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투톱 황교안·나경원의 몸풀기, 홍준표의 복당 의지
재보궐 선거 압승 이후 ‘도로한국당’ 논란 불거진 국민의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투톱이었던 황교안 전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두 사람 모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치 재개 의사를 내비친 상태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공공연히 복당 의사를 내비치며 압박을 하고 있다. 그러자 당내 반발도 거세다. ‘도로 한국당’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황 전 대표는 2019년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 참가자들과 함께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삭발, 단식 투쟁으로 보수의 이미지를 극단으로 몰고 갔다. 나 전 원내대표도 그해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강성 투쟁을 벌여 현재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8월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강성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민의힘은 지난 1년간 노력해왔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좌클릭’이란 비판을 받으면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고 당 이미지 개선에 주력했다. 물론 국민의힘의 4·7 재보궐 선거 압승이 전적으로 김 전 위원장 성과라고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기존 보수와 달리 진보 세력의 의제를 선점하면서 보수가 수구세력이라는 편견을 깼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김 전 위원장은 보수 인사로서는 처음으로 5·18 국립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으며 사죄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극우 강경보수 이미지가 강한 3인의 귀환이 국민의힘을 딜레마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황교안 “나는 패배한 장수다”
황 전 대표는 지난 3월 10일 SNS를 통해 정치 재개 의사를 사실상 공식적으로 내비쳤다. 황 전 대표는 "미력이지만 저부터 일어나겠다. 용기를 내겠다"며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문재인 정권에 대한 공분을 나누고 희망의 불씨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16일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겠다며 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329일 만이다.

일각에서는 총선이 끝난 지 1년도 채 안돼 정치권에 돌아오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나왔다. 나 전 원내대표도 지난달 29일 YTN 라디오에 나와 황 전 대표의 정계 복귀에 대해 "지금은 천천히 계시는 게 좋지 않을까"라며 "작년 총선 패배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것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실 황 전 대표의 움직임은 지난 2월부터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는 지난 2월 4·15 총선 참패에 대한 참회를 담은 대담집 ‘나는 죄인입니다’를 출간했다. 그는 본문에서 “4월 총선은 참으로 아팠다. 총선이 끝난 후에도 참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나는 패배한 장수다. 경험과 스킬이 많이 부족했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박지원 당시 민생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황 전 대표가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공천 갈등을 예상하지 못한 것을 두고 “역시 황교안 대표는 정치 초짜”라고 비꼬았다.

황교안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 전 대표가 5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 전 대표는 정치권 복귀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황 대표는 최근 각 언론사 정치부장에게 인사 메시지를 보내는 등 미디어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 3일에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국민을 위한 머슴·문지기라도 하겠다”며 “나는 정치를 그만둔 적이 없다. 당직을 내려놓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에는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으로 워싱턴 DC를 방문하기 위해 방미길에 올랐다. 사실상 공식적인 정치행보에 나선 셈이다.

이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일 KBS 라디오 방송에서 "(황 전 대표는) 복귀할 명분이나 국민적 요구가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날카롭게 비난했다. 황 전 대표는 2019년 말 청와대 앞에서 단식 투쟁을 벌일 때에도 여야로부터 ‘명분 없는 단식쇼’라는 비아냥을 받은 바 있다.

나경원 “황교안식 정치, 나랑 안맞아”
반면 나 전 원내대표의 정계 복귀는 황 전 대표에 비해 수월할 전망이다. 차기 당대표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나 전 원내대표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미래한국연구소가 여론조사기관 PNR에 의뢰해 실시, 지난 3일 발표한 일반 국민대상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가 거론되는 인물 중 차기 당대표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18.0%가 나 전 의원을 꼽았다. 주호영 전 원내대표 13.4%, 김웅 의원 7.3%, 홍문표 의원 6.3%, 조경태 의원 4.9% 등이 뒤를 이었다.

또한 국민의힘 지지층내 적합도 조사에서도 나 전 원내대표는 1위를 기록했다. 나 전 원내대표 25.9%, 주 전 원내대표 22.8%, 김 의원 11.9%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응답률은 3.1%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나 전 원내대표도 정치권에 돌아올 채비를 하는 모습이다. 나 전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SNS를 통해 “(역사를) 바르게 다시 세운다는 것은, 늘 힘겹고 지난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는 꼭 해놓고 가야 할 일이기도 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자신의 정치 참여를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나 전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YTN 라디오 방송에서 “비록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내년 정권 교체까지 어떤 역할이든 해야겠다”며 “선두에 서는 일이 될 수도 있고, 후방에 서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3일 전보다 정치 활동 재개 가능성을 강한 어조로 내비쳤다고 볼 수 있다.

이날 이목을 집중시킨 대목은 황 전 대표와의 거리두기였다. 나 전 원내대표는 “(과거) 황 전 대표의 생각과 저는 조금 결이 달랐던 것 같다”며 “황교안식 정치나 투쟁이 저하고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시 황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4+1 협의체’와 국회 내에서 논쟁하기보다 장외 투쟁을 택해 강성 이미지만을 남겼다. 공수처 법안을 비롯한 논란을 빚은 법안 통과를 막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총선에서도 패배하는 등 그의 전략은 대부분 자충수였다. 나 전 원내대표는 황 전 대표의 정치적 이미지와 판단 능력, 정치 철학 등을 바탕으로 거리두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사진=홍준표 의원 페이스북)

이런 상황에서 ‘막말’ 이미지로 구설에 오르내린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복당을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홍 의원은 지난 3일 SNS에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 노마지지(늙은 말의 지혜)의 역량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정치 경험이 많은 자신의 지혜가 국민의힘에 필요하다는 주장을 통해 복당 의지를 밝힌 것이다.

재보궐 선거의 압승 이후 국민의힘이 ‘도로한국당’이라는 우려를 씻어내기 위한 과정에서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남을 기반으로 한 중진의원들이 이들의 복귀를 반대하지 않는 반면 초선의원 등 쇄신파 의원들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