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공에서 본 북마리아나제도
사이판은 서태평양 16개 섬을 아우르는 북마리아나 제도의 큰 섬이다. 휴양의 섬은 연두빛 라군과 절벽아래 코발트블루의 바다를 품고 있다. 낚시, 다이빙 등 레저 천국인 섬의 사연은 깊숙이 들어설수록 이채롭다.

북마리아나제도는 화산섬 군락이 남북으로 560km 가까이 길게 뻗어 있다. 그중 남쪽 군도의 북단에 위치한 섬이 사이판이다. 역사를 되짚으면 사이판은 다사다난한 과거를 지녔다. 16세기 초반 세계일주를 완성했던 마젤란 함대는 남아메리카를 벗어나 서태평양의 괌에 처음 도착한다. 이때 함께 관측된 섬이 괌과 인접한 북마리아나제도 남쪽 군도의 로타섬이다.

북쪽 절벽지대.
스페인 제국의 무역로였던 섬

괌과 북마리아나 제도는 스페인 제국에 병합된 뒤 태평양의 중요 무역로 역할을 한다. 섬주민 절반 이상이 카톨릭을 믿으며 외딴 마을에 스페인풍 가옥의 흔적이 남은 것도 이런 연유 때문이다. 사이판은 독일에 넘겨진 뒤, 1차 대전 이후에는 일본의 지배를 받는 질곡의 세월을 거친다. 미국의 자치령에 귀속된 것은 1978년의 일이다.

사이판섬 서쪽은 북적이는 삶과 낮은 해변의 공간이다. 동북쪽은 녹색의 자연과 절벽이 이어진다. 절벽아래 짙푸른 파도는 마리아나 해구가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라는 배경을 설명한다. 북마리아나 제도 동쪽의 마리아나 해구는 수심이 7000~8000m 깊이다. 가장 깊은 비티아즈 해연은 1만 1033m에 달한다. 육지로 치면 에베레스트(8848m)를 담아내는 규모다.

섬의 북쪽은 파도와 침식으로 형성된 절벽이 맞닿은 공간이다. 그로토는 기암괴석 동굴 안에 위치한 독특한 다이빙 포인트다. 동굴은 사람들이 줄서 입장할 정도로 인기 높다. 다이빙, 스노쿨링 등 다채로운 해양레저가 바다속 부서지는 햇살아래 진행된다. 80m 높이의 만세절벽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에 저항하던 일본군과 일본계 주민들이 몸을 던진 사연이 담겨있다.

사이판 도심축제.
동굴 다이빙 낚시 등 레저 천국

삶의 공간에서 만나는 사이판은 태평양의 휴양도시에 온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도심 번화가인 가라판 지역에는 전세계 관광객들이 뒤엉켜 흥청거린다. 면세점과 마사지숍, 레스토랑의 네온싸인 아래로 다국적 언어들이 쏟아진다. 미국 자치령이 된 뒤 원주민인 차모로족의 일과는 매주 토요일 열리는 장터인 사발루파머스마켓에서 엿볼 수 있다. ‘사발루’는 차모르족의 언어로 토요일이라는 뜻이다.

섬에서 즐기는 레저는 하늘, 땅, 바다에서 쉼없이 진행된다. 경비행기에 오르는 것은 매혹의 바다와 가장 확연하게 조우하는 방법이다. 바다만큼 푸른 태평양의 하늘로 치솟으면 바다와 섬의 아득한 색의 향연에 시선을 뺏기게 된다. 배를 타고 나서면 팔뚝만한 생선이 입질을 한다. 곳곳에 들어선 낚시 포인트는 사이판의 오후를 풍성하게 채운다. 트롤낚시를 이용해 어른 키만한 삼치를 건져올릴 수도 있다. 해변 곳곳에서 윈드서핑과 다이빙이 펼쳐지며, 버기카와 자전거를 빌려 사이판 육로 투어에 나설 수도 있다. 푸른 해변을 낀 골프코스는 골프마니아들을 유혹한다. 섬 중앙에 솟은 타포차우 산 전망대에 오르면 태평양이 360도 둥글게 내려다 보인다.

연두빛 라군을 간직한 마나가하 섬과 호텔군락을 따라 1km 뻗어있는 마이크로비치는 사이판이 평온한 휴식처임을 대변한다. 마이크로비치 너머 해가 지는 풍경은 사연 넘치는 사이판 여행의 대미를 장식한다.

삼치 낚시
여행메모

교통: 한국에서 사이판까지 직항 항공편이 7월 중순 이후 운항을 재개한다. 국내선 터미널에서 북마리아나제도 로타, 티니안까지 경비행기가 오간다. 숙소, 음식: 사이판에서는 마이크로비치 인근에 특급 호텔들이 다수 있다. 사라킬리스 수프, 아후영코코넛 수프 등은 현지인들이 즐기는 간식거리다. 기타: 섬내에서 영어와 달러가 통용된다, 사이판 남단 로타섬은 생태휴양지로 테테토 비치 등에서 은밀한 휴식이 가능하다. 한때 소를 방목했던 티니안섬에는 카지노가 들어섰다.



글 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tour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