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잡아야 승리하던 선거 공식...이제는 ‘디지털 세대’ 잡아야

산업화 세대 vs 민주화 세대

‘287’ 대 ‘13’. 제21대 국회의원을 연령대별로 보면 2030세대 의원 수는 전체 300명 의원 중에 13명에 불과하다. 초선 의원이 151명으로 전체 의원의 절반을 넘었지만 정작 2030세대 의원 수는 초선 의원의 8.9%에 그친다.

지난해 총선 기준 연령대별 유권자를 보면 20대 15.3%, 30대 15.9%로 2030세대가 31.2%에 달한다. 그들의 주장과 불만을 대신해 줄 의원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셈이다.

제19대 총선에서는 20대 당선자는 한 명도 없었다. 30대는 9명만이 당선됐다. 제20대 총선의 경우 20대 1명, 30대 2명으로 2030세대는 달랑 3명에 불과했다. 그에 비하면 지난해 총선이 2030세대 의원직 진출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대의 민주주의 기준으로 볼 때 아쉬운 비중이다. 그 아쉬움과 불만이 ‘이준석 현상’을 불러온 것일까.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왼쪽)가 지난 6월 2일 부산 서면 지하상가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돌풍을 일으킨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를 지지하는 세력이 2030세대를 일컫는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한정되는 것만은 아니다. 이 대표는 산업화 세대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기존 보수세력이 정권교체에 대한 절박함으로 인해 혁신의 아이콘이 된 이 대표를 차기 당 대표로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산업화 세대와 MZ세대의 결합이라 해석하기도 한다.

이전까지는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산업화 세대’가 보수의 아이콘이었다. 반면 5.18광주민주화운동과 1987년 6.10 민주항쟁을 대표하는 운동권 출신의 ‘민주화 세력’이 진보를 이끌어왔다. 산업화세대와 민주화세대의 대결이 곧 여야 진영의 대결이었다. 이 체제는 한국 정당사를 사실상 거대 양당 체제로 굳히는 구조가 됐다.

하지만 내년 대선에는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의 맞대결 구도가 깨질 가능성이커졌다. 산업화 세대가 MZ세대로 대표되는 중도성향의 세대들과 교묘하게 결합하는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물론 산업화 세대에서 극우보수를 상징하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 세력이 배제된 점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이른바 세대결합론’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하지만 세대결합론을 두고 시기상조라 보는 시각도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현재로서는 두 세대가 결합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실장은 “지난해 4월 13일 총선 때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6070 빼고 (유권자들이) 다 (통합당에게서) 돌아섰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1년 뒤 2030이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1년 만에 뒤집어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세대결합을 논하기에는 아직 기간이 짧다는 주장이다.

이준석 돌풍은 MZ세대뿐 아니라 디지털 세대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가 높은 지지율을 얻게 된 데는 페이스북을 통해 젠더 갈등을 가감 없이 드러낸 것도 주효했다. 디지털 기기를 통해 자신의 토론 과정을 생중계한 셈이다. 하지만 디지털 세대는 6070세대와 결합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6070세대가 디지털 기기에 친숙해졌다고 하나, 학창시절부터 디지털 기기를 사용해왔던 디지털 세대와는 격차가 크다. 디지털 세대와 6070세대가 정치적 견해를 자주 상호 교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령 6070세대는 보수와 진보로 뚜렷하게 구분되지만, 디지털 세대는 이념을 양분해서 설명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실장은 “디지털 세대에게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너졌다”며 “‘조국 흑서’를 쓴 저자들이 모두 북한에 온정적이라고 볼 수 없으며, 북한에 온정적인 사람들을 모두 문재인을 지지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분야에 따라 (보수와 진보 중) 선택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념을 한쪽으로 일반화 할 수 없다”며 “과거의 유권자 지형을 현재까지 고수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586세대의 자리는 점차 좁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도덕적이라는 프레임에 싸여 있던 586세대는 조국 사태를 계기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되면서 MZ세대로부터 외면 받기 시작했다. 소위 민주화 세대라고 불렸던 그들이 민주화가 아니라 기득권 세력이라는 뭇매를 맞게 된 상황이다. 만약 보수의 산업화 세대와 MZ세대가 결합한다면 민주화 세대는 중간에 오도가도 못한 채로 소외될 수 있다.

한편 50대인 586세대뿐 아니라 현 40대도 소외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40대는 아직 진보 세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솔직함과 혁신으로 뭉친 디지털 세대로부터 지지를 받는 인물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새로운 공식이 과거의 낡은 정치 공식을 대신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