당대회에는 정작 주인공인 윤 전 총장은 없었다. 김성식 대전시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윤 전 총장에 대해 “이 시대 진정한 영웅”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만드는 데 힘을 모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들 대다수는 윤 전 총장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팬덤에 의해 모인 사람들이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를 하면서 팬덤이 생긴 사람이고, 문재인 대통령은 팬덤에 의지해 정치를 하는 사람, 즉 팬덤 정치”라며 “팬덤 정치는 정치인의 실체를 가린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윤 전 총장도 자칫 팬덤 정치로 빠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중 앞에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은 상태에서 차기 대권주자 1위를 차지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 신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에 대한 대중의 환상이 깨졌을 때 지지율은 수직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을 보며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을 자주 거론한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반 전 총장과 다를 것이란 기대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반 전 총장은 정치권에 발을 살짝 담그자마자 정치판의 냉혹한 검증을 견디지 못한 채 회의를 느끼며 정계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다르다. 그는 총장 시절부터 여당의 난타전에서 살아남았고 국정감사에서도 여당 공격에 놀라운 언변으로 맞받아 쳤다.

한 정치 평론가는 ‘윤 전 총장이 반 전 총장의 전철을 밟을 것이냐’는 질문에 “떠날 사람이었으면 이렇게까지 버티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의 강단 있는 모습이 윤석열에 대한 지지율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분석이다.

尹 장모측 의혹 보도 법적대응 나서…정계 입문 전 상황 정리?
윤 전 총장에 대한 정치권의 러브콜은 계속될 전망이다. 윤 전 총장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으로부터 직ㆍ간접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다. 조직력이 부족한 윤 전 총장으로서는 제3지대보다 기존 정당에 입당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입당을 권유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향후 윤 전 총장의 선택에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밥을 지을 때 뜸을 너무 들이면 밥이 탈 수도 있다. 결국 윤 전 총장이 어떤 시기에 정치 입문을 선언할지를 관전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이다. 그의 정치적 역량을 가늠하는 최초의 시험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윤 전 총장의 장모측이 땅투기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들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의 장모인 최모씨 대리인은 지난 21일 최씨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보도한 오마이뉴스와 소속 기자를 상대로 서울동부지법에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기사에는 최씨가 부실 채권으로 경매에 나온 건물과 토지를 사들여 되팔거나 동업자를 배제하는 등의 부당한 방식으로 재산을 불렸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최씨의 법률대리인 손경식 변호사는 손 변호사는 "단순 오보에는 소송을 자제해왔으나, 오마이뉴스는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며 인격모독성 내용을 보도했다"며 "이미 확정판결로 실형까지 선고된 사람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토대로 검증 없이 기사를 쓰는 등 법적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반복적이고 악의적인 오보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의 장모측이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 윤 전 총장의 정치 입문에 앞서 상황 정리를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사유로 대응한 것 뿐인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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