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RE100 열풍…딜레마 빠진 韓기업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 기사입력 2021-04-30 10:06:58
비싼 재생에너지와 제조업 중심 구조가 문제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글로벌 기업들의 탄소중립사회 실현을 위한 ‘RE100’ 가입 열풍이 국내에도 이어지고 있다. SK그룹 전 계열사와 LG에너지솔루션 및 아모레퍼시픽 등 여러 대기업들이 속속 RE100 가입에 동참했다. 앞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해 다수 기업들의 RE100 가입 선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선진국 사례와 비교하면 국내 기업의 행보는 속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 유럽 등지의 수백 개 기업들이 RE100에 참여한 것과는 달리 국내 기업은 여전히 손에 꼽히는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산업이 대부분 제조업 기반인데다,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한 제도적 토대도 미흡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이런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RE100 가입을 유인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더딘 국내 기업 가입 속도…전기요금이 더 저렴
 
  • RE100 가입 기업 로고.(사진=RE100)
RE100이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늦어도 오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이다. 2014년 영국 런던의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에서 발족했다.
 
국내에서 RE100에 처음 동참한 기업은 SK그룹이다. 지난해 11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가속화 일환으로 지주사 SK㈜를 비롯해 계열사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SK브로드밴드, SK아이이티테크놀로지 등 8개사가 동시에 가입했다.
 
SK그룹이 이처럼 적극적인 행보에 나선 것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의지가 주요하게 반영됐다. 앞서 최 회장은 2018년 그룹 CEO세미나에서 “친환경 전환을 위한 기술개발 등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하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RE100 가입도 당시 발언을 계기로 추진됐다고 알려졌다.
 
국내의 ESG경영 견인차 격인 SK그룹의 가입을 신호탄으로 RE100 가입을 추진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LG에너지솔루션과 아모레퍼시픽이 그 뒤를 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15일 전 세계 배터리 업체 중 처음으로 RE100에 가입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목표의 조기 달성까지 약속했다. RE100의 가입 요건은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로 100% 전환이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친환경 에너지 선도 기업으로서 이를 20년 앞당긴 2030년까지 전 세계 모든 사업장의 전력을 100%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10일 국내 뷰티업계 최초로 RE100에 가입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측은 “2008년부터는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구축해왔다”며 “사업장 내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건물 에너지 효율성 향상, 온실가스 원단위 감축, 에너지 혁신 테스크포스(TF) 운영 등 국제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당장 삼성전자도 RE100 가입을 검토 중이라고 전해졌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달 유럽과 미국, 중국 내 모든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은 100%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도 경기 기흥·화성·평택과 충남 온양 등에 소재한 4개 사업장 내 주차장에 축구장 4배 크기(2만7660㎡)로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등 에너지 전환에 힘쓰고 있다. 또 화성·평택 캠퍼스의 일부 건물 하부에 지열 발전 시설을 운영하는 등 다방면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고 있다.
 
수출규제와 재무부담 ‘이중고’…인센티브 주장
 
  • (사진=픽사베이)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한국의 전반적인 산업 환경 및 여러 특수성 등을 고려했을 때, 국내 기업들의 RE100 가입은 해외에 비해 다소 불리하다는 지적이 있다. 삼성전자가 해외 사업장에서만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현실화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이 워낙 낮고, 재생에너지 비용은 다른 나라보다 비싼 점이 꼽힌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재생에너지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은 ㎿h당 태양광 106달러, 육상풍력 105달러다. 세계 평균은 한국의 절반 수준인 태양광 50달러, 육상풍력 44달러다.
 
반면 국내 전기요금은 상대적으로 무척 저렴한 수준이다. 지난해 말 발표된 국제 에너지기구(IEA)의 ‘국가별 가정용 전기요금’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kWh당 8.02펜스(약 116원)로 집계됐다. 이는 IEA 회원국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6개국 중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IEA 회원국 중 OECD 26개국 가정용 전기요금의 평균은 kWh당 16.45펜스로, 한국 요금은 평균의 절반 이하였다. 2019년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h당 7.43펜스(약 107원)로 24개 조사 대상국 평균인 8.56펜스에 못미쳤다.
 
제조업이 중심이 된 한국의 산업 구조는 문제 개선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필연적으로 전기 사용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 탓에, 재생에너지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지지 않는 한 상황이 나아질 방법은 요원하다. 세계은행 등 여러 기관의 분석을 종합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중 제조업 비중은 약 28% 수준이다. 미국(11.6%), 영국(9.2%) 등 선진국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제조업 강국으로 일컬어지는 독일(20%), 일본(21%)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이렇다 보니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들의 현황에서도 국내 기업은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다. 더 클라이밋 그룹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RE100에 가입한 기업은 세계에서 총 302개사에 달한다. 미국의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과 유럽의 BMW과 이케아 및 대만의 TSMC 등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기업 대부분은 일찍이 RE100 가입을 마친 상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공기업인 수자원공사와 재생에너지 기업 한화큐셀, 그리고 SK그룹 계열사와 LG에너지솔루션 및 아모레피서픽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와 관련 정부는 재생에너지 의무공급비율(RPS)을 늘리기로 했다. 발전사들이 의무적으로 생산해야 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상한선을 기존 10%에서 25%로 두 배 이상 확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0일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안을 공표했다. 시행일은 오는 10월 21일이다.
 
다만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해 보다 실질적인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환경규제가 거센데, 이에 발맞추지 못하면 수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비싸더라도 재생에너지를 쓰는 게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한국 기업은 수출규제와 재무부담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는 셈”이라며 “비싼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데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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