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새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 헌정사에 한 획을 그은 혁명’

국민의힘 당 대표로 당선된 이준석 후보를 두고 나온 말이다. 해방 이후 한국 정치사에서 처음으로 30대 원내 교섭단체(정당) 대표가 탄생하는 우리 정치 전반을 뒤흔들 대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36세의 이준석 후보는 지난 5·28 국민의힘 당 대표 예비경선부터 4선 이상 경륜을 자랑하는 중진 인사들을 큰 차이로 따돌리며 1위를 차지했다.11일 전당대회에서 이 후보는 43.8%를 득표해 2위인 나경원 후보(37.1%)를 누르고 당권을 차지했다.

이로써 그는 44세로 신민당 총재로 당선된 김영삼 전 대통령보다 한참 앞서는 최연소 당 대표로 선출된 정당사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쓰게 됐다. 여기에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최종 투표율 45.36%를 기록, ‘역대급’ 흥행에도 성공했다. 가히 신드롬이라고 불릴 만한 이준석 현상의 ‘태풍의 눈’에는 이념과 경륜, 그리고 지역을 넘어선 정당 혁명이 자리한다.

이준석 당선, 3김 이후 가장 큰 세대교체를 내건 정치실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당대표가 되고 싶다. 그래서 대선에서 멋지게 승리해보이고 싶다.” 그는 지난달 20일 공식 출마 선언을 하면서 당돌하다 싶을 정도로 직설적이게 출사표를 내밀었다. 이준석 후보의 당선은 1971년의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등 3김으로 대표되는 ‘40대 기수론’의 세대 교체 이후에 가장 큰 세대 교체를 내건 정치 실험으로 손꼽히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원의 70%가 50세 이상이고 영남권 당원이 55%에 달한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태극기 부대’ ‘수구꼴통’으로 인식됐던 정당이 30대 당대표를 맞게 된 것은 혁명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그는 국회의원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정치 신인이다. 26세에 ‘박근혜 키즈’로 정치권에 등장한 그가 올해 최고의 정치 스타로 등극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이 같은 정치 경력은 약점이 아니라 오히려 신선함으로 작용했다. ‘경험·경륜 리더십’의 나경원·주호영 후보와 ‘변화’의 상징인 이 후보의 맞대결에서 대중은 변화를 택했다. 합계 18선의 중진 4명을 모두 꺾는 초유의 이변이 발생한 것이다.

여야의 대통령 출마자격 개헌론 이끌어낸 저력 발휘

정치 신인의 신선함은 기존의 선거운동 방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정치인이 선거 운동을 하려면 당에 내야 하는 기탁금부터 인건비, 홍보비용까지 돈이 필요하다는 게 정치권의 불문율이다. 그러나 그는 돈이 드는 캠프 사무실을 두지 않고 전국을 무대로 한 선거운동도 선거지원 차량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대신 예비경선을 통과한 날 밤 후원금을 모으겠다는 글을 그가 직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그러자 당대표 경선 후보가 모을 수 있는 후원금 한도인 1억 5000만 원이 계좌를 연 지 이틀 만에 달성됐다. 대부분 1만원에서 10만원 가량의 소액 후원금이었다. 그는 그 모금액마저 1500만원 가량만 썼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이준석 현상’은 보수와 진보라는 정파적 장벽마저 뛰어넘었다. 국민의힘 당권 경쟁에서 이준석 돌풍이 불기 시작하자 정의당 2030 정치인들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0세 이상으로 규정한 대통령 피선거권을 폐지하는 개헌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36세 이준석이 제1야당의 대표가 될 수 있다면 마흔이 되지 않아도 대통령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파장은 정치권을 휩쓸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박용진·김두관 의원도 개헌론에 동참했다. 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 등 9개 정당 소속 청년 정치인 24명은 지난 8일 “정치는 특정세대의전유물이 아니어야 한다”며 출마 연령 제한 폐지를 촉구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출마자격을 현행 만 40세에서 만 25세로 낮추는 내용의 ‘원포인트’ 개헌안을 연내 발의할 예정이다.

이념·지역구도 등 구태 정치와 ‘꼰대리즘’적 사고와의 결별

이 신임 대표는 처음부터 기존의 이념 지역구도도 무색하게 만들었다. 출사표에서 “이념 논쟁과 지역구도로 우리가 확장할 수 있는 지지층은 없다”라며 “미래 세대를 향해 우리가 바뀌어가는 길이 유일한 길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념·지역구도·경륜 등이 중시되는 기존 정치판과 나아가 ‘꼰대리즘’이라고 불리는 모든 사고와의 결별을 감행했고 대중은 그에 뜨겁게 화답했다. 대선정국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정치권의 세대교체론의 파도가 밀려온 것이다. 단지 이 대표와 당권 경쟁을 펼친 국민의힘 4명의 중진 의원들의 패배라는 관점에서만 볼 일이 아니다. 점점 ‘꼰대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고착되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좌불안석이다.

매 행보마다 파격을 보여준 그가 앞으로 당대표로서 정치 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고되는 이유다. 물론 자신이 제시한 공약이 한국 정치 현실에서 실현 가능성이 어느 정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