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골프연맹(IGF)은 도쿄올림픽 골프 종목에 출전할 남녀 최종 선수 명단을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발표했다. 남녀 각각 60명의 선수가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가운데,예상대로 지난 5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발룬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우승상금 22만5000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한 고진영(26·세계랭킹 2위)이 포함됐다.도쿄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우승컵을 들어 올린 고진영은 메달 가능성에 청신호를 켰다.

고진영.AFP

감격의 ‘시즌 첫 승’

고진영은 발룬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에서 최종 합계 16언더파 268타로 시즌 첫 승을 차지했다. 경기 내내 접전을 펼치던 마틸다 카스트렌(핀란드)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올린 짜릿한 우승이다.

카스트렌에 1타 앞선 아슬아슬한 선두로 최종 4라운드에 나선 고진영은 1번(파4), 2번(파5), 4번홀(파4)에서 버디를 몰아치며 한때 4타 차까지 앞서갔다. 그러나 그도 잠시, 카스트렌의 맹추격에 전반 9홀을 마친 시점에서 간격은 단 1타 차였다.

고진영은 후반 첫 홀인 10번홀(파4)에서 버디를 솎아내며 다시 달아나는 듯했으나 11번홀(파3)을 보기로 마무리하며 추격권에서 멀어지지 못했다. 카스트렌이 15번홀(파4) 짧은 파 퍼트를 놓쳐 고진영이 2타 차로 달아난 것은 행운이었다.

그러나 카스트렌은 지긋지긋하게 고진영을 괴롭혔다. 12번홀부터 파 행진을 이어오던 고진영은 카스트렌이 17번홀(파5)을 버디로 잡아내며 다시 1타 차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고진영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우승을 확정 지었다. 카스트렌이 프린지에서 시도한 버디 퍼트가 빗나가 파로 마무리하고, 고진영도 파를 기록하면서 1타 차로 우승컵을 손에 넣었다.

7개월 간 조용했던 고진영…마음 비우니 우승 따라왔다

작년 12월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 이후 7개월 만에 정상에 선 고진영이다. 그는 이번 시즌 LPGA 투어에서 10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번번이 손엔 우승컵이 없었다. 특히 최근 2개 대회 성적은 형편없었다. 마이어 LPGA 클래식 공동 57위에 이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도 공동 46위. 거듭된 부진은 지난달 28일 무려 112주를 지켜온 세계 랭킹 1위를 넬리 코르다(미국)에게 내주는 아쉬움으로 연결됐다.

한 단계 내려앉은 순위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을까. 절치부심해 출전한 발룬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에서 그토록 기다렸던 우승을 손에 넣은 고진영은 경기 후 “오랜 기간 지켜온 세계 1위 타이틀이 부담스러웠다”고 고백했다.

이번 시즌 10개 대회 무승을 돌아보면서는 “지난 몇 대회 동안은 ‘골프 사춘기’ 같았다. 스윙이나 공 맞는 것, 퍼팅은 잘 됐는데 뭔가 될 듯하면서도 안 되니까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놓으며 “그때 그냥 받아들이려고 노력했고 어떻게 하면 더 향상된 선수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런 후 7월이 되자마자 놀랍게도 좋은 일이 생겨 기분 좋다고 덧붙였다.

랭킹에서 오는 부담을 덜어내고 마음을 비우니 곧바로 우승으로 반등을 알린 고진영이다.

우승이 더욱 반가운 이유…올림픽 메달 가능성 높였기 때문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고진영이 본궤도에 올랐단 점이 고무적이다.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는 다음 달 4일부터 7일까지 일본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 골프클럽에서 열린다.올림픽행을 앞두고 자신의 약점을 파악한 것도 약이 될 터. 고진영은 이번 대회 둘째 날 악천후로 경기가 순연되면서 사흘째 2라운드 잔여경기와 3라운드 경기까지 총 32홀을 도는 강행군을 해야 했다.

고진영은 “체력도, 회복력도 나이가 좀 들어서 떨어진다고 느꼈다. 너무 힘드니까 잠도 잘 못 자고 몸이 지쳤다. 어찌 보면 정신이 육체를 지배했던 것 같다”며 올림픽 전 체력 훈련을 많이 해야겠다고 밝혔다.

그 연장선으로 고진영은 올림픽 이전에 4차례 실전 대회가 있지만 오는 22일 개막하는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만 출전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열리는 2개 대회를 모두 건너뛰는 이유는 “체력을 비축하고 스윙을 보완하는 데 시간을 쏟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고진영은 “(에비앙 챔피언십을 올림픽전 마지막) 시험 무대라고 생각하며 임할 각오다.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이것저것 시도를 해본 후에 일본으로 건너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7개월 만의 우승으로 자신감을 끌어올리고 보완해야 할 점까지 파악하며 ‘올림픽 모드’로 돌입한 고진영. 업그레이드를 예고한 그의 올림픽 성적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한국 여자 골프 국가 대표로는 고진영을 비롯해 박인비(33·세계랭킹 3위), 김세영(28·4위), 김효주(26·6위)가 출전한다. 남자 골프 국가 대표로는 임성재(23·26위)와 김시우(26·49위)가 올림픽으로 향한다.



노진주 스포츠한국 기자 jinju217@sportshankook.co.kr