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호 객원기자 칼럼] ‘위기극복 수단’ 재난지원금 사용의 딜레마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기사입력 2021-06-11 17:08:49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난해부터 산정해 모두 5차례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됐다.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바탕으로 모두 4회의 재난지원금이 지급됐고 여기에 들어간 돈은 총 46조 원 이상이다. 경제가 회복되고 소상공인 등이 어느 정도 버틴 데는 이러한 재정의 힘이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올해 1분기 세수가 예측치보다 19조 원 정도 증가함에 따라 정부는 다시 한 번 추경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와 국회의 추산에 따르면 올해 전체 추가 세수는 약 32조 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우리 경제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이전의 성장궤도에 복귀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으로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동시에 늘어난 세수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숙제를 내주기도 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논점이 존재한다.

첫째,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대상 ‘손실보상법’에 소급적용을 넣을 것인가 여부다. 여당에 따르면 집합금지 및 영업제한 행정명령에 따라 손실을 입은 24개 업종 외에도 여행·운수 등 경영위기를 맞은 업종도 포함해 지원하되 소급적용은 하지 않겠다고 한다.

결국 2~4차에 이어 5차 재난지원금을 선별적으로 지급하겠다는 결론이다. 이러한 방식에도 장점이 있다. 일단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다. 이미 여러 번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바 있으므로 대상자 및 지원규모를 바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경에 빠진 피해계층 상황을 고려할 때 속도도 중요한 요소다.

손실보상법을 소급해 적용하면 집합제한·영업금지 업종에만 지원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문제다. 이에 반해 재난지원금으로 하면 타격을 입은 계층을 폭넓게 지원할 수 있다. 소급적용을 할 경우 이미 재난지원금을 받은 소상공인 중 오히려 일부를 토해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손실을 어떻게 추정하는가도 까다롭고 논란이 많은 이슈다.

하지만 소급적용을 배제한다면 손실보상법을 만드는 취지가 퇴색된다. 정부 명령에 따라 피해를 입었다면 그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것이 법을 만드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경직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행정명령에 따라 피해를 입은 업종 및 사업자에게는 소급적용을 하고 경영위기를 맞은 나머지 업종에 대해서는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 될 것이다. 이렇게 투 트랙으로 가면 이치에 맞고 법 취지에도 부합한다.

둘째,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것인가이다. 이미 지난해 5월 전 국민 대상으로 가구당 40만~10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바 있다. 이 문제는 주로 재정지출 규모의 적정성과 관련이 있다.

한정된 재정을 생각할 때 소상공인 및 취약계층에 대해 충분한 지원을 하게 되면 전 국민 대상 지원금을 주게 될 재원이 부족해질 수 있다. 이 경우 또 다시 적자국채를 발행하게 될 수도 있다. 참고로 1차 재난지원금에는 14조3000억 원이 지출됐다.

이 문제에 대한 여론은 팽팽하게 맞선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4일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조사한 결과, ‘전 국민에게 보편 지급해야 한다’가 38.0%, ‘취약층에게 선별 지급해야 한다’는 33.4%,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한다’는 25.3%로 나타났다. 그만큼 논란이 많은 이슈라는 뜻이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지난해 5월의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 타격을 극복키 위해 신속하게 집행할 필요가 있었다. 경제가 빠르게 위축되는데 반해 선별지원을 하게 되면 시간이 오래 소요되기 때문이었다. 그에 반해 어느 정도 경제가 회복되고 여유가 생긴 지금 또 다시 막대한 재정을 들여 보편적 지원금을 집행할 이유가 있는가에 대한 반론이다.

그것은 일리가 있는 의견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2019년 마이너스 2.8%에서 지난해 -5.8%로 악화했다. 같은 기간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37.7%에서 44.0%로 올라섰다.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 양호하지만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 걱정스럽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5년 한국 국가부채비율이 61.7%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편적 재난지원금이 수요에 미치는 효과도 무시할 수는 없다.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게 될 경우 소상공인 등의 경영을 돕는 효과가 클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1차 긴급재난지원금 가운데 카드 사용분 9조5591억 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최대 17조3405억 원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지급 액수 대비 1.81배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재난지원금이 소비를 진작하고 경기를 촉진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어차피 재정이란 그러한 목적으로 쓰기 위한 것이다. 유럽연합(EU)의 경우 회원국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각각 GDP의 3% 이하, 60% 이하로 유지토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심각한 경기 둔화를 극복키 위해 재정 준칙 적용을 일시 중단했고 그러한 조치를 당분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양호한 재정 건전성 등을 고려할 때 적극적 거시 정책은 적절하다”며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확장적 재정정책을 지속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다만 재정이 방만하게 사용되는 경우에 대한 경계심을 가질 필요는 있을 것이다. 잦은 선거를 앞두고 재정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한국형 재정준칙’을 발표해 2025년부터 GDP 대비 국가부채가 60%, 재정적자가 3%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해 우리는 상황에 잘 대처하고 있다. 그러한 위기극복의 수단으로 재난지원금은 매우 유용했다고 평가된다. 그와 동시에 소리 없이 다가오는 국가부채에 대한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재난지원금 효과와 국가부채 부담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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