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국회입법] ③국회 사무처 증원 놓고 의원 보좌진과 ‘밥그릇 싸움’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 기사입력 2021-04-30 18:00:07
사무처 37명 늘리자 국민의힘 보좌진 ‘묻지마 증원’ 반발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국회사무처의 숙원이었던 인력 증원이 현실로 이뤄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회 내에서는 계속 논란이 불거졌다. 국민의힘 보좌진들이 특히 인력 증원을 거세게 비판했다. ‘묻지마 증원’이라는 주장이었다. 여기에 국회사무처가 반박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결국 두 집단은 서로를 ‘기득권’, ‘철밥통’ 등으로 쏘아대며 날을 세웠다. 진흙탕 싸움이었다.
 
거센 비판 뚫고 가까스로 증원
명분은 법안 발의 증가
 
  • 국회 보좌관 및 직원들의 모습.(사진=연합뉴스)
국회에 발의된 법률안 등에 대한 내실 있는 검토와 효율적 지원을 위해 국회는 국회사무처 인력을 37명 늘리기로 했다. 국회운영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입법지원인력 확충 등 일 잘하는 국회를 뒷받침하기 위한 ‘국회사무처 직제 일부개정규칙안’이 국회운영위원회에서 의결됐다”고 발표했다.
 
국회사무처 증원은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21대 국회 들어 법률안 등 의안 발의건수가 크게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국회운영위는 “법률안 등 의안 발의건수의 폭발적 증가했다”며 “상시국회 체제 운영 등에 따른 입법지원인력의 업무 부담을 완화하고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 최근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초에는 55명을 증원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였다. 하지만 국회운영위는 “국회운영개선 소위원회에서 심도 있는 심사를 거쳤다”면서 “그 결과 위원회별 업무량과 순차증원 가능성 등을 고려해 원안 대비 18인을 감원, 37인을 증원하는 것으로 의결했다”고 증원 폭이 줄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이로써 증원된 37인 중 22인은 위원회(19인)와 법제실(3인)에서 의안 검토 및 심사 지원, 법률안 입안 등 국회 입법기능을 지원하게 됐다. 의사지원 및 행정지원 인력도 15명 늘어났다. 각 의사일정에 대비하고, 디지털국회 추진과 정보보호 담당 인력을 확충했다. 내년에 개관하는 국회부산도서관과 국회박물관의 관리와 운영을 위한 인력도 충원했다.
 
이춘석 국회사무총장은 “국회사무처의 인원이 늘어나는 부분에 대한 우려와 염려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국회사무처는 이번 직제 개편이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 지원을 더 충실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국회의 입법활동과 행정부 견제 기능이 철저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초 계획보다 증원 규모가 감소한 이유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도 있다. 국회 일각의 거센 반발을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해당 개정안이 의결되기 직전까지도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국보협)는 이를 계속 저지해 왔다. 국보협은 지난달 25일 성명서를 내고 “매년 60억 원의 혈세가 쓰이는 중대한 내용이 충분한 논의를 안 거쳤다”며 “묻지마 증원”이라고 지적했다.
 
사무처도 보좌진 증원에 몽니 부리기도
 
  • 국회
국보협이 이 같이 나선 배경은 누적된 감정이 작용한 측면도 강하다. 표면적으로는 의결의 절차적 타당성과 혈세의 효율적 집행 등을 강조하지만, 이면에는 사무처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들을 종합하면 두 집단의 관계는 예전부터 썩 좋지 못했다. 쌓여온 앙금이 이번 증원 이슈를 계기로 터졌다는 의미다.
 
감정의 골이 생긴 요인에는 법안 발의 처리 과정을 놓고 벌어지는 주도권 다툼과 밥그릇 싸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사무처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발의된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다. 각 상임위원회에 소속된 국회사무처 전문위원들은 법안의 위헌 여부를 비롯해 각종 요소를 고려한 타당성 의견을 이 문서에 담아 상임위 상정 48시간 전에 각 의원들에게 배부한다.
 
만약 검토보고서가 법안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면, 해당 법안을 지지했던 의원들이 반대 의원들과의 공방에서 불리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에 의원실 보좌관 등은 국회사무처 전문위원을 찾아가 ‘잘 써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알려졌다. 국회사무처가 의회의 ‘감춰진 실세’로 불리는 이유다.
 
2017년 금태섭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도시철도법 개정안’ 등을 다룬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회사무처를 언급하며 정부를 질타한 적이 있다. 그는 “기획재정부가 상임위에서는 말을 안 하고, 법사위의 (국회사무처 소속)전문위원한테 가서 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사무처의 입김이 거세지는 것에 대한 반발심이 표현된 것이다.
 
반면 국회사무처는 과거 의원실 보좌관 증원을 부정적으로 판단한 바 있다. 2017년 11월 의원 보좌진을 기존 7명에서 8명으로 늘리도록 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당시 국회사무처는 ‘소요 예산과 인력 배치안 및 증원 필요성 등을 꼼꼼히 살필 것’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개정안은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218명 재석에 찬성 151표, 반대 28표, 기권 39표였다. 그리고 최근 국회사무처는 증원이 의결되기 직전 “국회의원 보좌직원은 10년간 600명 증원됐고, 3급 보좌관 신설이 끊임없이 추진 중”이라며 국보협의 ‘묻지마 증원’ 주장을 반격했다.
 
보좌관과 국회사무처의 갈등이 수면에 떠오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9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소속 보좌관과 국회사무처 소속 전문위원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검토보고서의 초안과 최종본이 다르게 나오자, 보좌관이 이를 따져 묻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이렇다 보니 이번 국회사무처 인력 증원 과정에서의 갈등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못하다. 법안 발의 건수가 대폭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건전한 논의 과정 없이 서로를 흠집 내는 갈등 끝에 나온 결과인 까닭에서다. 또 2017년 의원 보좌관 증원안 역시 건전하고 심도 있는 토론 없이 통과되긴 마찬가지였다.
 
최근까지도 전국공무원노조 국회사무처지부 홈페이지에는 국보협 등을 비방하는 글이 다수 게재됐다. 일반인에게 공개된 사이트이지만 막말이 난무했다. 본인을 국회사무처 직원으로 밝힌 한 글쓴이는 국회 보좌관을 ‘X마니’라고 폄훼하는 등 거친 표현도 서슴없었다. 이에 또 다른 조합원은 “익명이라고 막말하지 말라”며 “국회 구성원으로서 상식과 매너를 갖추자”고 지적했다.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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