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동물보호법 개정 움직임 활발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 기사입력 2021-06-30 14:17:00
우선순위 밀려 입법 난항… 대권 주자들도 입법화 한 목소리
  • 22일 오전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개 식용·반려동물 매매 관련 제도 개선' 국회 토론회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및 참석자들이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김모씨(38)는 반려견을 강아지 유치원에 보냈다가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했다. 자신의 반려견이 큰 덩치의 다른 반려견에게 물려 한쪽 눈을 잃는 큰 상해를 입은 것이다. 해당 유치원과 가해 반려견에 대한 법적 절차를 알아보던 김씨는 현행법상 민법에서 반려동물은 ‘물건’으로 규정돼있으며 이 경우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적용된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더군다나 사고가 난 강아지 유치원의 위기 대처 교육 등에 대한 규정을 담은 법 조항도 전무했다. 반려견 치료를 위해 동물병원을 수소문 했지만 한숨만 내쉴 수밖에 없었다. 초진비가 17만원인 병원을 비롯해 진료비가 천차만별인데다 수술비가 1000만원 가까이 든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명 시대다. KB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반려인은 1448만명, 반려가구는 604만으로 전체 가구의 29.7%를 차지한다. 이처럼 반려가구가 전체가구의 3분의1 수준을 향해가고 있지만 반려동물을 규정한 법안은 아직 구시대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도 여야의 서울·부산시장 후보들마다 반려동물과 관련한 정책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은 바 있다.

민주당 이낙연, 이재명 등 관련법 개정 팔 걷어 부쳐

지난해 8월 21일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는 법적으로 ‘반려동물’의 개념을 규정하는 제1조의2항이 신설됐다. 또 지난 2월부터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돼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사망하게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민법 제98조는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해 반려동물이 학대당하거나 사망할 경우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적용된다. 이에 동물이 물건이라는 범주 밖으로 나와 동물권을 보호하고 동물 학대행위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동물보호법 개정안 시행 이후 발의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총 19건으로 대부분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관련,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동물을 물건으로 분류한 민법 제98조의 개정 필요성과 함께 동물권에 대해 큰 틀에서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3일 서울의 한 반려견놀이터를 찾아 “동물 그 자체가 생명체로 보호받고 존중 받아야 할 존재라는 인식을 우리 사회가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진료비가 천차만별인 동물병원 문제를 지적하며 반려동물 진료항목 표준화 및 진료비 공시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행 동물진료는 진료체계가 표준화돼 있지 않아 같은 질병에도 진료항목이 상이하고, 동일한 진료행위임에도 비용이 수배까지 차이 나는 경우가 많다”며 “진료항목 표준화와 진료비 공시제의 빠른 도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은 동물학대의 범위를 넓혀 악의를 갖거나 의도적으로 동물을 불구로 만들거나 신체를 훼손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반려동물에 대해 적절한 음식, 음료, 쉼터 등을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 의원은 최근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를 학대한 혐의로 입건된 주인이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아 해당 강아지가 다시 주인에게 돌아간 사건을 예로 들며 “법적으로 동물학대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고 구체적으로 금지되고 있지 않아 학대가 끊이지 않는 실정”이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개식용과 반려동물 매매 제도 개선에 대해 공개적인 논의를 통해 입법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지난 22일 열린 ‘경기도, 개식용 및 반려동물 매매 제도개선 국회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경기도가 발표한 개식용 관련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98년에는 개식용 찬성 의견이 전체의 78.6%였던 반면 2019년 조사에서는 찬성이 18.5%로 60% 이상 감소했다.

이 지사는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면서 개식용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크게 바뀌었다”며 “개식용도 하나의 문화인데 압력에 의해 포기해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이제는 개식용 금지에 대한 법률을 만들어서 논의할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 반려동물 매매에 대해 “열악한 환경에서 번식을 위해 팔거나 학대, 유기 등이 벌어지기도 한다”며 “앞으로 반려동물 매매보다는 국가가 중심이 돼 입양 중심의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반려동물 동아리 ‘펫밀리’ 통해 활발한 입법 활동

국민의힘은 당내 반려동물 동아리 ‘펫밀리’를 만들어 관련 입법활동에 나사고 있다. 지금까지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화법(강민국 의원), 동물보호센터 역할규정법(권영호 의원), 동물원 동물학대 방지법(이헌승 의원), 반려동물 동물권 강화법(정운천 의원), 맹견 주의의무 강화법(허은아 의원) 등을 발의했다.

특히 정운천 의원은 반려동물 관련 주요현안을 담은 동물보호법 2건과 국회법, 민사집행법, 하천법 개정안 각 1건 등 이른바 ‘반려동물 살리기 5법’을 발의했다 정 의원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문제는 사육의 관점이 아니라, 양육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반려동물은 현재 압류가 금지되는 물건으로 규정돼있지 않아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압류가 금지되는 물건에 반려동물을 추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동물보호법은 대부분 이견이 없기 때문에 통과가 어렵지 않지만 지금까지는 시급한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려 왔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동물학대를 엄하게 처벌하는 이유는 동물학대는 이후 사람 대상의 범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며 “동물권 보호는 결국 인권보호와도 맞물려 있다는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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