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주간증시]반도체 주식의 세 가지 약점
기사입력 2021-05-03 08:45:14
1분기 실적을 발표하기 전날 8만6천원 대였던 삼성전자 주가가 8만2천원 대로 후퇴했다. 실적이 나빠서가 아니다. 영업이익이 9조3천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보다 높았지만 주가는 따로 움직인 것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우선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 작년 10월말 5만6천원이었던 주가가 지난 1월 장중 한때 9만6800원을 기록했다. 두 달 사이 70% 가까운 상승한 것으로 유래가 없는 일이다. 반도체 빅사이클이 진행됐던 2017~2018년에 주가가 2년 동안 164% 올라 지금보다 상승폭이 컸지만 시간을 두고 꾸준히 상승해 부담이 크지 않았다. 지금은 반대 상황이 벌어져 급등 후유증을 치유하는 게 우선인 상태가 됐다.

반도체 가격 상승이 주춤해진 영향도 있다. 한 달 사이 D램가격이 3% 정도 올랐다. 석유를 포함한 다른 원자재 가격이 5% 이상 올랐음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더딘 흐름이다. 연초 이후 상승을 연율로 환산하면 D램가격 상승률이 90%를 넘는다. 3월 이전까지 다른 어떤 원자재보다 가격이 급등했지만 최군 반도체 가격 상승이 둔해 주가에 영향을 준 것이다. 반도체 주가는 이익보다 제품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실적은 과거 반도체 가격이 움직인 결과이지만, 제품 가격은 앞으로 이익을 결정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익 전망치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점도 부담이 된다. 시장은 현재 삼성전자의 실적 모멘텀이 다른 기업보다 약하다고 보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 순이익 전망치가 1분기부터 4분기까지 모두 하향 조정되고 있다. 1분기는 5.2% 감소, 2분기 역시 이익 전망치가 9.4% 낮아졌고, 3분기와 4분기도 연초에 비해 현재 전망치가 5.6%와 6.3% 낮아졌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KOSPI200 기업의 순이익 전망치가 1분기에 13.3%, 2분기에 13.1%, 3분기와 4분기에 7.9%와 7.3% 늘어난 것과 다른 모습이다.

반도체 자국주의로 향후 수급 불균형 우려

반도체 공급과잉 우려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때문에 주요국 정상까지 나서고 있는 마당에 무슨 뜬금없는 공급과잉인가라고 얘기하겠지만 미중 반도체 분쟁을 계기로 자국주의가 성행하고 있는걸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현재 미국은 전세계 반도체의 34%를 소비하고 있다. 생산은 12% 밖에 안 한다. 어디에선가 모자라는 만큼을 채워야 하는데, 그 동안은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지역이 담당해 왔다. 해외에서 반도체를 어려움 없이 공급받았기 때문에 미국 내에 공장을 확충할 필요를 못 느꼈지만 최근에 생각이 달라졌다. 지금의 반도체 투자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30년이 되면 미국이 세계 반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중국은 24%가 된다. 미국이 판을 좌우하는 게 아니라 중국 반도체 생산 체제에 미국이 흡수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공급을 해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도 실감했다. 1달러에 지나지 않는 차량용 반도체 때문에 자동차를 생산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두 가지 일이 겹치면서 반도체를 자국 내에서 어느 정도 생산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 영향으로 여러 나라에서 반도체 투자 계획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미국이 현재 12% 수준인 반도체 생산비중을 10년 내에 20%로 높일 계획이고, 유럽 역시 20%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2025년까지 자급률 70%를 계획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기업단위까지 확대돼 대만의 반도체 회사 TSMC가 향후 3년간 11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도체 주가 다시 상승하려면 시간 필요해

반도체는 수급에 민감한 산업이다. 반도체 수급이 바뀌면 제품가격이 변하고 순차적으로 기업 이익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몇 번의 사례가 있었다. 먼저 1995~1996년이다. 1995년에 반도체 호황으로 4메가 D램 가격이 48달러까지 올라가 삼성전자가 2조원 넘게 순이익을 올렸지만, 1996년에 공급이 늘어나면서 주가가 1년 사이에 2280원에서 680원으로 떨어졌다. 2000년도 비슷한 모습이 있었다. IT버블 붕괴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넉 달 사이 주가가 7880원에서 2420원으로 70% 가까이 떨어졌다. 직전 호황기인 2018~2019년도 비슷하다. 2018년에 20조원을 넘었던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다음해에 2조7000억원으로 85% 넘게 줄었다. 모두 반도체 경기 호황기 때 투자를 늘려 공급 초과 현상이 벌어지면서 생긴 결과다. 여러 나라가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반도체 투자 계획은 몇 년 후에 공급 압력을 견딜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켜 주가의 발목을 잡기에 충분하다.

반도체 주가가 상승으로 전환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가격 부담을 덜어내고, 공급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전에 삼성전자 주가는 8만원 대를 벗어나지 못할 걸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시장이 크게 상승해 우리 시장 전체를 끌어올린다면 다른 모습이 되겠지만 이는 반도체 회사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연초만 해도 모든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반도체 주식이 이렇게 약해질 것이라고 아무도 상상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인기란 쉽게 사라지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시장 흐름에 몸을 맡겨야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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